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 주력 수출 시장의 활력 증거…부동산에 악재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비관론을 경계하라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양적 완화를 종료하면서 상당 기간이 흐른 후 현재 0~ 0.25%인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가 너무 낮으면 미국에서도 물가가 오르고 이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의 반발로 이어져 선거에 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시기가 문제이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
미국도 한국처럼 대출금리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있다. 고정금리는 20년 또는 30년의 대출 기간 동안 금리가 전혀 바뀌지 않는 대출을 말한다. 수요자로서는 매달 나가는 원리금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재무 설계에 유리하다. 반면 은행은 먼 미래라고 할 수 있는 20년 정도의 금리의 추세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연방기금 금리보다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금리를 책정하게 된다. 반면 변동금리는 매달 변하기 때문에 실제 시중 조달 금리와 연동되는 연방기금 금리와 연동된다.

미국 사람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빚을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한국보다 훨씬 덜하다. 이 때문에 집을 사더라도 현금으로 사지 않고 30년 모기지(mortgage) 대출을 끼고 사게 된다. 그런데 집을 사 놓았는데 몇 년 후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 문제가 생기므로 금리 수준이 비슷하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호한다.

그런데 2000년대 초 미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10년짜리 국채 수익률과 금리 차가 상당히 벌어지게 됐다. 이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일으키는 게 훨씬 유리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2001년 이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이자 부담이 훨씬 적다. 약간의 차이가 아니라 거의 절반 수준이니 누구나 변동금리를 선택하게 됐다.

문제는 2005년 이후 연방기금 금리가 급등하면서부터다. 변동금리는 연방기금 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같이 치솟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500달러씩 이자를 부담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3000달러씩 이자를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출이 추가로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그것도 1회성이 아니라 매달 반복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개인의 파산이다.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다. 그러면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리가 인상됐던 2005년에 터지지 않고 왜 몇 년 후인 2007년에 터졌을까.

그것은 바로 변동금리 모기지(ARM: Adjustable Rate Mortgage)라는 대출 상품 때문이다. ARM은 3~5년 정도 일정 기간 동안 금리를 고정하고 그 이후 변동으로 바꾸는 대출 상품이다. 한국에서는 시중은행에서 이 대출 방식을 고정금리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원래 변동금리 대출의 변종이다. 아무튼 미국에서 그 당시 크게 인기를 끌었고 30년 고정금리 상품보다 2.5배나 많았다. 3~5년간은 고정금리와 같이 안정성을 누리면서도 대출이자는 변동금리 수준으로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방 기준 금리가 낮았던 2001~2004년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대출이 순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이 2006~2007년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연방 기준 금리가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인상됐다면, 그리고 ARM이라는 대출 상품이 그 당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3년까지는 저금리로 적용해 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보다 배 이상의 이자를 내라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현재도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10년짜리 국채 수익률보다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이 ARM 대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를 갑자기 인상한다면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살아나는 미국 경기, 한국에 호재
미국이 금리를 올리려는 것은 세계경제를 망치려는 게 아니다. 자기 나라 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전제 조건은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가 충분히 살아나 실업률이 떨어지고 임금이 오르고 나야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증거가 충분히 나오기 전에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가 망가지는 게 아니라 미국 경제가 충분히 좋아지고 나면 (할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앞에서 지적한 대로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면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융 당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국 금융 당국은 외계인도, 음모론자도 아니다. 자국의 경제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할 따름이다. 경제가 죽든 말든 몇 월 며칠이 되면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상당 기간이라는 의미를 6개월이라고 사전적으로 해석해 올해 4월 말이 되면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미국의 금리 인상, 비관론을 경계하라
결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서야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그 속도는 갑갑할 정도로 느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미국 경제 상황을 기준으로 결정될 것이다. 미국은 경기가 살아나고 한국은 살아나지 않았다고 한국을 위해 금리 인상을 늦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긴 시각으로 보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수출 국가인 한국에 큰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자마자 한국도 금리를 인상해야 할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데,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한국에 들어와 있던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준 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기계적으로 한국 금리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았다.

2001년 3월 20일에 미국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는 한국 기준 금리가 더 낮았다. 2000년대 중반에도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005년 8월 9일 미국 기준 금리가 3.50%로 인상되면서 한국의 기준 금리보다 0.25% 포인트 더 높게 된 것이다.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은 2007년 9월 18일 미국 기준 금리가 4.75%로 인하되기까지 2년 이상 지속됐다. 그러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국 기준 금리가 더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해외 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바로 ‘돈’의 속성 때문이다. 돈은 수익성과 안전성이 나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2000년대 중반 세계 호경기에 편승해 한국은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한국 경제가 망할 염려가 없고 기업들의 수익도 좋은데 기준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도 투자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기가 유행한다고 모두가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튼튼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한국 경제가 굳건하면 금리가 낮다고 해외 자금이 빠져 나갈 이유가 없다. 다행히 한국의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두고 너무 비관론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