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심리 바닥 탈피 못해…경기 회복 지속 가능성 낮아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올 2분기가 향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까.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는 다양하다. 몇 가지를 예로 들면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통계청의 산업 활동 동향과 경기종합지수,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이다. 이 밖에 여러 기관에서 작성하는 소비자 및 기업실사지수를 통해 현재의 경기 국면을 진단할 수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률 둔화
우선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8% 성장해 지난해 4분기(0.3%)보다 성장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경세성장의 추세를 알아볼 수 있는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2.4%에 그쳐 지난해 1분기(3.9%)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성장 내용을 봐도 긍정적이지 않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경제성장률(2.4%)에 3.1% 포인트 기여했지만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마이너스(-0.7% 포인트)로 나타나 경제성장률을 그만큼 낮췄다. 수출은 정체됐지만 수입이 1.8%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재고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을 1.2% 포인트 높였다. 재고를 제외하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2.4%가 아니라 1.2%라는 얘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진 것은 소비 증가세 둔화에 기인한다. 2014년 가계의 순저축률이 6.1%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보여준 것처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저금리와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가계 자산이 별로 늘어나지 않은데다가 고용마저 불안하기 때문에 한국 가계가 이제 절약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통계청이 월별로 발표하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제조업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금융 및 보험업과 부동산 및 임대업 생산이 각각 9.2%와 6.8%씩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용 출하가 다 같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월 제조업의 재고율(=계절조정재고지수÷계절조정출하지수)×100)은 123.9%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상품을 생산했는데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재고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내수도 나쁘지만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대미 수출은 늘었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국(2014년 수출 비중 25.4%)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해 0.4%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 3월까지 0.5%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 30년간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던 중국 경제가 이제 7%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엔화 가치 하락도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9년에 0.455였던 수출 경합도가 2013년에는 0.501로 올라가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 상품의 경쟁 정도가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2011년 하반기 이후 일본중앙은행의 과감한 양적 완화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1년 하반기에 77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121엔까지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원화 가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 ‘긍정적 신호’ 켜졌나
이에 따라 원화 가치는 엔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4월 100엔당 원화 환율이 월평균 911원이었는데, 이는 2011년 10월(1508원)에 비해 38%나 하락한 것이다. 과거 통계로 분석해 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했을 때 한국의 수출은 1.9%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 환율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시차 효과를 고려하면 내년까지 엔의 수출 감소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선행지수 꺾일 가능성 높아
가계와 기업의 소비 심리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은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소비자 동향 조사를 한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월 109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기업의 투자 심리도 바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하는 기업실사지수는 5월 99.4로 100을 밑돌고 있다. 참고로 기업실사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앞으로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매월 전국 2862개의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실사지수를 작성해 발표하는데, 4월 제조업이 80, 비제조업이 76으로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여러 가지 거시경제 지표로 보면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까지 성장이 둔화됐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2.4%로 지난해 1분기(3.9%) 이후 계속 떨어졌다. 통계청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이 금융과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제조업 경기는 수출 감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계 소비 심리나 기업 투자 심리는 다소 개선됐지만 아직도 바닥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통계청이 작성해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다. 이 지표는 경기 정점(혹은 저점)에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9개월 선행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최근 100 주변에서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사이에 예전과 달리 이처럼 괴리가 발생한 것은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선행지수는 재고 순환 지표, 소비자기대지수, 기계류 내수출하지수, 건설 수주액, 수출입 물가 비율, 국제 원자재 가격지수(역계열), 구인구직 비율, 코스피지수, 장·단기 금리차 등 경기에 선행성이 있는 9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최근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급등한 것은 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선행지수가 계속 증가할 것인지다. 선행지수를 전망하기 위해 장·단기 금리 차이(국채 3년 수익률-CD 91일 수익률)를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통계로 분석해 보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선행지수에 2개월 정도 선행(2000년 이후 상관계수 0.61)해 왔다. 올 들어 4월까지 장·단기 금리 차이는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 경기선행지수 순환 변동치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지금까지의 경기선행지수 상승에 따라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