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진짜 교육이요? 학생을 중심으로 하고, 학생이 원하는 교육이죠.” 지난해 7월, 제 16대 경기도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재정 교육감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9시 등교’, ‘벌점제 폐지’를 시행하는 등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이 교육감의 별명은 ‘재정쌤’이다.

교육감의 묵직한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학생들 앞에서만큼은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로 변신하는 이 교육감을 <하이틴 잡앤조이 1618> 창간 2주년 특별인터뷰에서 만났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고졸 취업 활성화 위해선 공공부문부터 양질의 일자리 제공해야”
-지난 9개월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어요. 취임 이후 학교와 지역교육청 등을 돌며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경기교육은 학생 중심으로 간다는 대원칙 아래 지난해에는 ‘학생 1,000인 원탁토론회’ 등을 만들어서 학생들과 토크콘서트도 하고, 올해 새 학기부터는 주 1회 학교 수업을 하느라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교육은 미래를 꿈꾸며 그것을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에, 바쁘지만 즐겁고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가장 중점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2014년의 열쇳말은 ‘혁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혁신의 요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고, 그간의 관행을 깨고, 조직문화를 바꿔 새롭게 나가는 것이었죠.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입니다. 모든 정책을 학생중심으로, 학생의 눈으로, 학생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 동안 경기도는 ‘9시 등교’와 ‘상벌점제 폐지’ 등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이뤄왔고, 학생들이 어디에도 없었던 교육현장과 교육정책에서 학생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죠.

지난해가 학생중심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집중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을 전체가 학교가 되는 ‘마을교육 공동체’인데요. 특히 ‘꿈의 학교’는 마을교육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입니다. 꿈의 학교는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워 학생들의 꿈을 만들어주고, 그 꿈에 접근해 진로를 설정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또한 경기교육청에서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마련한 ‘4·16 교육체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 있어요. 그 핵심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소수의 수월성 교육에서 모두의 협동교육으로, 획일적 교육에서 다양한 교육으로, 그리고 피동적인 교육에서 역동적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작년 4월16일을 기점으로 한국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상과 비전을 그려내야 해요. 4·16 이후의 한국교육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데 경기도교육청이 앞장서겠습니다.


-9시 등교 정책으로 ‘9시 교육감’으로도 불리는데, 시행 후 학생들과 학교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첫째도 학생, 둘째도 학생, 셋째도 학생을 중심에 둬야 하는데, 그 동안 교육계는 지시와 통제의 틀에 갇혀 있었어요. 학생이 선생님과 만나는 그 지점의 교육이 살아나게 하는 것이 혁신을 혁신답게 이루어가는 길이며, 실질적인 교육개혁의 물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시 등교와 벌점제 폐지 정책이 바로 그 출발이었어요. 이제 경기도는 거의 모든 학교가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침 생활이 달라진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정규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생겨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학습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으니까요. 선생님과 학생의 진정한 만남을 가로막았던 벌점제도 경기도 학교에선 사라졌죠.


-누리과정 예산 등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시·도 교육청이 예산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나요?
몇 년 전부터 국가 세수가 줄고, 경기도에서도 전입금이 줄고 있는 실정인데 중앙정부에서는 누리과정, 초등 돌봄 교실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부담을 지방으로 떠밀고 있어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생 수 외에도 교직원 수, 학교 수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도별로 나눠주기 때문에, 농·산·어촌 지역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많고 대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1인당 교육비가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인건비와 교육복지 등 학생 수에 비례한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서울과 경기 같이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은 엄청난 재정압박을 받고 있죠.
교육재정 문제는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교육정상화의 밑거름이 될 지방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법적·재정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완전책임보육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교육혁신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교육재정은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현재 20.27%인 내국세 총액 대비 교부율을 25%까지 끌어올려야 지방교육재정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습니다. 연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17개 시·도 교육감과 힘을 모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이 밖에 지방자치의 양축인 교육 자치와 행정 자치의 발전을 위해 지방교육행정협의회를 활성화하고, 광역 및 기초단체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지자체의 교육지원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고졸 취업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바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나 임금격차 등으로 인해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관련 유관기관과 산업체 연계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포함한 다양한 진로의 모색 등이 폭넓게 이뤄져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유관기관 연계를 통한 취업매칭 사업, 산학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 사업을 지원하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체험 기회를 확대해 현장 적응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이스터고에 대해서는 정부의 마이스터고 지원 정책과 연계해 국가 성장동력 산업 및 지역 전략산업에 부응하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졸 취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공기업 등 공공영역에서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 특·마고 졸업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각 지역별 산업사회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해 해당 지역 출신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줄 필요가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학력차에 따른 소득격차가 매우 극심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상급 학교로의 진학을 꿈꿀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어요.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고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청소년들이 걱정 없이 도전하는 사회가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패기와 도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불안하고 막막하고 외로워도 꿈을 가지고 전진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 뒤처져도 놓치지 않고 함께 손잡고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 길, 여러분의 미래를 개척하는 그 길에 경기도교육청이 늘 함께 하겠습니다.


-‘재정쌤’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과의 소통에 앞장서고 계신데, 이 교육감만의 소통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과 토크콘서트를 열고, 학교수업을 하는 이유도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교육정책은 학생과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인데, 학생들을 만나서 함께 호흡하고, 학생들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저에겐 가장 즐거운 일이고, 학생들도 매우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은 뭘까요? 그리고 향후 교육계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교육은 전적으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하고, 현장에서 출발해야 해요.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고, 학생이 원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떠한 정책이든 현장과 소통하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 추진하고, 적극적이고 진솔하게 대화해 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학교교육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동체의 공감대 위에서 이뤄져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학교가 있는 마을, 그 마을의 시민, 시민단체, 지자체,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와 교직원, 더 나아가 학부모와 학생들, 학교의 교육을 위해서 지원하는 여러 지원기관들 모두의 공감대가 있어야만 학교교육이 제 몫을 다할 수 있죠. 이런 의미에서 교육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가족 모두가 함께 손잡고 가야 할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경기도교육청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경기교육은 우열을 갈라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가 행복하며,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당당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여기에 도·농 복합지, 신도시 개발, 민통선 주변 접경지대, 해안지대 등 경기도가 지닌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는 경기교육의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기회 요인이라고도 생각해요. 다문화 가정부터 탈북자 가정까지 다양성을 동력으로 삼아 고유의 색깔에 맞는 역동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고 다양한 경기에서부터 우리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강홍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