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중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 개소…한국 대표 기업이 선도

박근혜 정부의 성장 키워드는 ‘창조 경제’다. 창조 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득 찬 창업 기업 및 벤처기업의 성장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최근 들어 정부뿐만 아니라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사들까지 창업 및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런 노력의 중심에는 정부·지자체·대기업이 ‘삼각편대’를 이뤄 시작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를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창조 경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 계획이다.
대기업·스타트업 만남…‘창조 경제’ 새 동력 찾다
“내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설치될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 경제 구현의 핵심이 되고 지역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쉽고 빠르게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업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세계적인 신화를 써 내려 가길 바랍니다.

앞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고 지역 주도의 창조 경제 구현에 핵심 역할을 하도록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량을 총결집할 것입니다. 벤처·창업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전문 기업으로 커 갈 수 있도록 창업·성장·회수·도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를 혁파해 나갈 것입니다.”(2014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바로 ‘창조 경제’다.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창조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 가는 한국 경제에서 재도약의 키워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이 역할을 2015년 상반기까지 전국 17곳에 들어설 것으로 예정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맡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핵심은 ‘성공 노하우’와 ‘자금 확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서 언급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계획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벤처기업 및 창업 기업을 입주시켜 이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여러 가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위치를 전국에 나눠 둠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어느 프로젝트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열정만 가지고는 힘들다. 벤처 및 창업 기업이 성공을 거둬 창조 경제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성공 노하우’와 ‘자금력’이 필수다. 벤처 및 창업 기업은 가장 ‘열정’이 넘쳐나는 기업들이다. 이들의 열정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한국에는 여러 지원 기관이 있다. 창업과 벤처·중소기업 지원 등을 표방하는 곳만 해도 창업보육센터·테크노파크·특화센터·혁신센터·혁신클러스터·지방과학단지·연구개발특구 등 거론하기도 숨 가쁠 정도다. 여기에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 등에 설치된 지원센터까지 합치면 3000곳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대기업·스타트업 만남…‘창조 경제’ 새 동력 찾다
하지만 이런 지원 기관들이 지금까지 큰 결실을 거둔 경우는 드물다. 결국 벤처 및 창업 기업을 제대로 길러내기 위해 부족했던 것은 성공 노하우에 대한 전파와 성장을 지원할 자금력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 도입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조 경제의 성공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전국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일대일 매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열정을 가진 벤처 및 창업 기업 그리고 성공 노하우와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동행하며 이 ‘판’을 깔아준 곳이 정부이니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첫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미 2014년 3월 26일 대전에 개소됐다. 당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678㎡ 규모의 소규모로 KAIST 교육지원동 3층의 일부를 활용하는 정도였다. 운영도 KAIST에서 부속 기관 형태로 이뤄졌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개소식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파괴력’은 별다른 게 없었다.


1월 기준 대전·대구 등 4곳의 혁신센터 문 열어
하지만 같은 해 8월 이곳에 SK그룹이 직접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SK는 9월 1일 대전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SK동반성장펀드 150억 원에 SK-K넷 청년창업투자펀드 300억 원과 대전 엔젤펀드 50억 원 등 총 500억 원의 펀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자금뿐만이 아니다. SK는 공모전을 열어 유망 벤처를 발굴하고 이들에 대해 그룹 안팎의 전문가들이 직접 기술 전수, 사업 모델 점검, 판로 개척 및 경영 컨설팅을 진행하며 ‘사업 노하우’를 전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삼성 등 17곳의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일대일 매칭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창조 경제의 핵심은 국민 개개인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으로 키워 내는 것”이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계해 일대일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이 지역 창업·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사업 모델 및 상품 개발, 판로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우수 기술을 직접 매입하거나 해당 기업에 대해 지분 투자 등을 함으로써 전 단계에서 지원이 이뤄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해당 기업의 주력 분야와 지역 연고, 해당 지역의 산업 수요 등을 고려해 대기업과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결했다”며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그룹,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SK그룹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해 각 지역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최고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제2의 KAIST’ 같은 곳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스타트업 만남…‘창조 경제’ 새 동력 찾다
2015년 1월 22일 현재까지 문을 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총 17곳 중 모두 4곳이다. SK그룹이 대전에서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센터를 출범시켰다. 또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대구와 경북 지역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다. 효성을 중심으로 전북 지역에서 탄소섬유 등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 중이다. 대기업들이 뛰어들자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벌써 4곳의 혁신센터에서 총 1600억 원 규모의 창업 벤처 펀드 조성 계획이 마련됐다. 또 총 22개 벤처 및 창업 기업에 116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머지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올해 상반기 내에 연이어 출범한다. 광주 지역에서 현대자동차 중심으로 수소 자동차 생태계를 실증하는 가업에 나선다. 또 충북 지역에서는 LG가 바이오허브로 ‘제로 에너지’ 마을 실증 사업을 시작한다. 롯데는 부산 지역에서 글로벌 생활 유통과 문화, 유통 사물인터넷(IoT) 허브 실증단지를 중점 운영한다. 이 밖에 KT(경기)·CJ(서울)·네이버(강원)·다음카카오(제주)·한화(충남)·롯데(부산)·GS(전남)·현대중공업(울산)·두산(경남)·한진(인천) 등이 정부 및 해당 지자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어 국가 혁신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SK는 대전과 함께 세종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맡게 된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각지에서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선정위원회가 추진 또는 탈락시키는 시스템을 갖게 된다. 아이디어 사업화 트랙을 통과한 사업은 정부가 나서 공영 TV홈쇼핑·우체국쇼핑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지원한다. 또한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을 이용해 혁신센터가 보육하는 창조 기업을 홍보한다.

