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눈높이 상품·서비스로 짭짤한 부가가치 창출

한가위의 백미는 귀성길이다. 지루하고 힘들건만 고생 감수의 일등 공신은 고향 방문의 힘이다. 엄마의 품일 수밖에 없어서다.

명절이면 효도 의지가 한층 높아지는 이유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자녀 지갑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 부모가 원하는 제품·서비스 수요를 정확히 짚어내면 꽤 도움이 된다. 요컨대 검증받은 실버 시장의 인기 테마가 그렇다. 실버 시장의 부정론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혀드는 유력 트렌드는 있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검증받은 10가지 실버 테마를 통해 한국 부모의 소비 수요를 짚어봤다. 걸어온 경로와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열도의 선행 경험은 그 자체로 알짜 정보다.
[SPECIAL REPORT] 일본 실버 시장 달구는 유망 테마 10
고령화는 대세다. 거스를 수 없는 조류다. 계속 앞당겨지더니 3~4년 후면 한국도 ‘고령사회’란 공식 타이틀이 붙을 태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7년 노인(65세↑) 인구 비중이 14%를 넘길 것으로 봤다. 고령화는 가뜩이나 저성장을 심화시킨다. 생산인구·세제 기반이 줄면서 성장 압력을 떨어뜨려서다. 또 성장 파이가 줄면 한정 자원은 차별적으로 배분된다. 양극화다. 세대 불문의 불행 지표 증가가 불가피하다. 나라 곳간이라도 탄탄하면 최후 소비자답게 정부 재원을 쓴다지만 우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난이다.

이들은 현재 한국 경제를 옥죄는 3중고(고령화·저성장·재정난)다. 불운하게도 3중고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힘들다. 첩첩산중의 악화 일로란 게 현재 진단이다. 돌파구는 없을까. 이쯤에서 떠오르는 게 신정부마다 내놓는 미래의 성장 산업 발굴 의제다. 안타깝게도 그 대부분은 갈 길이 멀다. 능력도 의지도 좀 부족하다. 다만 예외가 있다. 상황 논리와 당위론을 연결할 때 빠지지 않는 유력 후보가 실버산업이다. 잘만 키워 내면 거대 인구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짭짤한 성장 시장의 기대가 높다. 은퇴 세대가 주머니를 열고 입소문을 내줄 맞춤형 눈높이 상품·서비스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들을 획일화된 대량 소비의 매스 집단이 아닌 섬세한 미시 시장의 집합체로 본다면 붐업조차 가능하다. 지금부터 일본의 실버 시장에서 성공 예감이 확인된 10가지 유력한 실버 테마를 살펴보자.


테마파크의 변신
테마파크의 주력 고객은 자라나는 차세대다. 상식적인 기본 전제다. 다만 고령사회에선 통하지 않는다. 놀이동산이 더는 자녀 세대의 전유 공간일 수 없다. 가뜩이나 줄어든 자녀 세대만 고집하면 문 닫기 딱 좋다. ‘취업→결혼→출산→양육(교육)’의 체인 단절로 잠재 고객이 대폭 줄었다. 실제로 일본이 그랬다. 버블 때 줄지어 건설된 테마파크는 공급과잉과 고객 감소 속에 고전을 반복했다. 흉물로 방치된 곳도 부지기수다. 단골손님이던 청년 인구의 출입 감소로 불황 한파를 맞은 오락실도 마찬가지였다. 생존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다. 타깃은 신규 고객 발굴이다. 자연스레 결론은 노인 인구로 갈무리됐다. 핫이슈로 부각된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다. 동심이 녹아든 환상 세계 경험은 평생 기억되기 마련인데다 늙어도 추억 반추와 손주 사랑을 원한다면 테마파크만한 공간도 없다. 시간과 금전을 갖춘 은퇴 세대와의 교감은 자연스레 늘었다.

