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롯데마트 1년 매출, 알리바바 하루 매출의 27% 불과
중국에선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르는데, 일종의 ‘솔로 데이’다. 이날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할인 행사가 또 대박을 냈다. 알라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에서 행사가 시작된 지 38분 만에 거래액이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11월 12일 0시가 되기 직전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 설치된 전광판(톈마오의 거래액 표시)에는 571억1218만 위안(약 10조2000억 원)이란 숫자가 찍혔다. 11일 0시부터 24시간 체결된 온라인 거래 규모다. 작년 기록이었던 350억 위안은 이날 행사 개시 13시간 만에 깨졌다.알리바바의 솔로 데이 대박은 중국 유통 권력이 체인 마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리바바의 솔로 데이 매출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5000만 위안에서, 2010년 9억3600만 위안, 2011년 33억6000만 위안, 2012년 191억 위안, 2013년 350억 위안으로 급증해 왔다. 반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소비재를 판매해 온 체인 마트의 성장세 둔화는 뚜렷하다.
모바일 쇼핑도 폭발적 성장
중국에서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체인 마트는 종전의 백화점과 재래시장을 밀어내고 신유통 권력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같은 다국적기업도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과 함께 이들 유통 권력의 쇠락이 뚜렷해졌다.
중국 연쇄경영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100대 체인점 실적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체인점 마트는 연평균 2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 증가율이 2013년엔 9.9%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알리바바가 솔로 데이에서 올린 매출 571억 위안은 지난 한 해 동안 까르푸가 중국 내 236개 점포에서 올린 매출(467억 위안)을 웃돈다. 롯데마트가 작년 중국의 110개 점포에서 거둔 매출(155억 위안)은 알리바바 하루 매출의 27%에 불과하다. 중국에선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모델로 생존을 모색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을 체인 형식으로 운영하는 완다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서는 이미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O2O 모델은 소비자가 매장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장과 온라인의 경계를 오가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중국 소비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올해 알리바바 솔로 데이 할인 행사가 보여주는 또 다른 변화는 모바일 쇼핑의 급부상이다.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 루자오시는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한 주문이 40%를 넘은 것은 올해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이미 스마트폰이 PC를 밀어내고 인터넷 접속 최종 단말기로서의 위치를 차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중국 네티즌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사용자 비율은 83.4%를 기록했다. PC로 인터넷에 접속(복수 응답 허용)한 사용자의 비율(80.9%)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5억2700만 명으로 2013년 말 대비 반년 만에 2699만 명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다른 나라 사용자에 비해 모바일 쇼핑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닐슨이 2013년 상반기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43%는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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