센터마다 설치되는 ‘파이낸스존’을 통한 맞춤형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정책금융공사 등 여러 정책 금융회사가 창업과 기술 금융을 지원한다. 나아가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KIC), 센터별 전담 대기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돕는다.


창업 지원부터 파이낸싱까지 ‘원스톱’
그럼 현재 운영 중인 네 곳의 상황은 어떨까. 재계 1위인 삼성은 이름값에 걸맞게 대구와 경북 두 곳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삼성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창업·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테스트,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고 삼성 직원에게 멘토링까지 받을 수 있는 ‘C-랩(Creative Lab)’을 마련했다. 이곳에 입주할 스타트업을 선발하기 위한 ‘2014 C-랩 벤처 창업 공모전’은 12월에 마무리돼 최종 18개 팀이 선발됐다. 모집 기간 동안 접수된 아이디어만 4000여 건, 경쟁률은 180 대 1에 달했다. 이들은 대구 무역회관 13층에 765㎡ 규모로 조성된 C-랩에 입주, 사업화 단계별로 6개월간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각 팀들은 초기 지원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전문가들의 심사와 단계별 평가를 거쳐 사업화까지 팀당 최대 5억 원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삼성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옛 제일모직 본사 부지에 대구 창조경제단지를 설립한다. 대구 침산동에 있는 옛 제일모직 부지는 삼성그룹의 창업지다. 2015년 1월 말 착공해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인데 대구무역센터에 자리 잡은 혁신센터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창조경제단지는 4만1930㎡의 면적으로 창업보육센터·소호사무실·예술창작센터 등 19개 동의 시설이 들어선다. 삼성은 리모델링 비용 900억 원을 전액 부담하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대구에 이어 경북 구미쪽으로도 창조 경제 생태계 영역을 넓혔다. ‘한국 전자산업 신화’의 본산인 경북 구미에 총 300억 원을 투자하고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기업의 신사업 분야 전환과 경북 전통문화·농업 분야 사업화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삼성이 보유한 제조 기술과 신사업 추진 역량을 활용해 노후 산업단지를 ‘창조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대기업·스타트업 만남…‘창조 경제’ 새 동력 찾다
대전센터, 100일간 누적 매출 7억 원 기록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전 지역의 강점인 연구·개발(R&D) 인프라와 SK의 ICT 역량을 합친 산·학·연 협력 모델이다. 전자 관련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삼성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다른 점이다. 대전센터의 핵심은 과학기술 네트워크 구축으로 창조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단지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창업과 전통시장 등에 ICT를 적용해 창조 경제형 성공 스토리를 축적해 왔다”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분야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해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SK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강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사업 아이디어 기획부터 자금·기술 지원, 판로 지원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스타 벤처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펀드 조성 등에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기부한 돈으로 조성하는 104억 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눈에 띌만한 결과물을 속속 내고 있다. 1월 18일 SK그룹에 따르면 대전센터 입주 기업들은 지난 100일간 누적 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대전센터 입주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12억6000만 원에 이른다. 현재 대전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은 모두 10개다. 매출과 투자 유치액이 늘어나면서 대전센터 입주 기업의 직원 수도 12% 이상 증가했다.

SK그룹은 오는 3월부터 이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SK는 이의 일환으로 지난 1월 16일 3개 팀을 ‘글로벌 벤처 스타’로 선발했다. 이들 3개 팀은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인 SK이노파트너스의 캘리포니아 샌호세 사무실에 입주해 현지 벤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효성이 맡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11월 24일 전라북도와 손잡고 전주시 완산구에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를 개발해 양산 중인 효성이 전라북도와 함께 ‘탄소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북 지역 창조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효성은 전북 지역 중소기업 및 벤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 400억 원을 투자한다. 효성은 이와 함께 2020년까지 1조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전북을 탄소 산업의 메카로 키워 낸다는 전략이다. 효성과 전라북도는 우선 20개 강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탄소클러스터’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1월 현재 혁신센터 입주 업체는 스마트 우산과 탄소 복합재 차량용 시트를 개발 중인 탄소 산업 2개사와 농생명산업 1개, 문화 콘텐츠 1개 등 4개사다. 이들은 작년 11월 효성과 전북도가 창업 공모전에 응모한 170여 기업에서 선발된 10개 기업 중 일부다. 이들은 이미 1000만 원씩 지원받아 2개월 동안 센터가 알선한 멘토와 함께 성공적인 창업의 꿈을 현실화하게 된다. 전문가 멘토링과 초기 시제품 구현 등을 통해 사업성을 인정받으면 다시 5~6개월 동안 심화 멘토링 프로그램을 밟게 되고 1억 원의 사업화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전주시 팔복동의 전북테크노파크에 10개사가 입주하고 효성 전주 공장 안에 20개사가 들어설 보육센터가 완성되면 더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땀을 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