대표 사례는 디즈니랜드다. 디즈니랜드의 성공 반전은 고령화·저성장의 환경 변화를 어떻게 수용·극복할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즈니랜드 TV 광고는 반백 노인이 등장해 인생 전체의 행복 추억을 디즈니랜드 속에 반영해 화제다. 디즈니랜드에서의 추억 공유를 호소해 특히 은퇴 세대의 공감을 샀다. 추억 명소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마저 즐겁도록 연출해 냈다. ‘부모님께 연간 입장권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한창이다. 시니어 할인 제도를 비롯해 혜택 제공은 상시적이다. 2007년 고안된 1박 2일의 성인 여행은 손색없는 스테디셀러다. 그 덕분에 어른 고객은 변방에서 주역으로 변신했다. 40대 이상 고객 비율이 20%까지 뛰며 2013년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4735억 엔)을 거둬들였다. 테마파크의 주인공이 노인이 된 셈이다. 독특한 네덜란드 거리를 재현해 화제를 모은 하우스텐보스도 최근 고객 다양화에 성공하며 경영 실적을 안정시켰다. 인구 변화에 기초한 고객 연구와 눈높이를 반영한 맞춤 운용 덕분이다.
[SPECIAL REPORT] 일본 실버 시장 달구는 유망 테마 10
다니고 싶은 욕구
고령은 신체 불편을 동반한다. 움직이고 다니기 힘들다. 운전을 포함해 교통권 확보 바람은 고령 그룹의 공통 요구다. 물론 쉽지 않다. 기초 체력이 떨어지면서 운전은커녕 산책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외출 상황이 발생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중교통도 그림의 떡이다.

틈새는 택시 업계가 읽었다. 노인 수요를 택시 공급과 연결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Km홀딩스’의 ‘안젠(Anzen)’ 택시를 보자. 회사는 악화 일로의 업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노인에게 주목했다. 콜센터인 ‘도와주는 서비스’가 그 결과다. 서비스는 구매 대행, 참배 동행, 자녀 송영, 약품 수령 등 광범위하다. 일례로 외출이 힘든 노인이 묘지 참배를 요청하면 택시 요금을 포함해 시간당 4550엔에 동행해 준다. 이후 30분마다 2050엔이 붙는다. 전세 택시 개념이다. 원하면 묘지 청소까지 서비스에 포함된다. 1시간 평균 매출이 3000엔대에 불과한 운전사로서도 좋다. 손님 없이 대기하는 것보다 수입이 안정적이다.
보다 적극적인 이동권의 실현 사례도 있다. 운전면허증 취득 열기가 그렇다. 이는 전업주부로 살아온 중년 이상 여성 인구에게서 유행이다. 금전·시간·건강의 3박자를 두루 갖춘 백금(platina) 세대의 화려한 외출을 도와줄 일등 공신인 까닭이다. 실제 액티브 시니어의 조건을 갖춘 이들로서는 외부와의 교감 확대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자면 운전면허와 차량 소유가 큰 힘이 된다. 실제 2000~2010년 55~69세 여성의 면허 취득은 2배나 늘었다. 당장 JTB 등 여행 업계가 은퇴 세대 여성 고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은퇴 직후의 여성 취미 1위가 1박 이상 국내 여행(50.4%)으로 4위 당일치기 국내 여행(40%)까지 합하면 절대적인 이유에서다(ADK생활자종합조사, 2012년). 직접 운전해 즐기려는 백금 세대의 심리에 호응해 이에 부합하는 여행 상품을 내놓은 곳이 많다. 만족도는 높다. 자가운전이면 동선은 커지고 체력은 아껴지며 짐 걱정도 사라진다. 적극·자발적인 여행 확대다. 정보기술(IT) 기기에 밝아 정보량도 많다. 업계는 기존의 패키지 대신 자가운전의 잠재 수요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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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여행
빈곤만 해결되면 은퇴는 곧 해방이다. 여러 한계로 현역 시절 경험하지 못한 잠재 욕구를 본격적으로 풀 수 있다. 유유자적의 여행이 대표적이다. 은퇴 생활을 버텨줄 노후 취미 중 여행이 단연 선순위에 꼽히는 건 일본 노인만의 특수 사례는 아니다. 예산·취향·공간·기간 등 은퇴 고객에게 타깃을 맞춘 테마별 세분화된 여행 상품의 양산 배경이다. 물론 쏟아낸다고 고령 여행자가 줄 서는 건 아니다. 맞춤 여정을 완성할 세심한 서비스가 필수다. 미시 시장의 집합체로 표현되는 까다로운 십인십색의 고령 심리를 읽어 이를 반영하는 게 성공 관건인 셈이다. ‘클럽투어리즘’이 내놓은 은퇴 세대 1인 여행객을 위한 ‘라라여행’이 그렇다. 특이한 건 ‘1인’에서 읽혀지듯 홀로 떠나려는 은퇴 여행객에 대한 주목이다. 원래 은퇴 여행객은 대개 부부·친구 동반 상품이다. 1인 기획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실험은 성공했다. 특정 시즌의 2박·3박 상품이 인기 반열에 올랐다. 명절 등에 홀로 있느니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이 먹혀들었다. 1인의 낯섦과 불편 등의 해소 장치는 곳곳에 설치했다. 하차 때 화장실을 안내하거나 집합 시간이 기재된 보드를 내걸어 재차 확인해 준다. 따로 와 사귄 후 다음에 같이 참가하는 반복 여행자도 적지 않다.

