소설 ‘창밖의 아이들’ 작가 이선주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누구나 성공을 맛볼 순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이전에 자신이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 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선주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시선과 감정들을 오롯이 글로 토해냈다. 그녀가 바라본 가난 속에 갇혀 있던 ‘란이’(주인공)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제 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은?
지난해 8월 말쯤 대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문학동네 본사로 가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오는 길에 남편이랑 동생과 함께 삼계탕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아마 기분 좋은 날이라 날씨도 음식도 다 좋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원래 직업이 소설가였나?
소설을 쓰기 전에는 방송작가로 일을 했다. 물론 그때도 소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과 병행을 하다 보니 쉽진 않았다. 2013년 5월쯤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만 매진했다.
방송작가 일이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막내 작가여서 주 업무가 자료조사였다. 그리고 방송작가는 글을 쓴다기보다 말을 쓰는 직업이다. 분명 방송작가도 매력이 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뒀다.
전공도 글 쓰는 쪽이었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문예창작과나 국문과를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절실하지 않았나 보다. 학과를 놓고 고민하던 중에 부모님께서 그나마 취업이 잘 되는 경영학과를 추천하셔서 그 과로 진학하게 됐다. 전공을 살려볼 생각은 없었나?
경영학 공부가 나와는 너무 안 맞았다. 경영학과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용어가 나온다. 물론 경영학의 개념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충격이었다. 그리고 100명이 사회에 나가면, 99명은 노동자가 되고 1명만이 CEO가 되는데 경영학에서는 CEO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배운다. 그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에서 받은 괴리감을 책을 통해 풀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인간을 개별적으로 바라본다. 한명, 한명이 주체가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소설이었다. 아마 그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한 것 같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쓴 시기가 대학 때였나?
소설가의 꿈을 구체적으로 품은 시기는 대학 때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 6학년 국어시간에 짧은 문장을 이어서 글쓰기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발표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나를 시켜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운 좋게도 마지막 순서로 내가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선주는 복선이라는 개념을 넣어서 글을 잘 썼다”며 칭찬해주셨다. 그때 선생님의 칭찬이 너무 황홀해서 지금도 글을 쓸 때 그 기억이 남아있다.
그 이후로 꾸준히 글을 써 왔나?
습작까진 아니더라도 꾸준히 일기를 썼고, 대학 때 단편문학을 쓰면서 신춘문예를 준비해왔다.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소설 ‘창밖의 아이들’을 쓰게 된 배경은?
4년 전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아이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이의 언니가 휴대폰 판매점에서 일을 하는데 만날 지각을 한다고 하더라. 언니가 학교 다닐 때도 지각을 밥 먹듯 했다는 아이에게 ‘언니가 왜 지각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때 든 생각이 그 아이의 언니에게 누군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학교와 회사에 지각을 하고, 지각이 반복되면 그 아이가 처해 있는 가난을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그 꼬마 아이가 생각났다.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생각, 그리고 ‘양극화의 밑바닥에 있는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창밖의 아이들’을 구상하게 됐다.
‘창밖의 아이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막연한 희망보다 ‘열심히 살아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생은 성공이 전부가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가 먼저여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을 쓰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두 달 정도 걸렸다. 습작을 쓸 때도 그랬지만, 쓰는 건 빨리 쓴다.(웃음)
상금이 2000만원이라 들었다. 어디에 썼나?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출품하기 전에 대상을 타면 남편에게 차를 사준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 이후로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고 절실히 느꼈다.(웃음)
대상 수상 후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서 부모님께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 하셨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쓴다고 말씀드렸더니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부모님의 걱정을 조금 덜어드리기 위해 결혼을 일찍 한 면도 있다.(웃음) 대상을 받고 나서는 ‘역시 될 줄 알았다’며 말을 바꾸시기도 하셨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독서량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야 간접적으로 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어릴 적에 책을 많이 읽었나?
어릴 적에 청소년 관련 책이 많이 없어서 성인 문학 책을 읽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새의 선물(은희경 작가, 문학동네)’이었는데, 아직도 일 년에 한 두 번씩 읽곤 한다. 조금 커서는 소설 외의 책들도 많이 봤다.
처음 소설을 쓸 때 어떤 식으로 소재를 찾았나?
대학 때 처음 단편소설을 썼는데 ‘더블플레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2군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지만 성적은 따라주지 않는 투수와 만날 야구장에 와서 그 선수를 욕하는 술주정뱅이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투수와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술주정뱅이 아저씨는 직업이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쓰게 됐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사회나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청소년기에) 읽는 책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상대방과의 공감이 안 될 때가 있다. “쟤는 왜 화를 내지?”, “쟤는 말을 왜 저렇게 해?” 등등의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소설은 개인의 내면을 다루는 매체이기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는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디선가 커피 냄새가 난다’라는 주제로 써 볼 생각이다. 줄거리는 커피 냄새를 맡지 못하는 남학생의 이야기다. 요즘 거리엔 한 집 걸러 커피숍일 정도로 커피숍이 많고 커피 냄새도 진동하는데, 커피 냄새를 맡지 못하는 학생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작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글 강홍민 기자ㅣ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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