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약정 없으면 계약금 몰취(沒取)할 수 없어

[부자학 개론] 틀어진 부동산 계약, 계약금은 어쩌나
부동산을 매도하면서 매수인의 계약 위반 때 받은 계약금을 몰취(沒取)할 수 있을까. 부동산을 100억 원에 매도하려는 A모 씨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 B모 씨로부터 계약금 10억 원을 받았다. 중도금을 지급하기로 한 날짜가 지났지만 B 씨는 자금이 어렵다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A 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 B 씨에게 통지했다. 그러자 B 씨는 계약금이 과다하다면서 일부를 돌려달라고 한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 계약금의 몰취나 반환을 둘러싸고 여러 다툼이 있다. 흔히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 내지 손해배상으로 계약금을 몰취한다고 이해하지만 그 법적인 요건이나 효과가 모호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계약금을 지급받는 것만으로 위약금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 표준 양식에는 통상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약정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매도인이 계약금을 몰취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즉 위약금에 관한 별도의 약정이 없으면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을 미뤄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금을 몰취할 수 없게 된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다음 그 손해배상 채권과 계약금 반환 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위약금으로 처리할 때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배상 금액이 위약금보다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매도인으로서는 계약금에 관한 약정 이외에 계약 위반 시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매수인이 계약금의 일부를 반환해 달라는 청구는 정당할까.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만 약정할 때 계약금은 위약금일 수도 있고 위약벌일 수도 있다. 둘 다 위약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위약금으로 해석돼 위약금 금액이 과다하면 감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약벌과 차이가 있다.

그러면 위약벌인지 위약금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어떤 쪽으로 해석될까.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의 의사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수수했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좀 더 강력하게 매수인의 위약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감액의 여지를 없애려면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위약금’인지 ‘위약벌’인지 명확히 해야
어느 정도의 금액에 대해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통상 10% 수준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본 사안에서와 같이 위약금이 1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면 중도금을 지체한 기간이 길지 않으면 감액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위약벌로 하면 항상 전액 몰취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주택을 여러 매수인에게 분양하기 위해 만든 매매 계약서라든가 상가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여러 임차인과 거래하기 위해 만든 계약서와 같이 계약서가 약관으로 취급될 때에는 위약벌의 효력이 부인될 여지가 있다. 위약벌이 소비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는 위약벌보다 위약금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사안에서 A 씨가 부동산 매매업자로서 다수의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위약벌 약정을 통해 A 씨는 계약금 전액을 몰취할 수 있을 것이다.


서대식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선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