카메라 동호회, 철도구락부 등 은퇴 세대가 관심을 갖는 특정 취미·테마와 엮은 상품도 증가세다. 본인 인생에 큰 족적을 남긴 기억 속의 방문 현장과 추억 공간을 찾아내 여행 상품으로 묶은 ‘하토버스’가 대표 사례다. 고령 고객에 발맞춘 상품 기획력의 승리다. 최근 단연 화제인 것은 추억 여행이다. 2010년 쇼와(昭和) 시절 추억 여행을 위해 내놓은 실험 상품은 이제 하토버스의 간판 여행으로 올라섰다. 출시 당일 600명 모집에 5만 명이 신청하는 화제를 낳았다.

추억 명소를 찾아가며 옛 히트곡을 즐기고 싶은 은퇴 고객의 향수 심리를 적절히 읽어낸 결과다. 다이내믹 패키지(DP: Dynamic Package)로 불리는 주문자형 맞춤 여행도 인기다. 교통·숙박·렌터카·부가서비스 등 다양한 여행 부품을 일괄 제공 후 고객이 이를 조합한다는 역발상이다. 역시 은퇴 세대가 주력 고객이다. 고령 부자에 한정하면 최고급 맞춤 여행이 좋다. 5박 6일의 크루즈 여행(Voyager of the Seas)은 10만~60만 엔의 고가지만 완판을 자랑할 정도다. 크루즈열차로 명명된 ‘별 일곱 in 규슈’도 화제다. 2인 1실의 초호화 침실 기차로, 1인당 최고 55만 엔의 거액이지만 은퇴 부자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14개 룸에 30명만 즐기는 희소성의 대가다.


감동의 생활 지원
노인 특유의 힘겨운 생활 불편을 감동의 일상 밀착으로 바꾸면 그 자체가 훌륭한 사업 모델이다. 불편이야말로 곧 지출인 까닭이다. ‘불편→편리’로 변신시키는 순간 부가가치가 발생해서다. 생활 밀착형 맞춤 서비스의 전개 배경이다. 내수 업계 주력 파트 중 상당수도 노인 불편의 생활 환경에 주목한다. 안부 확인을 포함해 찾아가는 서비스인 대행업이 대표적이다. 중견 슈퍼마켓 체인인 ‘헤이와도’가 선두 주자다. 회사는 2011년 주거 지원(home support)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품 배달은 물론 별도 용건을 듣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 잔디 정리, 전구 교체, 지붕 수리 등 소소한 것에서부터 큰 고민 처리까지 다양하다. 요금은 시간당 1500엔인데 퇴직 OB가 전담 직원으로 배치된다.

상품 주문 후 포장·배달해 주는데 독신 할아버지에겐 조리법까지 직접 제공해 준다. 가구 이동 등 배달원이 현장에서 가능한 간단 용건은 전액 무료다. ‘다이신백화점’의 접객 서비스도 환상이다. 짐을 들고 택시도 잡아 주며 무료 버스까지 운영한다. 당일 배송은 기본이다. 밀착 서비스는 대개 신문 배달, 택배 업체 등 호별 방문이 잦은 업계와 연대 형태가 많다. 이 밖에 건당 수수료를 받고 구매 대행은 물론 집 안 청소, 심부름 등 용역 비용을 받는 업체도 인기다.

