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넥슨의 경영 참여 공시에 발끈

경영권 갈등에 금 간 ‘30년 우정’
내부에선 두 회사의 이질적인 개발 문화 때문에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2014년 3월엔 메이플스토리2 공동 개발 프로젝트마저 중단되면서 두 회사의 교류는 완전히 끊겼다.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종전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가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1월 27일 공시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해 향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 간에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공대 85학번, 86학번 선후배다. 둘은 게임 산업 1세대로 절친한 30년 지기다. 3년 전 두 사람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나눠 갖고 해외 게임사 인수, 게임 공동 개발 등에 나서자며 손잡았다. 당시 양측은 대외적으로 “사업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제휴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특히 내부에선 두 회사의 이질적인 개발 문화 때문에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두 회사 사정에 밝은 게임 업계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 간 갈등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2014년 1월 마비노기2 공동 개발팀이 해체되면서였다. 이는 2012년부터 진행돼 온 두 회사의 첫 협업 프로젝트였다. 이어 2014년 3월엔 메이플스토리2 공동 개발 프로젝트마저 중단되면서 두 회사의 교류는 완전히 끊겼다.

넥슨은 공시 직후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기존 구조로는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하기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을 하기 위해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넥슨, 엔씨 지분 15.08% 보유 중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번 지분 보유 목적 변경은 기존의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한 뒤 “넥슨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게임 개발 철학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이 달라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주장이다.
넥슨은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데 이어 작년 10월 8일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15.08%로 늘리면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당시부터 적대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