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지분 전량 처분…“성장성·지배 구조에 실망” 분석도
업계에서는 포스코 투자에 대해 버핏 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따져보면 ‘쪽박’까지는 아니지만 ‘중박’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워런 버핏(85)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분 전량을 매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포스코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 1일 포스코 주가는 장중 한때 23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4.5%(394만7555주)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수익률 ‘중박’ 수준에 못 미쳐
시장에서는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한 블록딜(대량 매매)보다 장내에서 매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포스코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율 상승 정황이 없기 때문이다. 또 포스코 투자를 실질적으로 지휘한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도 지난해 말 보유 중이던 포스코 주식 6만4600주 중 5만4855주를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벅셔해서웨이는 2007년 포스코 주식을 주당 15만 원에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계산해 보면 벅셔해서웨이 측은 이번 포스코 지분 매각으로 지난 8년간의 투자를 통해 최소 86%에서 최대 113% 수준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따져보면 ‘쪽박’까지는 아니지만 ‘중박’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1965년 이후 주식 투자를 통해 연평균 19.7%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버핏 회장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은 성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핏 회장은 주가보다 낮게 평가받는 기업 중 성장성이 있는 주식을 골라 장기 투자한다.
특히 정치 상황에 따라 리더가 계속 바뀌면서 기존 투자 결정과 경영 원칙이 수시로 변경되는 포스코 지배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초반은 포스코 회장이 새로 바뀌면서 혼란이 많았던 시기였고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매입도 강했던 시기”라며 “포스코 성장성을 낮게 판단했다면 대규모 지분을 털고 나오기 좋은 시기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벅셔해서웨이가 다수 사모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측에선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직접적으로 알 길이 없다”며 “벅셔해서웨이도 평가액 기준 상위 15개 회사에 대해서만 투자 내용을 공개해 알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21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5566억 원으로 58.9% 줄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9월 36만3500원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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