지자체도 적극적이다. 이와테현의 ‘건강 발신’ 프로그램은 건강 상태별 번호 부여로 매일 아침 해당 노인이 발신하면 이를 체크한다. 상태가 나쁘거나 발신이 없으면 연락·방문한다. ‘NTT니시니혼’은 2012년부터 전화로 대화·상담, 보호, 생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노인 대상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 ‘당신의 전화’로 노인의 얘기를 들어주기도 했는데 70%가 만족했다. 기존 인프라도 활용된다. ‘게이오전철’은 ‘시니어시큐리티서비스’를 통해 철도 주변 거주 노인에게 긴급 통보, 안부 확인, 무제한 대화 통화(정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비 업체와 협력해 긴급 출동 서비스도 옵션으로 붙는다. 아직은 거부감이 있고 비용 부담도 적지 않지만 전망은 밝다.


함께하는 조부모
무연 사회는 연대 강화로 해결된다. 다만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독거 문제는 여전하다. 노인 독거는 그 대표 사례다. 이를 풀기 위해 현실 대안이 나왔다. 요컨대 효도·자애의 관계 복원 차원에서 제기된 ‘보이지 않는 대가족’의 등장이다. 부담스러운 동거 대신 근접 거리의 동거 효과를 추구한다. 자녀 양육과 보모 봉양의 3세대에 제격이다. 실제 자녀 결혼, 출산 이후 시골 부모의 도심 이사가 증가세다. 주택 시장은 근거 스타일을 유력한 사업 모델로 수용했다. 10~20분의 거리에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단지 형성이 그렇다. 아예 한 지붕 아래 대가족이 사는 복합 세대 건설도 유행이다. 포인트는 ‘2.5세대 주택’이다. 만혼(晩婚)·비혼(非婚)을 감안한 미혼 혈육의 공간 마련이 2.5세대 주택의 최대 매력이다. ‘아사히카세이’는 30대 중반의 독신 커리어 우먼을 이미지로 띄워 ‘함께’가 ‘따로’보다 낫다는 점을 호소한다.

함께하는 조부모는 실버 시장의 유력 키워드다. 대가족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해서다. 레저·취미 활동이 대표적이다.

선두 주자는 아웃도어다. 최근 인기 절정인 바비큐 파티가 대표적이다. ‘가족 바비큐’란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온 가족이 쉽고 간편하게 즐기도록 설계해 여름 이외에도 꾸준히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러다. 대가족 여행도 트렌드다. 3대가 함께 묵는 숙박 시설의 대거 등장이다. 연결 객실을 쓰거나 노래 기계를 비치하는 곳도 많다. 근처에 사는 근거 추세와 여행 수요의 증가는 자연스레 3대를 수용하는 패밀리카의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3세대 근접 거주가 많은 신도시의 경우 ‘원 박스 카(One Box Car)’로 불리는 7~8인승 차량이 자주 목격된다.
[SPECIAL REPORT] 일본 실버 시장 달구는 유망 테마 10
병을 이겨 낼 욕구
늙으면 아프고 아프면 괴롭다. 또 괴로움은 무차별적 충격 확대를 뜻한다. 간병 지옥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고령사회→노인 급증→노환 증가→간병 필요→금전 부담→가족 해체’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후보군은 넘쳐난다. 자금 지원(간병보험)의 요(要)간병자는 490만 명을 넘어섰다(2010년). 문제는 치료비다. 양질의 공공시설도 월 15만~20만 엔이 드는데 그나마 공급 부족이고 민간 시설은 저질 서비스와 거액 부담이 두통거리다. 설상가상 아베 정부가 재정난 때문에 간병 원칙을 시설에서 자택으로 옮기면서 간병 지옥을 호소하는 가계는 더 늘었다. 최소 매월 20만 엔의 이용료와 돌려받기조차 힘든 수천만 엔대의 보증금은 충분히 살인적이다.

이 때문에 틈새를 노린 간병 서비스는 자연스러운 시대 욕구다. 노인 상황별 맞춤 수요에 부응한 신규 모델이 착착 나오고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간병 수요에 주목한 차별화된 서비스의 대거 등장이다. 특히 유병 비율이 15%에 달하는 치매 인구를 위해 특화된 자원 결합을 내세운 전문 시설이 인기다.

걸리면 끝이란 치매처럼 노인 질병의 대다수는 사후 치료에 방점이 찍힌다. 최선책은 간병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즉 유병 대책이 아닌 무병 지향의 질병 예방 트렌드가 한층 뚜렷한 추세다.

