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스다, 전신 피규어 서비스…특별한 추억 찾는 고객 사로잡아

3D 프린터로 옮겨붙은 ‘셀카 열풍’
3D 프린팅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슈퍼마켓이나 카페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규 교과과정에 3D 프린터 교육을 포함시킨 영국에 3D 프린터 대중화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의 밀턴킨스 지점은 올해 1월부터 3D 프린터로 미니미(작은 나)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고객이 원통 모양의 부스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12초 만에 전신을 스캔한다. 이때 카메라는 얼굴 표정이나 문신, 운동화 끈의 모양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캡처한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수천 장의 파일은 3D 프린터로 전송되고 8시간 후면 7인치(18cm) 높이의 피규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가격은 사람 수에 따라 최소 49파운드에서 125파운드까지다.


과감한 자기표현의 확장판
아스다가 3D 프린팅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선보인 시범 서비스가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아스다는 룩셈부르크의 3D 프린터 회사 아르텍이 만든 ‘3D 보디 스캐닝 부스’를 지난해 일부 매장에 1주일간 설치했다. 대부분이 사전 예약이 꽉 찼고 1000여 명의 고객이 피규어를 제작했다. 3D 프린팅만을 체험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찾아온 고객도 있을 정도였다. 3D 프린팅에 대한 남다른 수요를 확인한 아스다는 시범 서비스 이후 개당 18만 달러(1억9000만 원)에 달하는 부스를 10개나 사들였고 현재 맨체스터·에든버러·요크 지역 매장에서 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D 피규어의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셀피(셀프카메라)의 유행과 함께 자신의 몸 전체를 3D 셀피로 제작하는 이른바 ‘셰피(Shapies)’의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자기표현의 확장판인 셈이다. 슈퍼마켓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제공되는 3D 프린팅 서비스를 가벼운 놀이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많다.

3D 프린터는 전신 스캔이 가능한 만큼 신체의 변화를 남기고 싶은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했거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피규어로 남기고 싶은 여성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가족들의 특별한 날을 기록하거나 소중한 대상을 조형물로 남기고 싶을 때에도 사용된다. 신혼부부·손주의 생일을 기념하고 싶은 할아버지·할머니를 비롯해 운동 경기에서 메달을 딴 어린이, 군 입대를 앞둔 청년 등도 3D 프린팅 기계를 찾는다.

런던 동부의 쇼디치 지역엔 지난해 3D 프린팅 기계를 체험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메이커스 카페’란 곳도 생겼다. 영국 최초로 문을 연 이 카페에선 3D 시스템인 큐브엑스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다. 저녁 시간엔 3D 프린팅 관련 워크숍과 상품 론칭 파티가 자주 열린다.

카페의 대표인 수너 오젠크 씨는 “대중이 3D 프린터를 실물로 접하고 간단한 제품도 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카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1분당 1유로를 내고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제작하고 싶은 제품의 디자인이 완성되면 이를 디지털 프린팅 회사인 홉스 스튜디오에 보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콘셉트의 카페는 이미 독일·스페인·중국 등에도 있다. 하지만 영국의 메이커스 카페엔 전문가뿐만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이나 취미로 3D 프린팅을 즐기려는 이들의 방문이 많다는 게 큰 특징이다.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밀집한 힙(HIP)한 거리에 자리 잡은 덕에 3D 프린팅을 경험하고 싶은 트레드세터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