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쓰마부키 사토시, 하라다 미에코, 이케마쓰
좋은 문장은 절절히 느껴야만 나온다. 그리고 진실로 빚은 문장은 또 다른 진실과도 통한다. 일본 칼럼니스트 하야미 가즈마사의 반자전적 소설 ‘이별까지 7일’처럼…. 중년 나이의 어머니가 갑작스레 뇌종양 말기로 판정 받는다. 남은 시간은 고작 1주일.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두고 남편과 두 아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벼락처럼 닥친 건 어머니 리에코(하라다 미에코 분)의 병세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모래 위의 팡파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후회와 함께 거품 경제가 꺼진 후의 일본 사회를 들춰낸다. 영화는 이 황망한 비극이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걸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 지경이 될 정도면 고통이 엄청났을 텐데요.” 의사는 말한다. 어머니가 ‘이 지경’이 되도록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 무수한 가정이 파탄나기 직전까지 우리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고스케 역에 일본 청춘 영화의 상징 쓰마부키 사토시를 캐스팅한 것도 분명한 의도다.
청춘 영화에서 격동의 시기를 ‘얄개’처럼 돌진하던 청년은 이제 직장인이 돼 곧 태어날 자식의 장래와 어머니의 목숨 값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잔인하지만 현실이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각고의 몸부림 끝에 가느다란 희망을 부여잡는 반성과 격려의 결말을 택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행운이 아니다. 금세라도 무너질 듯한 모래성은 어쩌면 우리 발밑에도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정초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허삼관
감독 하정우
출연 하정우, 하지원
곤궁하던 시절 피를 팔아 가족을 먹여살린 남자의 이야기는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원작이다. ‘매혈기(피 파는 이야기)’만 뚝 떼어낸 제목처럼 영화는 하정우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 허삼관의 캐릭터에 무게를 더 실었다. 겉으론 대인배, 속은 밴댕이 소갈머리 허삼관이 절세 미녀 허옥란(하지원 분)을 아내로 얻어 격동의 근현대사를 단순 화통하게 헤쳐 나간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비밀의 무덤
감독 숀 레비
출연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댄 스티븐스, 오웬 윌슨
박물관의 모든 것이 밤마다 살아난다면? 단순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작된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가 어느덧 3편을 맞았다. 밤마다 살아 돌아다니는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모든 것과 이젠 친구가 된 야간 경비원 래리(벤 스틸러 분). 박물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의 힘이 점점 약해지자 래리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마법의 비밀을 찾아 런던 대영박물관으로 향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제이크 맥더먼
미군 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지닌 영웅 크리스 카일은 적을 죽이며 자신도 서서히 죽어갔다. 국가란 이름의 폭력 속에 방황하는 인간성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오랜 테마. 괴물 저격수의 실화 원작에 그가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흔들리는 영혼을 손에 잡힐 듯이 연기하는 브래들리 쿠퍼와 감독의 만남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사한다.
나원정 맥스무비 기자 wjna@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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