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준법 경영 실천하는 ‘국민 기업’ 탄생의 필요충분조건

대한민국의 애플·타타그룹은 가능할까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화제다. 애플은 1분기(2014년 12월 27일 마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한 746억 달러, 순익은 37.0% 늘어난 180억 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추정치였던 평균 매출 675억 달러에 비해 훨씬 높다.

애플은 여전히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이미지나 경영 실적도 놀랍고 부럽지만 필자가 정작 부러운 것은 애플이 자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대표 ‘국민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경제 전문지 포천이 순익 100억 달러가 넘는 1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 조사를 통해 해마다 선정하고 있는 ‘가장 존경 받는 50대 기업’에 애플이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교롭게도 2위 아마존, 3위 구글 등 모두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실천하는 인도 타타그룹
반면 1960~1970년대 고속 경제성장의 핵심이자 주역으로 지금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기업들 중 ‘국민 기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기업 정서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기업 자체의 문제’라는 응답(45%)이 ‘기업 외적 요인(23%)’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탈법·편법(51%), 정경유착(31%), 사회적 인식 미흡(9%), 경제력 집중(8%)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는 과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비윤리적·불법적 관행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즉 기업의 ‘하드웨어적 발전’보다 윤리·준법 경영으로의 ‘소프트웨어적 성숙’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국민 의식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이윤 추구가 본질인 기업이 윤리적이고 준법적 경영 의사 결정을 중요시하게 된다면 과연 치열한 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회사가 윤리적이고 준법적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쟁자들이 이러한 룰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기업 환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이지 시민 의식의 성장과 함께 윤리·준법 경영이 시대적 화두가 된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의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윤리·준법 경영 연구 기관인 ‘에티스피어 재단’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준법적이고 윤리적인 기업’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윤리·준법 경영에서 형식과 실질을 갖춘 기업들이 결과적으로도 뛰어난 재무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의 국민 기업인 타타그룹은 출발부터 성공·이익을 추구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특이하게도 신의와 헌신을 모토로 했는데, 인도의 길거리만큼 부패하고 더러운 인도 정치인들도 타타에 만큼은 손을 벌리지 못할 정도로 타타그룹은 윤리적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기업의 이해 당사자인 주주와 고객·직원·협력업체·사회 등 모두를 배려하고 공존공영하는 경영인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실천한 생생한 사례다. 타타그룹은 ‘윤리적이고 준법적인 기업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21세기적 성공 모델 중 하나다.

윤리·준법 경영은 더 이상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 아니라 국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도이자 지름길이다. 한국에서도 애플이나 타타그룹 같은 국민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천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ERS(기업리스크자문본부)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