실천 전략의 운동이다. 성공 사례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 ‘커브스(Curves)’다. 값비싼 헬스장의 반복 운동에 질린 중년 이상 은퇴 여성을 타깃으로 주택가에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포인트는 ‘3 No M’이다. 남자(Man)가 없고 화장(Make-up)이 필요가 없으며 거울(Mirror)이 없다는 의미다. 여성 특유의 불만거리를 없애줬다. 30분 안에 끝내고 샤워 시설과 목욕탕을 없애는 대신 저가 비용의 주택가 입지로 비용 부담을 줄였다. 샤워는 집에서 하는 게 기본이다. 지금은 동네 아줌마·할머니의 사랑방으로 진화했다. 친구를 사귀며 살 뺀 김에 쇼핑을 같이 다니거나 여행 팀마저 꾸려진다. 점포로도 좋은 게 분위기가 살고 운영하기 한결 수월하다.


즐거운 배움과 취미
돈은 은퇴 걱정의 클라이맥스다. 다만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은 아니다. 돈만큼 중요한 게 취미 영역이다. 은퇴 이후 11만 시간(65세 시점 잔존 시간)의 활용법에 대한 주목이다. 의외로 은퇴 세대는 시간 공격에 취약하다. 현대화·도시화·파편화된 현역 시절 삶이 은퇴 생활조차 폐쇄적이고 개별적인 시간으로 연결시킨다. 건강한 이조차 TV 앞에서 기계적으로 리모컨을 돌리는 게 은퇴 생활이다. 이웃과의 일상 교류는 적다.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은 단절 상태다.

‘회사 인간’이었던 남성 은퇴자가 특히 심각하다. 필요는 수요를 낳는다. 취미 활동과 사회 참가에 적극적인 은퇴 세대의 수요 증가가 목격된다. 고령자의 그룹 참가는 60%(2008년)로 늘었는데 특히 건강과 유대를 위해 스포츠(31%), 지역 행사(24%)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2013년 고령사회백서). ‘배우려는 노인’도 늘었다.

학습·자기계발·훈련 등을 받은 고령자가 30%대다(2011년). 베이비부머처럼 젊은 고령자가 합류하고 노인 활력을 높이는 제도 정책이 겸비된 결과다.

당장 “몰라서 못할 것”이란 인터넷 이용률이 늘었다. 60대는 2001년 15%에서 2010년 65%로 증가했다. 70대도 40%대다(총무성).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무장한 ‘스마트 시니어’의 출현이다. 누적 판매 2000만 대를 돌파한 노인 전용 스마트폰 ‘라쿠라쿠(후지쯔)’가 이를 대변한다.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천천히 크게 듣는 기능은 물론 버튼과 글자를 키워 인기다. 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취미인구락부’는 노인 정보는 물론 2030세대와의 공감 이슈를 찾아내 화제다. 취미 공유는 시장 성장세다. 여행·노래·블로그·인터넷 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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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무한 진화
외로운 식사(孤食)는 은퇴 세대의 생활 풍경이다. 귀찮고 힘들어 도시락 등 완성품 혹은 (반)조리 음식을 선호한다. 즉 실버 시장의 도시락은 외식 물품이 아니다. 집 안에서 먹는 ‘나카쇼쿠(中食)’다. 도시락은 물론 반찬·디저트까지 포함된다. 외식(外食)과 내식(內食:집 밥)의 중간식이란 의미다. 편의점이 매출 기여의 일등 공신인 도시락에 사활을 건 이유다. 타깃은 은퇴 세대다. 거대 조류는 ‘인스턴트→신선 제품’으로의 노선 변화다.

노인 건강의 위협 인자에서 지원 우군으로 선회한 셈이다. 주먹밥·도시락·빵 등이 인기 품목이다. 비단 홀몸노인뿐만 아니라 남편 은퇴 후 편의점을 활용하는 노인 여성도 많다. 세븐일레븐·로손 등의 신선 식품 라인업은 확대일로다. 당뇨식·감염(減鹽)식·기자미(잘게 쓴 재료)식·환자식 등 광범위하다. 유기농은 물론 인접 지역에서 재배된 농수산물로 잘 계산된 영양분을 반영한 도시락도 출시되는 추세다. 과일·채소·두부 등 신선도가 생명인 민감한 상품도 판매한다. 한편 ‘스토어 100(로손)’은 독거 고객을 위해 용량과 가격을 줄인 소량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시니어 편의점으로 유명하다.

