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종 사라지면서 관람객 줄어, 번식 촉진 위한 상호 협력도 지지부진

[GLOBAL_일본] 늙어가는 코끼리…동물원 고령화 ‘몸살’
태어나면 늙는 법이다. 피하기 힘들고 피할 수조차 없다. 숙명처럼 받아들일 뿐이다. 고령화는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불가피성이다. 고령화는 인간만의 핫이슈가 아니다.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요즘 일본에선 동물원 동물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졌다. 한계 취락(65세 이상의 사람들이 마을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집단)의 농촌처럼 순식간에 개체수가 줄어든 동물원 동물이 부지기수다. 희귀 동물만의 고민은 아니다. 친근했던 낙타·공작 등은 물론 전국에 산재했던 전통 가축도 개체 감소는 공통적이다. 동물 고령화의 상징 개체는 코끼리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끼리의 죽음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1985년 152마리까지 늘었지만 최근 100마리를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까지 급감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최근 10년 동안 40%가 줄었다. 이 종은 워싱턴 조약에 따라 매매 금지가 엄격하게 요구되기 때문에 고령화는 개체 유지의 최대 난제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번식하면 되지만 그마저 확률이 희박하다. 코끼리 번식은 지금까지 4마리에 불과했다.

동물원으로선 동물의 고령화 위기감이 구체적이다. 고릴라 50%, 기린 30% 등 다른 동물도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희귀 인기종이 사라지면 경영 핍박이 불가피하다. 다른 희귀종을 확보하면 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기린만 해도 수수료·운송비를 포함해 마리당 1700만 엔의 초고가다. 7년 전보다 5배 가까이 급등한 시세다. 희귀 동물을 싹쓸이하던 30~4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사태다. 가격 급등은 중동·아시아 등 신흥국의 동물원 건설 붐 때문이다.

해법은 번식이다. 건강한 출산을 유도하면 개체 유지에 우호적인 까닭이다. 1988년 유전적인 다양성을 유지하며 번식을 확대하도록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결과는 글쎄다. 강제력이 없는 협회 추진으로 실행 결과는 거의 없다. 번식을 위해 동물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것도 힘들다. 상당 기간 관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영엔 부담스럽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경영 측면과 번식 우선의 딜레마 속에 의견 통일이 힘들다. 동물원의 60~70%가 지자체에 속하는데 이를 소유 재산으로 여기는 점도 한계다. 시의 재산을 함부로 이동시킬 수 없다는 개념 때문이다. 암수 커플 중심의 관람 배치라는 고정관념도 문제다. 암수 조합이 아닌 군집을 이뤄 번식 개체수를 늘려 가는 사육 방법에 익숙지 않다. 군집 번식에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구정책도 결국 ‘리더십’에 달렸다
반면 유사 문제를 번식 확대를 위한 연대 구축으로 해결한 미국 사례가 주목된다. 미국은 아자(AZA)미동물원수족관협회를 중심으로 224개 동물원이 번식 계획에 참가했다. 근친 방지를 위해 동물의 연령과 혈통 등 유전 정보를 토대로 동물학자가 번식 조합을 논의·조정하도록 했다. 현재 사자·코끼리·침팬지 등 300종 이상이 관리 목록에 포함됐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번식 동물의 이동 권한도 가졌다. 가맹 동물원은 이동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 필요하면 다른 동물을 융통해 빈자리를 채워 주기도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출산율 등 번식 성과가 높아져서다. 일례로 최근 5년간 무려 20마리의 침팬지가 태어났다.

비약하면 동물원의 위기는 인구문제의 축소판이다. 해법도 인구문제와 유사하다. 미국은 하향식(Top-Down)의 강력하고도 과학적인 조직 운영으로 개체 번식에 성공했다. 인구정책의 성패가 대부분이 중앙 정부의 추진 의지와 장기 계획 등 리더십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