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속도 내나
12월이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다. 지난 7월 한국에서 열렸던 한중 간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거래가 한국에서 활성화되면 양국에 이익이 된다는 합의를 구체화한 것이다. 특히 한국으로선 금융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결제통화 다변화로 대외 거래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중국은 현재의 시진핑·리커창 체제 출범 이후 대외 정책의 핵심 과제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해 왔다. 중국의 무역 결제, 위안화 예금,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에서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대만 등 화인 경제권에 속한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독일 등 주요국들도 위안화 거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위안화 금융 중심지로서 커다란 잠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관련 인프라 기반 구축이 많이 부족하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크고 대규모 흑자세가 지속되는 데도 불구하고 달러 결제 위주의 관행으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수출입 모두 1%대에 불과하다. 다행히 지난해 9월 이후 한국 국민들의 위안화 예금 증가, 국내 증권사가 주가 돼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으로 금융 분야에서 위안화 거래가 빠르게 증가해 왔다.


아직 위안화 인프라 구축은 미흡
통화의 국제화는 통화의 일부 혹은 전체 기능이 원래의 사용 지역에서 기타 국가 및 지역, 나아가 글로벌 범위로 확대돼 국제 통용 화폐가 되는 동태적 과정이다. 통화 국제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경제 규모 ▷외환 거래 규모 ▷결제통화로서의 수요 ▷금융시장 발전 상황 ▷해당 통화가치의 안정성 등이 있다.

한 국가의 통화가 국제통화가 되면 해당 국가의 대외 무역과 투자가 효율적으로 촉진되며 동시에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도 강화된다. 즉, 통화 국제화는 해당 국가의 미래 경제 형세는 물론 세계경제의 형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국 대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통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기능별·용도별·지역별로 각각 3단계의 국제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능별로는 교환 수단, 계산 단위, 가치 저당 수단 등 3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용도별로는 결제통화, 투자 통화, 보유 통화 단계를 거쳐야 하며 지역적으로는 주변국에서 지역권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통용돼야 한다.

통화 국제화를 위해선 ▷경제 규모 확대 ▷외환시장의 거래 증대 ▷자본시장의 개방 ▷결제통화로서의 수요 확대 등의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통화 국제화 평가는 ▷경제 규모 ▷외환 거래 ▷자본시장 개방 ▷결제통화 수요 ▷통화가치의 안정성 등 다섯 가지 여건 면에서 미 달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 단계인 중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 국제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국제화 시기가 다르므로 엔화는 1980~1999년, 위안화는 2009~2013년, 원화는 1998~2013년까지를 국제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분석 결과 1980년대 일본의 엔화와 최근 2009~2013년 사이 중국의 위안화는 이런 국제통화 필요조건을 빠르게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위안화 국제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부터 주변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2009년 7월 위안화 역외 무역 결제의 시범 시행이 시작된 이후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위안화 국제화 수준은 ▷중국의 경제성장 ▷무역 규모의 증가 ▷금리 개혁 ▷역외 위안화 시장의 발전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안화 수용도가 커지고 중국과 다른 국가 및 지역의 통화 스와프 계약이 증가했고 글로벌 외환거래소에서 위안화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위안화의 역외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위안화 수요 증가로 원화의 상대적 지위 하락 예상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 2014’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 ▷무역 규모 증가 ▷금리 개혁 ▷역외 위안화 시장 발전 등이 위안화 국제화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주요인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을 유지하며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에 경제적 기초를 제공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무역국으로 부상하면서 실물경제 분야에서 위안화 수요가 꾸준히 확대된 것도 위안화 국제화 지수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의 금리 시장화 개혁 추진과 위안화 자본 계정 태환 가능성 확대 등 일련의 체제 개혁 조치로 제도적 보너스가 대량 방출되면서 위안화 시장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속도 내나
하지만 현재 중심 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제외하고 주요 통화의 중심 통화 가능성을 평가해 보면 위안화는 크게 취약한 상황이다. 중심 통화 요건 가운데 경제 규모, 무역 네트워크, 투자 적격성, 양적 금융 심화 정도 면에서는 위안화가 중심 통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자본거래 개방성, 외환시장 사용도, 각국 외환 보유와 자본 및 무역 거래 사용도 면에서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시진핑·리커창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더 속도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이 과정에서 나타날 한국 경제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전략의 모색이 필요한 때다. 위안화 수요 증가로 원화의 상대적 지위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 충격 시뮬레이션 가동을 통해 사전적으로 검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화 국제화 전략에 대한 전면적이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강구해야 하며 통화 스와프의 활용,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설 등의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