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비해 소폭 개선 전망…경기 침체 탈출은 어려워 보여

[2015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경제성장률 3%대…‘상저하고’ 흐름 기대
2015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 추세의 연장선에서 2014년에 비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1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 후반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을 뚜렷하게 주도하는 부문이 없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탈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 한국 경제를 조망하며 가장 먼저 수출 부문의 부진 우려를 언급했다. 2015년 선진국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는 지역은 미국을 제외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힘만으로 세계경제 빙하기를 무리 없이 탈출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해외 수요의 느린 회복은 곧 한국의 수출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성장 동력인 내수 부문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취약한 가운데 무엇보다 얼어붙은 경제 심리가 쉽게 살아나기를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차이나 리스크가, 국내에서는 가계 부채 리스크가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경제성장률 3%대…‘상저하고’ 흐름 기대
다만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다 선명한 회복의 신호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우리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수출 경기가 점진적으로나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내수도 그 힘을 이어 받아 침체 국면을 탈출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위기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국내 경기가 나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민간 소비는 부동산 활성화가 관건
김창배 현대경제연구윈 연구위원은 “내수 및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2015년 각각 3.6%와 2.2%로 전망된다”며 “반기별로는 상저하고의 성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긍정적 요인은 대외 여건의 핵심 변수인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2014년 3.4%에서 2015년에는 4.0%로 약 0.6% 포인트 높다. 거시 계량 모형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은 약 1.2% 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하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성장률 하방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민간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가계 부채 부실이 줄어 소비 여력이 확충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들어 몇 가지 부동산 규제를 풀자마자 반짝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불안하다. 사실상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그다지 빠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설비투자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근본적인 투자 여력의 원천이랄 수 있는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전기전자·자동차·조선 등이 엔저 및 일본과의 경합도를 고려할 때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

2015년 민간 소비는 2014년보다 다소 회복세가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개선 주도, 한국 정부의 확장적 경제 운용 정책, 고용 부문에서의 양적인 회복, 주택 시장 회복 조짐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고령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 하락은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약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 양적 회복세 지속
소비자물가는 공공요금 인상 추진, 경기 회복세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소폭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가스 등의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 교통 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5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전망치 1.5%에서 0.8% 포인트 오른 수치다. IMF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 측면에선 내수 경기의 완만한 회복과 고용 여건 개선 등으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진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취업자로의 대규모 전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취업자는 2015년 연간 약 40만 명,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66.2%, 3.4%로 전망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용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고용이 양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존의 고용 취약 계층인 여성·장년층·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고용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자국 경기 및 금융시장 여건에 따른 각자도생으로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달러 압력이 2015년 지속될 것이고 환율은 연평균 1500원으로 전망됐다.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환율 변화를 초래할 핵심 변수이며 펀더멘털이 취약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외적으로 강달러 흐름이 좀 더 심화될 여지가 높고 한국에서는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상반기에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원·달러 환율 범위를, 하반기부터 강세 재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5년 금리는 더욱 깊어진 ‘저금리의 늪’이 예상됐다.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 미국 홀로 글로벌 경기 개선을 이끌기 어렵다고 유럽 경제는 ECB의 일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방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된 상태다. 중국을 중심으로 이머징 경기 개선이 미흡해 글로벌 경제의 불협화음이 심화되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저금리와 저물가 기조의 장기화 우려가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의 시장금리 또한 그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2015년 한국의 통화정책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인하 기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 재정 부문에선 세수입은 부족한데 지출은 증가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5년의 예상 통합재정수지는 2014년 대비 6조7000억 원 감소한 6조8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 규모는 이미 경제성장 및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 경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환경이 재차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가계 소득 개선과 상환 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 가계 소득 분배 개선 등의 차원에서 종합적인 정책 대응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