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사임…LG실트론 투자 실패 책임
변양호 대표는 “LG실트론 투자 실패에 대한 1차 책임은 보고펀드에 있고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투자자와 채권단 모두를 위한 길”이라며 퇴임 의사를 밝혔다.변양호(60) 보고펀드 공동대표가 대표직을 내놓기로 했다. 2007년 인수한 LG실트론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보고펀드라는 이름도 추후 바꿀 예정이다. 토종 사모 펀드 1호로 꼽히는 보고펀드는 2007년 LG실트론 상장 추진을 목적으로 투자 자금을 모았다. KTB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고 ‘LG실트론인수금융’을 통해 LG실트론 지분 49%를 사들였다. LG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LG그룹 계열사다. 그러나 LG실트론의 상장이 무산돼 투자금 회수에 실패했고 결국 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2250억 원을 갚지 못했다.
변 대표는 “LG실트론 투자 실패에 대한 1차 책임은 보고펀드에 있고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투자자와 채권단 모두를 위한 길”이라며 퇴임 의사를 밝혔다.
‘변양호 신드롬’의 주인공
변 대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으로 과거 이력이 화려하다. ‘모피아(기획재정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핵심 인사로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냈다. ‘변양호 신드롬’은 소신껏 일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로 통했다. 2000년대 초반 변 대표가 관료 시절 ‘현대자동차 로비 의혹 사건’과 미국계 사모 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떠넘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얽혔지만 130여 차례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 나온 말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10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일로 촉망받던 관료로서 ‘변양호의 꿈’은 꺾였다.
이후 2005년 변 대표는 보고펀드를 설립하며 돌연 사모 펀드 업계에 발을 들였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외에도 비씨카드·동양생명·아이리버·버거킹 등을 인수·합병(M&A)하며 창업 9년 만에 약정액 약 2조 원 규모의 국내 대표 사모 펀드 운용사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그를 가리켜 ‘국내 사모 펀드 1세대 대표 주자’라고 불렀다. 관료로서는 실패했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사모 펀드가 뿌리내리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그가 이룬 공이 작지 않아서다.
LG실트론 투자가 최종적으로 부도난다면 보고펀드로서는 첫째 투자 실패 사례가 되는 셈이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 투자 실패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LG그룹와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LG그룹 임원들의 지시로 상장 추진이 중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LG그룹은 보고펀드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결국 변 대표의 명예 회복은 또다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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