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 미 주택 가격 ‘닮은꼴’
투자자의 시선이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쏠리고 있다. 코스피에 대한 지나친 비관은 경계하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일정 부분 필요한 일이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때 해당 투자 대상이 뜨거워져 펄펄 끓다가 거품으로 녹아 버리기도 하지만 세계는 넓고 미지근한 곳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우리가 지난 7년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세계경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이 고도 산업화에 진입한 이후 가장 큰 경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찾아온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 위기는 미국을 혼란에, 세계를 지옥에 빠뜨렸다. 그토록 참혹한 위기의 근저에는 미국 주택 시장의 거품과 붕괴가 있었다.

세계경제를 80년 만에 최악의 위기로 밀어 넣은 주역인 미국 주택 가격은 고점 대비 30% 하락한 후 조정이 마무리됐다. 주택 구매 시 대부분이 융자를 끼고 산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깡통 내 집’이 넘쳐나게 된 셈이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같은 위기는 곧 기회로 작용했다. 2012년 연말 이후 미국 주택 시장은 회복과 성장이 맞물리며 엄청난 속도의 가격 복원력을 보여줬다. 2012년 연말 이후 불과 2년 만에 미국 주택 시장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면 이쯤에서 국내총생산(GDP)이나 주택 가격 같이 중요하고 덩치 큰 지표 중 30% 가까이 하락한 아이템이 있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귀감이든 타산지석이든 배웠으면 써먹어야 한다.

최근 가장 시끌벅적한 곳은 그리스다. 그리스 증시는 반 년 새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그리스의 GDP다. 현재 그리스의 GDP 추이는 2012년 미국 주택 가격과 너무 흡사하다. 2009년 이후 줄기차게 감소해 고점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주택 가격 하락 수준의 낙폭이라면 빠질 만큼 빠졌다. 현재 그리스 증시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쇼크로 바닥 다지기 중이다. 유로화 강세의 최대 피해국이 그리스였기 때문에 약세의 최대 수혜국도 그리스다. 그리스 증시에 투자할 때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