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머니 무브’로 보기는 일러…농협 기반 NH투자증권 ‘주목’

증권주 투자, ‘톱 픽’을 찾아라
올 들어 증권 업종 지수는 60% 상승했다. 3월 이후 상승률이 40%에 달한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 12%를 크게 앞선다. 3월 이후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3월 12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낮춘 이후 주식시장의 상황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거래 대금 증가는 증권사 실적 개선을 이끈다. 이와 함께 채권 트레이딩 실적도 양호한 편이어서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거래 대금의 증가가 ‘증권업의 봄날’을 지속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탐욕의 회복 조짐’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움츠러들어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민간 부문의 ‘탐욕’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나라들에선 체계적인 저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성장 상황에서는 성장하는 회사들의 가치를 후하게 매긴다. 이 정도가 과해지면 버블인데, 아직은 그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중소형주의 ‘투기적’ 주식 거래 수요를 지탱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팽배하다.


주가 급등 후유증 고려해야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3월 말을 지나면서 증권 업종의 상승은 주요 대표주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형사들뿐만 아니라 중소형사들 역시 호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로서는 고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중하게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수익성은 2013년 이미 바닥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모처럼 다시 찾아온 ‘증권업의 봄날’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큰 폭의 부침 가능성은 여전하다. 단기적으로는 ‘급등 후유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 역시 업황에 따라 큰 폭으로 부침하는 이익을 좇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오히려 요즘 같은 때일수록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있거나 ‘주주 가치 배려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를 선별하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

관건은 ‘주식 투자가 향후 늘어날 것이냐 아니냐’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는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했다. 그런데 이 캐치프레이즈의 원조는 2000년대 초반의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했지만 가계는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까지 가계에 ‘투자’를 적극 권장했지만 결국 주식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주식 매입을 장려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보다 훨씬 이른 2000년대 초에 저금리 기조에 접어든 대만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하면서 이미 대만의 금융시장에서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초저금리를 겪은 이들 나라에서 금융자산 운용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통상적인 자산군 분류상 안전 자산 범주에 계속 머무르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세후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국 내의 저금리로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본과 대만 두 국가의 증권사들은 모두 ‘증권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 약정보다 국내외 금융 투자 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산 관리 영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됐다. 현재 국내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업의 봄이 다시 찾아온 배경에는 저금리에 따른 채권 수익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일본과 대만처럼 국내 증권사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시장은 어떨까. 2014년 8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이후 금융 권역별, 금융 상품별 자금 유입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도 주식시장으로 대중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의 자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통적인 주식 투자와는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알려져 있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환매조건부채권(RP)인 상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대조적으로 시세 대비 4~6% 수준의 임대료 수익을 노린 부동산 매매도 늘어나고 있고 보험·연금 등 장기 기관투자가들은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봤을 때 현재 국내의 시중 자금 이동은 ‘머니 무브(Money move)’보다 ‘수익률 사냥(단기적 관점)’이나 ‘수익률 찾기(장기적 관점)’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머니 무브는 시중 자금이 예금이나 채권에서 주식을 중심으로 한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장기적 견지에서 보면 국내 증권사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본사의 자산 운용 역량을 중심으로 내부 조직 정비도 상당히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의미 있는 수익으로 연결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증권사가 취급하는 서비스 중 시황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의 마진이 가장 높다.

물론 시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다. 회전율과 레버리지(차입금 등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것)에 따라 마진이 달라지므로 700~1000bp(100bp=1% 포인트)에 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면 금융 상품 판매 중심의 자산 관리 서비스의 마진은 30~100bp 정도에 불과하니 의미 있는 수익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산을 더 쌓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중소형사보다 ‘대형 증권주’가 유리
증권주 투자자라면 중소형 증권사보다 대형 증권사, 그중에서도 금융지주·자산운용사 계열 증권사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본시장을 이끌어 가는 금융회사로서 증권사들의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증권사가 아닌 대형 금융사들이 자본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독립 증권사로 양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며 미국에서도 베어스턴스·리먼브러더스 등 두 군데 독립 투자은행(IB)이 사라졌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의 위상이 매우 커졌고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사업 부문은 일본의 노무라에 인수됐다. 현재 독립 증권사 중 나름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일본의 노무라홀딩스 정도다.

이와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4년 4월 자기자본 규제(NCR) 제도의 변화는 국내 대형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조치였다. 2016년부터 전면 개편되는 NCR 제도는 내용상 자기자본 규모와 활동 영역이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사가 활동 영역, 즉 위험 자산 보유를 늘린다는 것은 레버리지가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금융사 레버리지는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니 주주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투자자라면 국내 대형 증권사들 중에서는 삼성증권·NH투자증권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키움증권의 전망이 좋다. 특히 NH투자증권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강한 실적 모멘텀 ▷농협그룹 아래에서의 시너지 실현 가능성 ▷배당 확대 가능성이다. NH투자증권은 초기에는 우리금융의 우산 아래 있을 때에 비해 시너지가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총자산이 204조 원으로 우리은행(246조 원)과 격차가 크지 않다. 여기에 농협의 회원 농협이 1155개, 조합원 수가 236만 명이라는 점에서 우리금융 아래 있을 때보다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 인구수가 2013년 말 기준으로 508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조합원 수의 규모는 무시하기 어렵다. NH투자증권의 배당성향은 50%를 가정해 주당 배당금 전망을 50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주가 대비 3%가 넘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