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중 긍정적 이미지가 과반…‘프렌디’ 시대 왔다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한경비즈니스는 빅 데이터 전문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에 의뢰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약 3000만 건의 블로그 글에서 아버지 연관 키워드를 조사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아버지 관련 키워드(이미지)를 입력한 후 이에 해당하는 블로그의 연관 단어 순위를 분석했다.3000만 건에 달하는 블로그 글에 나타난 아버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모두 17개 키워드 중 1위는 ‘미안하다’가 차지했다. 관련 키워드 언급 수 총 60만1561건 중 ‘미안하다’는 말이 13만8956건이나 언급됐다. ‘미안하다’ 키워드의 언급 수는 증가 폭도 가장 컸다. 2010년 7만7439건에 불과했던 언급 수가 4년 후인 2014년 들어 13만 건을 넘긴 것이다. 이런 결과는 2위에 오른 키워드 ‘강하다’와 비교된다. 2010년 조사에선 ‘강하다’가 7만7608건, ‘미안하다’가 7만7439건 언급됐다. 하지만 이런 순위는 4년 만에 뒤바뀌었다. 근소했던 언급 수도 2014년 들어선 ‘강하다’가 10만1935건에 그치면서 1위인 ‘미안하다’에 비해 3만7000건 이상 적게 언급됐다. 4년 전만 해도 ‘강했던’ 아버지는 자식 세대에게 이젠 ‘미안한 존재’가 돼버렸다. ‘미안하다’ 키워드가 1위에 오른 배경은 나머지 키워드의 순위를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지치다(7만3606건, 3위)’, ‘약하다(5만5994건, 5위)’, ‘용서하다(2만5517건, 8위)’, ‘희생(2만230건, 9위)’, ‘존경하다(1만8570건, 10위)’ 같이 아버지에 대한 우호적·온정적 이미지가 10위권 안에서 반을 넘겼었다.
‘기러기 아빠’도 13위에 올라
미안한 존재이기도 한 아버지이지만 자식 세대들에겐 여전히 강건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전체 조사 키워드 중 ‘강하다’가 10만1935건 언급돼 ‘미안하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는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결혼 직후인 20~30대부터 은퇴 시기인 50~60대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동안 한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하는 책임이 온전히 아버지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빅 데이터 분석에서도 아버지 관련 키워드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강하다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이유다.
반면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의 이해 단절을 보여주는 키워드도 있었다. 모두 4만4623번 언급돼 6위에 오른 ‘무시하다’와 3만4459번 언급돼 7위를 차지한 ‘돈 버는 기계’가 대표적이다. ‘돈 버는 기계’ 키워드는 2010년에 비해 2014년 언급된 수가 48%나 증가했다. 다만 2014년 들어서는 2013년(3만4988)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통계청의 2014년 조사 자료를 보면 13~24세의 청소년·청년층 중 아버지를 고민 상담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아들이 5.7%, 딸은 불과 1.9%에 불과했다. 반면 어머니를 고민 상담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는 아들이 18.7%, 딸은 25%에 달했다. 특히 딸은 어머니가 친구·동료(47%)에 이어 고민 상담 대상에서 둘째로 높은 위치를 차지해 아버지와 큰 대조를 보였다.
‘돈 버는 기계’라는 키워드는 자연스레 ‘기러기 아빠’로 연결된다. 이번 조사에서 ‘기러기 아빠’라는 키워드는 총 3935건 나타나 13위에 올랐다. 기러기 아빠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어 알 수 없지만 어림짐작할 수는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결혼 후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가구가 2010년 기준으로 115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결혼 가구의 10%다. 이 가운데 절반만 기러기 가족으로 추산해도 50만 가구에 달한다.
‘슈퍼맨’ 강요받는 아버지들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연민도 자식 세대에게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미안하다’와 ‘용서하다’, ‘희생’과 ‘존경하다’가 대표적이다. ‘용서하다’는 총 2만5517건이 언급돼 8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희생(2만230건)’이 9위, ‘존경하다(1만8570건)’가 10위로 뒤를 이었다.
아버지와 연관된 키워드 조사에서 눈여겨볼 결과는 언급 수의 증가율이다. 2010년과 4년 후인 2014년 조사를 비교했을 때 언급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키워드는 ‘스트레스’였다. 2010년 3만3285건에 비해 2014년에는 6만1090건으로 늘었다. 증가율이 83.5%에 달한다. 가정의 생계유지만 책임지면 됐던 것이 6070세대의 아버지라면, 요즘의 아버지는 일은 물론 자녀 육아와 가사까지 함께해야 하는 ‘슈퍼맨’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40대 이후 중년에 접어들면 후배와의 경쟁, 진급과 명예퇴직 등 직장에서의 삶 또한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는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과 가장 많이 연관되는 단어가 돼 버렸다.
‘무시하다’라는 키워드도 2010년(2만4855건)에 비해 2014년(4만4623건) 들어 79.5%나 늘었다. 이런 결과는 상당 부분 아버지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변화에서 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플래닛 광고 부문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수집한 가족 관련 ‘소셜 버즈(SNS 등 인터넷상에서 언급된 짧은 말이나 글귀)’ 빅 데이터 33만 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미지가 뒤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아버지’나 ‘아빠’가 언급된 건수는 2013년 6362건에서 7241건으로 약 14% 늘었다. 반면 ‘어머니’나 ‘엄마’에 대한 언급은 오히려 19% 감소했다. 아버지를 언급한 횟수가 어머니를 언급한 횟수를 넘어선 결과다.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눈에 띈다. SK플래닛이 아버지·어머니에 대한 빅 데이터 58만 건을 추가 조사한 결과 아버지에 대해 ‘무섭다’는 표현을 쓴 소셜 버즈는 2013년 1148건에서 2014년 740건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어머니를 무섭다고 표현한 것은 같은 기간 3302건에서 7618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엄부자모’의 시대가 지고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와 ‘타이거맘(교육·육아 등에서 자녀를 혹독하게 키우는 엄마)’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결과다.
‘친구’ 키워드 역시 3409건 언급돼 전체 순위 14위를 차지했다. 2010년(2191건)에 비해 2014년 언급 횟수 증가율도 55.5%로 매우 높았다. 반면 ‘꼰대’ 키워드는 745건 언급돼 가장 낮은 17위에 그쳤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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