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해양 플랜트가 수익성 악화 주범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1조 원 손실 이어 신용 등급 강등 위기

문제는 그간 현대중공업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던 해양 플랜트 부문의 실적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 산업의 대표 주자인 현대중공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영업적자에 이어 신용 등급이 사실상 떨어지고 주가도 하락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수장’ 이재성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30일 올해 2분기 매출 12조8115억 원, 영업손실 1조1037억 원, 당기순손실 6166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5.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를 두고 업계에서는 “무리한 수주가 화를 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3개 신용 평가사는 일제히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 등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거나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 회사채 신용 등급을 ‘AA’로 재확인했지만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고 7월 31일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날 현대중공업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 등급 ‘AA+’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문제는 그간 현대중공업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던 해양 플랜트 부문의 실적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금융 위기 전후로 조선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저가로 수주 받은 물량이 공정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한 해양 플랜트는 수익성 악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했다.


‘비상 경영’ 선포하고 사우디 현장으로
그런데 그간 버팀목 역할을 했던 해양 플랜트가 손실 확대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발주처의 플랜트 사양 변경 등으로 일부 수주 물량에서 공기가 지연되고 원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국내 조선 업체는 해양 플랜트 핵심 부품의 70~80%를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어 사양 변경 등에 따른 대처 능력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 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다시 한 번 고삐를 죄고 있다. 비상 경영의 일환으로 이미 급여의 30%를 반납한 바 있는 이재성 회장은 해외 공사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했다. 이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것은 이곳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제다와 슈카이크의 완공이 2017, 2018년이라는 점에서 흑자 전환 시기를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좋은 물량을 수주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시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