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겨냥 보호무역 조치 강화…한국·대만 철강사 직격탄
“미국 중간선거가 US스틸에 큰 선물을 안겨 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상무부가 한국·대만 등 8개국 철강 업체들의 유정용(원유 시추용) 강관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최종 부과한 데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미 상무부의 반덤핑 판정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US스틸 등 철강 업체들과 노조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일부 철강 업체에 혜택을 줄지 몰라도 미국 전체 제조업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유정용 강관을 사용하는 원유 개발 업체들은 시추 비용이 늘어나면서 그 부담을 에너지 가격에 전가하고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미 상무부는 지난달 말 중국과 대만산 태양광 전지와 패널에 대해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면서 10.74~55.4
9%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6월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들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19~35%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뒤 한 달여 만에 다시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트리나솔라·잉리그린에너지 등 중국 업체들은 2012년의 14~17%보다 높은 26~4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 받았다. 중국 정부는 “미 상무부의 관세 부과는 사실과 무역의 기본 규정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것은 국내 정치 지형 때문이다. 오바마 민주당 정권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에서 다수당을 지켜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빼앗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마저 빼앗기면 조기 레임덕뿐만 아니라 ‘정치적 유산’도 위태로워진다. 상원을 지키기 위해선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조와 소수 인종, 싱글 맘 등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상무부 자체 규정 어긴 이례적 결정”
노조의 표심을 얻는 데 상무부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자금 지원군 역할을 해 온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이 총대를 메고 있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결정이 하이라이트였다. 워싱턴 소재 대형 로펌의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 상무부가 자체 규정까지 어기면서 내린 아주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철강 업체들이 요구한 관세는 대략 7%였는데 상무부는 이보다 높은 9.89~15.75%를 때렸으며 정해진 기한을 어기면서 추가적인 자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지난 2월 예비 판정에서 한국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US스틸 등 철강 업체와 노조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자 50여 명의 연방 상원의원이 상무장관에게 예비 판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판정이 뒤집어졌다. 워싱턴 소재 유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대니얼 이켄슨 무역정책연구소장은 “반덤핑 관세율 산정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중간선거와 내년 이후의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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