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및 뉴로게이저 과학자문위원회 의장

[CEO, 뇌를 정복하라] 뇌과학자가 답해 주는 ‘뇌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영화 ‘루시’를 보면 보통의 인간은 뇌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하지만 100%를 다 활용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다. 이 같은 설정은 과학적 근거가 있나요.
“평소 보통 사람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면 이와 관련한 뇌의 영역들이 활성화되는 반면 다른 영역들은 비활성화되겠지요. 하루에도 끊임없이 상황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에 따라 우리 뇌가 반응하는 기관 역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은 애초부터 뇌의 구조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실제로 천재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른가요.
“우리 모두는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지문 등 신체 부위가 다릅니다. 그러니 개인의 뇌 역시도 그 기능과 구조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수리적인 능력, 창의력, 음악성 등 특수한 영역에서 비범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은 분명이 존재합니다. 그중 일부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천재’로 불린다고 해서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3. 흔히 ‘머리가 크면 뇌가 크고 뇌가 크면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물론 머리(head)가 크면 뇌가 큽니다. 뇌의 크기와 머리 둘레는 0.9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는 대략 0.3 정도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는 엄밀히 말해 뇌가 크다고 반드시 지능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4. 우리 뇌를 통해 기억을 조작하거나 선택적으로 지우는 것이 가능한가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공포와 관련된 기억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포와 같은 강렬하고 특수한 기억의 경우 관련된 뇌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 개개인이 갖고 있는 구체적인 일상생활에 관한 기억을 조작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상상의 영역에 속하는 일입니다.”

5. ‘뇌’ 이식을 통해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현재의 과학은 극도로 다양한 정보들이 뇌에서 어떻게 저장돼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정보를 컴퓨터와 같은 기기들로 다운로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뇌 이식도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만일 가능해진다면, 물론 주인 뇌에 담긴 모든 기억과 성격·선호도가 옮겨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