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공화당 상하원 동시 장악…개혁 법안 강행 의지 꺾이나

[GLOBAL_미국] 오바마에게 등 돌린 미국 국민들
지난 11월 4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서 상원까지 장악했다. 미국에서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모두 넘어간 여소야대 정국은 2006년 이후 8년 만이다.

민주당의 참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민주당 표를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 기간 내내 인기 없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거리를 뒀다.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 평가’로 몰고 가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꽉 막혀 있는 워싱턴 정치에 대한 염증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2년 동안 법률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경제 살리기와 직결되는 이민법 개혁,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수년째 의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며 공화당에 그 책임을 돌렸고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타협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이 워싱턴 정치를 실종시켰다고 맞섰다.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국정 최고책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었다. 선거의 패배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화당이 압승했지만 이를 공화당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출구 여론조사 결과 투표자의 60%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불만스럽다’ 또는 ‘화가 난다’고 응답했지만 마찬가지로 60%가 공화당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기로에 선 오바마, 레임덕 올까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함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다수당 독식’ 원칙에 따라 공화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 상임위원장도 모두 차지한다. 미국 의회 의사 결정은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이뤄진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법률로 무효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임기를 2년 남겨 둔 오바마 대통령은 국적 운영 동력을 상실하면서 급격한 레임덕(권력 누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로에 섰다. 의회와 담을 쌓고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기존 국정 운영 스타일을 고수할지, 공화당과 화해의 정치를 펼지 선택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11월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분명히 들었다. 양당이 협력해 일을 제대로 잘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메시지다. 이제 우리가 다 함께 협력해 일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계속 열심히 일하고 공화당의 생각을 듣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뒤늦은 반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반대하는 이민법 개혁과 관련, 공화당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의회의 조치가 없으면 연내 이민 개혁 행정명령을 강행할 것을 시사했다. 이는 공화당과 최대한 협력하겠지만 핵심 국정 어젠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칫 공화당과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정국 운영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