사갈 수 없다면 배달은 새로운 수요다. 노인 그룹에 집중되는 구매 난민을 위한 도시락 등 음식물 배달 서비스의 등장이다.

‘패밀리마트’는 신문 판매점과 제휴해 도시락 등의 택배 서비스에 나섰다. 상품은 있는데 전달 체계가 없는 편의점과 수익 구조가 마땅치 않은 신문 보급소의 제휴다. 이동 판매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식품·일상품의 이동 판매 차량을 도입했다. 전국의 개별 점포를 착발 기지로 쓰면 세밀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노인 대상 도시락 서비스 업체인 ‘99플러스’는 고기·채소·잡화 등 일상 품목 1만2000개 이상을 소량으로 포장해 99엔의 동일 가격에 판매한다. 고급 반찬 전문점인 ‘로크필드’는 30종류 이상의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로 입소문을 냈다. 반찬 상자 배달 사업도 있다.

‘이와키노카상’은 반찬 상자의 정기 배달로 화제다. 최초 반찬 상자를 전달해 준 후 1~2주일에 1회씩 찾아가 먹은 양만큼 돈을 받고 또 채워 주는 구조다. 1상자에 50종류의 반찬이 있는데 가격은 품목당 150~300엔대다. 메뉴가 다양하고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적정 분량이라 낭비도 막는다. 특히 정기 방문으로 반찬 교체뿐만 아니라 전등 교체 등 생활 불편까지 돌봐준다. 제품 개발 의도부터 외로운 고립 사망을 막자는 사회적 목적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다. 아이디어를 낸 회장이 88세의 단신 고령자로 누구보다 독거 생활의 비참한 현실과 수요를 잘 알기 때문이다.


고기능의 장난감
은퇴 이후 질병 공포의 핵심은 치매다. 가뜩이나 무연 사회와 홀몸노인이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의 유병 비율이 사상 최대치다. 간병 지옥이란 표현처럼 치매 환자의 발생은 상상 초월의 후폭풍을 야기한다. 최선책은 사전 예방이다.

이때 노인을 위한 완구 제품은 꽤 유효한 아이디어다. 치매 예방과 체력 향상 등의 기대 효과가 고무적이다. 대개 완구 메이커와 복지 아이템 관련 기업의 공동 개발이 주류다. 이미 홀몸노인이 타깃인 커뮤니케이션 로봇은 상품화됐다. 물개로봇 ‘파로’는 온몸이 하얀 털로 이뤄져 접촉하면 반응을 보여 우울증·치매 환자 등의 심리 치료에 좋다. 원전 폭발 당시 홀몸노인에게 보급돼 효과를 거뒀다. 또 ‘마루모’는 치매 주인이 한 일을 알려주고 못 찾는 물건을 찾아 주며 복약 시간까지 알려줘 화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반다이남코홀딩스’는 악기 메이커,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즐기면서 운동하고 뇌기능을 활성화하는 게임기를 내놓았다.

‘두근두근 뱀퇴치2’다. 의자에 앉아 차례차례 나오는 뱀을 밟으면 득점하는 구조다. 발힘을 길러 넘어지는 사고를 막아준다. 고령자와 간병인의 부담을 줄인 독특한 완구도 있다. 의료 위생 및 완구 메이커가 힘을 합쳐 만든 커뮤니케이션 로봇 ‘끄덕 호박씨’다.

