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경력 4~6년 차’, 순발력·통찰력 동시에 갖춰

2014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도 어김없이 다크호스가 떠올랐다. 업계 경력 4~6년, 개성 강한 1980년대 출신들이 주를 이루는 주니어들이다. 이들은 선배들 못지않은 발군의 실력으로 당당히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음식료·담배 5위, 섬유·의복 9위) ▷신재훈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제약·바이오 5위)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8위)가 대표적이다. 증권업 데뷔 이후 처음 베스트 애널리스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시니어들과 다른’ 차별화된 아이디어의 보고서가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니어들의 대반격…‘다른 시각’으로 승부
제약·바이오 부문 5위에 오른 신재훈 애널리스트는 경력 4년 차로, 제약 업계 현장에서 뛰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무기를 확보했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K케미칼·셀트리온에서 영업맨으로 뛰며 쌓아 온 지식을 바탕으로 제약 업계 맥을 잘 짚어낸다는 게 장점이다. 애널리스트 경력은 투자 자문 회사 로버스트·바로투자증권을 거치며 쌓았다. 특히 그는 투자 자문 회사 로버스트에서 박지홍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 팀장을 사수로 두고 일을 배웠다. 밸류에이션에 치중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여기서 기업을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모습 등을 롤모델로 삼으며 기본기를 닦았다. 그는 “영업·마케팅이 회사 수익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자세히 알렸다”며 “남들이 잘 보지 않던 부분을 끌어내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지난 하반기 ‘셀트리온-무심코 지나쳤던 셀트리온의 이야기’, ‘SK케미칼-신약 및 백신 파이프라인 출시를 기대하며’ 등 두 회사의 이슈 전반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해 내 큰 주목을 받았다. 최승용 토러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고객들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이 기존과 다르다”고 신 애널리스트의 강점을 평가했다.


실무 경험·RA 출신들의 불꽃 활약
음식료·담배(5위)와 섬유·의복(9위) 두 개 분야에 이름을 올린 5년 차 서영화 애널리스트도 현장 경력을 기본기 삼아 차별화된 기업 분석 능력을 습득했다. 1983년생인 그는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3년간 LG화학 정보전자소재 부문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가 현재 분석하는 음식료 회사들은 제조업으로 분류되는데, 과거 LG화학 제조 부문에서 쌓은 실무 경험이 회사의 전략과 향후 방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후 IBK투자증권 화학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옮기면서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고 LIG투자증권으로 옮겨 2013년부터 음식료와 섬유·의복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음식료에서는 기존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이 많이 다루지 않은 분야를 다뤄 주목받았다. 예를 들어 술 산업, 양계 산업을 디테일하게 다룬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 하반기에는 ‘알코올 도수와 소주 시장과의 연결고리’라는 소주 전문 보고서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 수년간의 국내 소주 시장 변화 트렌드, 알코올 도수와 소주 시장이 가지고 있는 상관관계, 향후 소주 시장의 전망 등을 담은 보고서다.

서 애널리스트는 “증권업에 처음 입문해 배운 박영훈 LIG투자증권(정유·화학 부문) 애널리스트가 롤모델”이라며 “논리가 명확하고 항상 데이터로 이야기하고 사용하는 데이터 또한 기존 애널리스트들과 차별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리가 명확하고 남들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 애널리스트를 세 가지로 표현했다. ‘성실함·아이디어맨·인간성’이 그것이다. 지 센터장은 “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는 많은 아이디어가 살아 있다”며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재미있게 설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8위에 오른 이민아 애널리스트는 내부에서 큰 다크호스다. 2년간의 RA 역할을 마치고 애널리스트가 된 지 올해 4년째다. RA는 선배 애널리스트의 연구를 돕는 일종의 애널리스트가 되어 가는 수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987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2011년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해 휴대전화 RA, 휴대전화 부품주 애널리스트를 거쳐 지금은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섹터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하반기 이 애널리스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모바일 게임주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거꾸로 ‘모바일 게임주, 차별화된 투자 전략 필요’라는 보고서를 내놨기 때문이다. 게임주별로 상이한 게임 출시 전략, 고정비, 차기작 포트폴리오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고 향후 출시할 게임의 흥행 정도에 따른 업체별 실적 변동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준 것이 큰 주목을 받았다. 게임주는 게임 순위 변동에 따라 주가 등락이 크다. 이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변하는 업계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게임 출시 이후 다운로드 순위, 매출 순위 등을 꾸준히 트래킹하고 수치화하는 데 집중했다. 출시한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게임도 직접 플레이해 본다. 그는 “분석하는 업체들이 내놓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실제 사용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며 산업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발로 뛰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와 같이 이번 조사에서는 실력파 여성 애널리스트들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상대적으로 남성 수가 많은 기계·철강·자동차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5위권 내에 진입한 영광의 주인공들이 있다. 이지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기계 5위),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철강·금속 4위),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자동차·타이어 3위) 등이 여성 에널리스트로 주목 받았다. 모두 ‘노력파’들로 차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우먼 파워 ‘눈에 띄네’
주니어들의 대반격…‘다른 시각’으로 승부
“시니어 애널리스트와 차별화로 승부한다”는 이지윤 애널리스트는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집중 분석해 주목받았다.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인데다 전문 용어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보고서 작성에 4개월을 매달릴 만큼 무섭게 파고들었다. 기초부터 시작한 그는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를 이해하게 되면서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낼 수 있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1988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대(블루밍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신증권에 입사해 조선·기계 분야의 베스트로 꼽히는 전재천 애널리스트 밑에서 RA 역할을 했다. 당시 사수로부터 배웠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요즘 방산 업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공군 출신 동료들이 ‘네가 뭘 아느냐’고 무시해 인정받을 때까지 더 열심히 했다”며 “어렵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여전히 새로운 섹터를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철강·금속 분야는 경력 6년 차인 홍진주 애널리스트가 두각을 나타냈다. 1987년생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첫 사수는 ‘철강계의 형님’이라고 불리는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었다. RA 역할을 2년 동안하며 스킬을 쌓은 그는 운송 부문의 애널리스트도 맡아 두 분야를 결합해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었다. 홍 애널리스트는 “철강과 운송 산업은 유독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라며 “두 분야를 함께 담당하다 보니 산업을 분석하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각을 기르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기업 탐방 등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좋은 성적을 냈다. 경력 6년 차가 된 그는 현대차 국제금융팀·IR팀 등에서 16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을 잘 이해하는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삼성증권으로 옮긴 이후 2014년 9월 낸 공동 보고서 ‘현대차-비전 2020’이 주목을 끌었다. 철강·운송·자동차 애널리스트가 한 팀이 돼 만든 이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와 관련해 향후 미래 비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