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디자인 세련…모든 제품 직접 생산

네덜란드인 사로잡은 ‘헤마 스타일’
여간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 네덜란드인들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로컬 쇼핑 체인이 있다. 네덜란드의 주요 기차역과 번화가 어디서건 쉽게 만날 수 있는 헤마(HEMA)가 그 주인공이다. 식료품·그릇·장난감·문구류·의류·화장품·의약품 등 각종 생필품을 판매하는 헤마는 마치 저가 잡화점 ‘다이소’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의류 업체 ‘유니클로’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다.

헤마는 네덜란드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네덜란드인 8명 중 1명은 ‘샤워 후 헤마의 수건으로 몸을 닦고 아기들의 절반은 헤마의 보디 수트를 입고 자란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자녀가 독립할 때 네덜란드의 부모들은 헤마로 달려가 매트리스 커버와 그릇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산다. 크리스마스나 각종 기념일 선물도 헤마에서 해결한다.


‘싼 제품은 예쁘지 않다’ 선입견 깨
헤마의 경쟁력은 우선 ‘싼 가격’에서 나온다. 헤마 제품들의 평균가격은 3유로(2600원)에 불과하다. 오전 시간엔 갓 구운 크로와상과 아메리카노를 1유로에 먹을 수 있고 인기 상품인 남성용 팬티도 3장 묶음에 고작 3유로다. 얼마 전에는 유아용 카시트를 30유로에 판매했다. 검소함이 몸에 밴 네덜란드인들은 단돈 1유로의 차이도 크게 느낀다. 헤마는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스페인·영국 등 유럽 전역에 67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으로 제조원가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이 단순히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헤마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덴에 거주하는 대학생 플로라 씨는 “헤마는 가격이 싼 데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세련되고 품질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헤마가 품질에서 인정받는 것은 자체 생산, 즉 프라이빗 라벨(PL) 제품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헤마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한다. 직접 만드니 더욱 꼼꼼하게 품질을 챙긴다. 헤마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은 수만 가지에 달하는 헤마의 아이템들을 일명 ‘헤마 스타일’로 바꿔 놓았다. ‘싼 제품은 예쁘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헤마는 1983년부터 과학·미술 분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을 제품에 적극 이식했다. 대회 수상작인 토끼 형상의 ‘르 라핀 주전자’나 ‘종이 케이크 접시’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현재도 꾸준히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

헤마의 디자인들은 평범하지만 특별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헤마의 티셔츠나 스웨터 등은 별다른 무늬가 없이 수수하다. 아무 옷에나 받쳐 입을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은 멋보다 실용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네덜란드인들의 취향에 잘 부합한다. 이 밖에 헤마는 매장의 콘셉트를 다양화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기차역에 있는 매장은 본래보다 규모를 대폭 줄여 마치 편의점 같은 개념으로 운영한다. 이곳에선 출퇴근길 통근자들을 위한 빵과 커피·음료 판매에 집중한다. 암스테르담이나 덴하그 등의 대도시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다양한 신제품을 론칭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아예 뷰티 제품만 판매하거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캠퍼스 특화 매장도 있다. 교통 혼잡 지역엔 휴게소 형태의 매장도 열었다. 최근에는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잉 타이거처럼 더욱 발랄한 느낌의 숍으로 변신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상품의 교체 주기를 보다 짧게 해 더욱 트렌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헤이그(네덜란드)= 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