호박 팬티를 입은 3세 남아를 닮은 로봇으로 상대 소리에 반응해 끄덕이거나 말을 거는 게 특징이다. 등록 단어는 400개로 간단한 동작 요구와 후속 재촉 등의 반응이 재미나다. 개당 2만1000엔이지만 독신 노인 등의 구매가 많다. ‘다카라토미’의 인형 시리즈는 아동용으로 개발됐지만 고령자에게 더 인기다. 말하는 인형으로 ‘꿈의 아이 네루루’와 ‘꿈의 아이 유메루’가 주인공이다. 구입자의 80%는 50대 이상이다. 대화 기회를 제공하거나 위로해 주는 기능이 인기 비결이다.
[SPECIAL REPORT] 일본 실버 시장 달구는 유망 테마 10
죽음 이후의 정리
죽음 준비로 해석되는 ‘슈카츠(終活)’가 인기다.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을 적극·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활동이다. 미리 준비해 급작스러운 이별과 갈등을 줄이는 차원이다. 단골 메뉴는 유품 정리 및 상속 갈등 관련 이슈다. 각광은 유언대용신탁이다. 위탁자의 생존 중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하고 사망 이후엔 가족을 수익자로 설계한 신탁이다. 즉 유언에 대신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신규 수탁 건수는 2010년 44건에서 2013년 상반기에만 2만1359건에 달했다.

주로 50대 이상으로 건강 불안과 상속 갈등의 경험이 가입 계기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의 ‘아주 안심신탁’이 대표적이다. 수탁자가 본인 상황에 맞춰 생활 자금을 계획적으로 받고 사망 이후엔 손쉽게 유족에게 넘어가도록 설계됐다. 원금이 보장되고 관리 보수는 무료다.

사후 정리와 유품 정리·화장 등의 특수 청소업도 등장했다. 최근 3~4년 새 급증세다. 공동묘지와 보증 대행 등의 사업도 번성 중이다. 고독사 후 유품 정리, 청소 대행을 해주는 ‘키퍼즈’는 경쟁 격화 속에서도 연간 1500건 이상 처리한다. 요금은 건당 25만~30만 엔대다. 무연의 단신 노인이 많은 고령자 시설엔 묘지 알선 등 사후 준비 광고가 수두룩하다.

2011년엔 송골(送骨) 서비스도 나왔다. 유골을 우편 박스에 넣어 납골 시설에 보내면 알아서 뒤처리(?)해 주는 사업이다. 사찰이 시작한 아이템인데 5만5000엔으로 50년간 납골당에 모셔준다. 천문학적인 묘지 관리비를 감안할 때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굳이 고인과 연결되기 싫어하는 고객이 많다는 후문이다.


6차산업의 활력
잘 늙는 유력 비법은 ‘일’이다. 은퇴 전략의 최선책도 일이다. 근로소득의 확보가 노후 불안을 잠재우는 첩경인 까닭이다. 건강·만족 등 부가 효과는 덤이다. 장기·안정적인 일자리야말로 행복 노후의 방점이다. 반대로 일을 놓는 순간 은퇴 갈등은 본격화된다.

금전 압박과 가족 분쟁이 표면화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고령 근로가 힘들다. 단기·저임금의 열악한 주변부 일자리조차 경쟁 돌파가 필수다. 그나마 받아주면 다행이다. 정년을 연장했다지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때 유력한 해결 테마가 ‘6차산업’이다. 잉여인간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고령 인구가 생산 주체로 가치 창출에 기여할 몇 안 되는 해법 단어다.

열도 노인들은 6차산업을 면밀히 주시한다. 시골 풍경에 녹아들며 평생 직업의 탐색 기회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시간·건강·금전 우려를 단번에 해소할 힌트를 내포해서다. 사양길의 농업 부활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고무적이다. 잉여 노동이 과소 공간과 결합하는 것만으로 농촌 부활, 노인 활력, 재정 확보, 생산 기여의 다목적 함수가 해결된다.

6차란 1차(단순 생산)인 농업을 2차(가공·제조), 3차(판매·관광)로까지 확대한 개념이다. 즉 ‘1×2×3’의 6차다. 지방 농촌은 6차산업 전담지원팀을 꾸려 귀농 고령자를 모시는 데 열심이다. 성공 사례는 홋카이도에 많아 ‘홋카이도 농원 모델’로도 불린다. 핵심은 ‘수동적 하청 구조→자발적 부가가치’로의 방향 선회다. 거대 자본의 하청 탈피를 통해 기간산업화를 지향한다.

겨울 망고로 유명한 ‘진나이홈21’이 대표적이다. 겨울 망고로 고가격의 희소성을 실현했다. 영농학교까지 만들어지면서 유입 인구가 늘었다. 농업 법인 ‘고토교토’는 계절별로 굵기를 달리한 파(가공품)의 직판 계약을 늘려 고령 취업을 거든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