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유니슨캐피털, 공차코리아 지분 65% 매입…일본 진출 가능성

[비즈니스 포커스] 사모 펀드가 점찍은 외식 업계 ‘신데렐라’
최근 한국 외식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는 대만산 버블 티 ‘공차’다. 2012년 4월 홍익대 인근에 첫 매장을 설립한 공차는 불과 2년 만에 가맹점이 250개까지 늘어나며 ‘빅 히트’를 쳤다. 이런 성공을 지켜본 글로벌 사모 펀드(PEF)는 급기야 300억 원대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했다. 32세의 주부인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는 일약 ‘외식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6일 공차코리아는 글로벌 사모 펀드인 유니슨캐피털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유니슨캐피털이 공차코리아의 지분을 사들였다. 양사는 이를 통해 앞으로 공차코리아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경영 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경영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공차코리아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김여진 대표 일가는 앞으로도 경영진으로 남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힘쓰기로 했다. PEF 업계에 따르면 매매된 주식 규모는 전체 주식의 약 65% 수준이며 김 대표 일가는 주식 매각을 통해 340억 원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32세 주부 김여진 대표 2년 만에 340억 확보
공차코리아는 최근 수년간 외식 업계에서 ‘돌풍의 핵’이었다. 2012년 4월 홍대점에서 버블 티 사업을 시작 2년 만에 전국 매장 수가 240개까지 커졌다. PEF 업계에서는 공차코리아의 가치를 1000억 원대로 평가하기도 했다. 2006년 대만 가오슝에서 시작된 공차는 프리미엄 퀄리티의 잎차(茶)를 우려내 만든 버블 티 브랜드다. 현재 대만을 비롯해 한국·필리핀·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홍콩·마카오·중국·호주 및 미국 캘리포니아 등 총 14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룬 공차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아무래도 김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호주인 남편과 아들 하나를 둔 김 대표의 나이는 이제 32세. 2011년 말 공차코리아 법인을 설립한 것은 그가 불과 29세 때다.

김 대표가 공차코리아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공차를 만났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주부가 된 그는 남편의 업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살게 됐다. 김 대표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싱가포르에서 큰 인기를 모으던 공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공차를 접했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또 소비자가 직접 크기·당도·얼음의 양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사람들이 30분씩이나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신기했다. 당시 공차는 대만·홍콩·중국·싱가포르·호주 등 11개 나라에서 4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국에 돌아갈 때 공차 가맹점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워낙 공차가 맛있으니 안 되면 자신이라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낸 홍대점은 240㎡(약 7평) 규모의 소규모 매장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국내의 창업 시장은 커피 전문점이 대세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커피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커피의 대체재인 차 문화도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로 관광 온 한국인들이 공차를 찾는 것도 그의 확신을 더욱 굳게 했다. 김 대표가 공차에 갈 때마다 늘어선 줄 속에서 한국인 2~3명은 꼭 볼 수 있었다.

외국계 은행 임원인 호주인 남편도 이런 생각에 찬성했다. 본인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고 했다. 결국 대만 본사와 접촉해 약 1년간의 협상 끝에 한국의 마스터 프랜차이즈권을 획득하게 됐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법인 설립에 이어 2012년 4월 홍대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같은 해 8월 현대백화점에 입점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2년 11개까지 직영 매장이 늘어났다. 특히 공차가 인기를 모으자 가맹점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 몇 개의 가맹점만 낼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가맹점 문의가 줄지어 들어오자 망설였다. 김 대표는 이런 문의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급기야 가맹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3년에 직영 28개와 가맹점 100개 매장으로 성장했다. 이 수는 더 불어나 2014년 10월 현재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250개까지 늘어났다.

사실 그간 공차는 타 커피 전문점처럼 TV 드라마 같은 곳에 PPL 광고를 하지 않았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프로모션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성공한 이유는 말 그대로 입소문, 즉 ‘맛’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마시는 공차의 품질은 여러 나라에 있는 매장 중에서 대만 현지와 가장 닮아 있다. 공차는 메뉴의 기본이 되는 홍차·우롱차·얼그레이차·녹차 등을 매장에서 그때그때 신선하게 우려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4시간이 지나면 차 고유의 맛이 변하기 때문에 폐기하고 새로 우려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타피오카는 맛의 품질을 위해 매장에서 판매할 만큼 수시로 삶고 뜸을 들여 제공한다.


“사업 확장 위한 투자 유치”
김 대표는 여기에 무방부제와 무색소를 통해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국내에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 색소와 방부제를 넣지 말아줄 것을 본사에 요청했다. 대만에서도 무색소·무방부제 상태의 음료를 팔지만 해외에 수출할 때 방부제와 색소를 넣는다. 자신이 처음 느꼈던 신선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다 한국만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가장 먼저 배달하기 위해 포장 기술을 개선했다. 서울의 종로점이나 여의도점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차의 모든 음료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 스티커에 당도와 얼음 양이 표기돼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던 김 대표는 왜 대규모의 지분을 매각했을까. 이유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처음에 몇 개의 매장만 운영하면서 대만 본사의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조건에 대만으로부터 직접 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김 대표는 무방부제·무색소의 원칙을 추가했다. 그런데 가맹점이 200개가 넘어서면서 품질관리에 더 큰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김 대표 측은 가맹점이 240개를 돌파한 상황에서 회사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자본과 성장 노하우를 갖춘 투자자 유치를 모색해 왔고 유니슨캐피털을 최적임자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차코리아의 창업자 및 현 경영진은 유니슨캐피털과 함께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공차코리아는 능력 있는 경영진을 추가로 영입해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차코리아의 지분을 사들인 유니슨캐피털은 특히 외식업 투자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PEF다. 유니슨캐피털은 1998년에 설립된 글로벌 사모 펀드로, 서울·도쿄·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재일 교포 강중웅 회장이 설립한 중견기업 바이아웃 펀드(buyout fund)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성장사다리펀드·롯데손해보험·정책금융공사·행정공제회 등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의 자금도 위탁 운용 중이다. 2014년 6월에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한국의 투자자들이 출자한 약 2000억 원 규모의 한국 투자 전용 펀드를 금융감독원에 등록했다. 이에 따라 유니슨캐피털이 일본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차는 아직 일본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서도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차 시장의 성장이 예견되면서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의 차 전문점 인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차의 최종 목표는 국내의 차 시장 파이를 키워 차를 좀 더 친근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