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전망치가 지나치게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예상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동전에는 뒷면도 있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1976년생. 2003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03년 VIP투자자문 공동대표(현).


매년 연초가 되면 경제 전망 특집 기사가 예외 없이 각 신문에 등장한다. 하지만 올해처럼 유독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연초부터 유가가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인 50달러 이하까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를 하는 쪽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투자 자문사 대표로 있다 보니 “이 주식 어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본인이 갖고 있는 주식이 계속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주식을 새로 살만큼 매력적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필자는 반대로 질문한다. “주가가 얼마나 되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주식에 대한 ‘전망’만 가지고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가치 투자자로서는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판단할 때 ‘가격 요소’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가치>가격’인 상황에서만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벤츠S 클래스가 좋은 차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차를 10억 원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차를 사는 사람은 스스로 현명하지 않은 ‘호갱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반대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비지떡도 정말 싸게만 살 수 있고 만족도가 높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높은’ 소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전망치가 지나치게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예상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다면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전망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싼 주식들이 넘쳐난다.

‘칵테일파티 이론’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장세 판단 기법으로, 피터 린치가 터득한 이론이다. 피터 린치는 칵테일파티 참석자들이 자신이 주식 투자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알지만 거의 말을 걸지 않는 단계를 침체장으로 본다. 그는 그 시점을 바닥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한 무리의 참석자들이 피터 린치의 주변에 둘러서고 일부가 매수 종목을 물어오면 이미 바닥에서 30%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파티 참석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자랑하고 남에게 권유하는 경우 피터 린치는 주가가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파티 다음날부터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도하곤 했다.

지금은 모임에 나가보면 주식시장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에 대해 무관심 혹은 걱정스러운 한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일장 연설을 듣는 경우가 많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을 적용하면 현재는 주식시장이 침체장으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그리 불리한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동전에는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앞면이 경제 전망이라면 뒷면은 주식의 가격이다. 뒷면까지 꼼꼼하게 챙겨 보는 지혜와 과감하게 행동하는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주식 투자에서도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