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 일·학습 병행제, 스위스식 도제교육…새 제도 통해 ‘동기부여’ 살려야
#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특성화고 재학생 9명과 인솔 교사 1명이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글로벌 현장학습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현장학습의 목적은 해외 기업들의 현장을 배우고, 더 나아가 해외 취업까지 하는 것이다. 3개월간의 글로벌 현장학습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인솔 교사는 해외 기업의 분위기 습득이나 취업보다 더 중요한 걸 느꼈다고 한다. 바로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낀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다.

2011년 첫 시행된 글로벌 현장학습은 현재 전국 400여명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수에 비하면 낮은 숫자이지만, 참가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취업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마다 글로벌 현장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취업률은 물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사회 적응력도 높다”고 전했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일·학습 병행제, 스위스식 도제교육…새 제도 통해 ‘동기부여’ 살려야
‘동기부여’가 되는 취업이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취업을 빼놓고 대한민국 사회를 말할 수 없듯, 취업 전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청년 취업은 물론 시니어 취업,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취업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의 취업 소식은 언제나 톱뉴스로 팔려나가고 있다.

고졸 취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 중요 정책 중 하나였던 고졸 취업은 정권 초기 취업 이슈의 중심에서 정권 교체 이후 점점 시들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의 취업담당자를 비롯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교사들의 취업률 상승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해엔 진학률보다 취업률이 앞선 결과를 일궈냈다. 교육부 등 고졸 취업 관계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취업률 올리기에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일·학습병행제와 스위스·독일의 해외 선진 국가들의 도제 시스템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책과 시스템을 반영해 국가 차원에서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취업률 안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선진국에서 성공한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정책이 취업률 상승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부터 시키고 보자는 몇몇 교사들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초 한 교육청의 특·마고 담당 장학관은 특·마고 취업담당 부장 교사들을 불러 놓고 취업률을 높이면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취업률이 떨어지면 학교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당근과 채찍’으로 교사들에게 취업 부담감을 주기도 했다. 취업담당 교사들이 느꼈던 취업률 압박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취업이 목적인 특성화고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취업을 나간 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귀교현상을 꼽을 수 있는데,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전국 4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5.2%로 집계됐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후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를 꼽았다. 취업자 4명 중 1명이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업무 적응에 실패해 퇴사를 결심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퇴사한 수많은 복교생들이 사회 첫 경험의 실패에서 오는 자신감 결여에 있다. 또다시 취업에 도전해야 하는 부담감과 취업에 대한 거부감이 교차하면서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졸자들은 졸업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재학 중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로 취업에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어른들의 압박과 정부의 성과주의로 인해 고졸 취업에 대한 기본 취지와 목적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일·학습 병행제, 스위스식 도제교육…새 제도 통해 ‘동기부여’ 살려야
특성화고의 잃어버린 10년, 다시 한번 돌아봐야
1994년 정부는 전국 공업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1체제’를 실시했다. ‘2+1체제’는 학생들이 2년 동안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3학년이 되면 기업에서 현장교육을 받는 제도다. 고등학교 입학 후 2년 동안 학교에서 전공 공부를 한 뒤 1년간은 기업의 현장실습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비롯한 기술 등을 전수받고 자연스레 취업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장실습이 교육과정과 연계되지 못하고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체 내 필요한 실무 인력 역할에만 그쳤다. 이후에도 학생들의 채용이나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2006년 폐지됐다. 이 제도를 운영한 12년간 정부 예산 108억원이 낭비된 것이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일·학습 병행제, 스위스식 도제교육…새 제도 통해 ‘동기부여’ 살려야
올해 교육부는 스위스·독일식 도제교육, 일·학습병행제 등 취업활성화 사업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 선진교육 시스템 도입과 일과 학업을 병행해 취업률 상승과 산업계 고급인력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긴밀한 협조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선진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국내용으로의 안착은 어려울 수 있다. 고졸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사회초년생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지에 대한 고민과 그 일을 선택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 강홍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