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업체 동반 진출 노려 무차별 원조…에너지 협력 등 확대되며 ‘식민지화’ 가속

[경영전략 트렌드] 통신망 투자로 아프리카 패권 쥔 중국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은 2002년 53개국 아프리카 국가로 구성된 국제기구로 발족됐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 본부를 둔 전임 기구로, 1963년 설립된 아프리카통일기구(Organization of Africa Unity)의 정신을 계승했다. 아프리카통일기구는 냉전 시기에 아프리카 국가의 단결 촉진, 독립 주권 확보, 식민 정치 종결 등을 목표로 아프리카 대륙의 30개국이 뭉친 제3세계 비동맹 기구의 대표적 단체였는데, 아프리카연합은 53개국을 회원국으로 구성해 좀 더 광범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경제공동체(African Economic Community)와 통합해 정치 및 경제의 범위를 모두 총괄하는 단체가 됐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에 관한 의사 결정을 주관하는 단일 조직을 출범하게 됐다. 아프리카연합의 탄생은 아프리카 국가 간 정치제도의 변화로서는 제일 주목할 만한 것으로, 53개국이 신속히 뭉쳐 각국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미래 시장 아프리카
조직 출범의 핵심 인물이었던 리더들은 나이지리아의 올루세군 오바산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이미 별세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다. 오바산조와 음베키는 그들 나라의 대외 관계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아프리카통일기구를 개혁하려고 했고 가다피는 수년간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프리카통일기구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 결과 아프리카연합이 탄생됐다.

아프리카연합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 아프리카 대륙을 새로운 무역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기치를 내걸고 있다. 이들 리더는 각자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아프리카연합을 움직일 계획이지만 이들이 과연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이익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또한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상대적으로 잘사는 국가인데, 사하라사막 지역의 최빈곤국이 이들 목소리 큰 국가들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 후 과연 최빈국(least developing countries)의 경제가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로 그루핑을 해보면 그룹 간의 차이는 벌어지되 그룹 내에서는 수렴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말하면 최빈국은 다 같이 더 못살게 됐다는 것인데, 아프리카의 경우 북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데 사하라사막 이남(sub-saharan) 지역의 빈곤이 문제다.

이들 지역의 빈곤을 설명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정부의 부정부패, 종족 간 갈등 및 내전, 낙후된 공공 보건,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 따른 사망률 그리고 그로 인한 낮은 기대 수명,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 등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 중 눈길을 끄는 것을 소개하면,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부패 정도가 심한데도 공공 보건 분야 해외 원조 집행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모순점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 있다. 저자는 공공 보건 분야에서 원조의 조건을 이행하는 것은 산업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이행 비용(compliance cost)이 낮기 때문이라면서 부정부패가 심한 국가에서 외국으로부터 원조 받은 돈을 공공 분야에서는 잘 이행함으로써 어느 정도 업적을 증명해 타 분야에서 더 큰 부정부패를 누리기 위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슨과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 이프의 공동 연구는 1970~2000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0.5%에 머무르던 사하라사막 이남의 국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에 5.9%씩 성장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도 성장의 잠재력이 있는지에 대해 밝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세계은행의 서베이 데이터를 사용해 통계를 분석했는데, 결과가 자못 흥미롭다.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국가들 중 비교적 잘사는 국가 네 곳(남아공·모리셔스·보츠와나·나미비아)을 제외하고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업이 더 영세하고 규모가 작고 지리적으로는 육지에 둘러싸이고(즉 바다를 면한 항구가 없고) 오랜 무력 갈등이라는 환경적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인프라 수준도 형편없고 수출 신용을 비롯한 자금 지원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었다. 일당독재가 흔했고 뇌물 상납도 오랜 관행이었다.


공적 원조 사각지대인 ‘IT 인프라’ 정조준
그러나 조건이 동일하다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 기업들은 총요소생산성, 노동생산성, 노동생산성 성장률, 매출 성장률, 수출 비중 등 기업의 성과 지표들에서 동유럽이나 남태평양의 1인당 GDP가 3000달러 미만인 비교 집단을 오히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지리적 악조건 등이 교통과 통신 인프라의 발달 등으로 어느 정도 극복되고 일당의 장기 집권 대신 정치가 경쟁 시스템으로 바뀌고 노동시장 등에서 규제가 사라진다면 아프리카 최빈국 지역 기업들은 아프리카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인프라의 열악성을 이들 지역의 경제 발전을 더디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아프리카 정부들도 인프라 발달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외부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유무선 통신 기반을 까는 데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떠오르는 이 시장은 해외 진출의 마지막 보루로 주목받아 왔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기업들이 진출 기회를 노렸지만 현재의 패권은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발전은 이 지역의 경제 성장에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지만 선진국 혹은 중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내에서도 역시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국가들은 북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정보통신의 보급률이 떨어지고 동일 국가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발전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도농 간 정보통신 보급률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문제다.

아프리카 인프라에 대한 투자 재원은 크게 보아 공공, 민간 참여, 공적개발원조(ODA) 및 비경제협력개발기구(非OECD) 재원으로 나뉜다. 그런데 정보통신 인프라 같은 경우 상업적 성격이 짙기 때문에 OECD 규정 때문에 OECD 국가로부터 원조를 받는 것에 제한적이다. 이 틈을 중국이 노려 ODA를 지원하면서 자국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조건으로(tied ODA) 아프리카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인권유린이나 부정부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정보통신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 무차별 원조를 제공해 왔는데 교묘하게 자국 기업을 동반 진출시켜 이들 수혜국과 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자국 기업의 돈벌이도 유도하는 소위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을 펴 왔다. 이에 따라 서방국가로부터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맹비난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2010년에 이미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 프랑스의 뒤를 이어 제2위의 대아프리카 수출국이 됐으며 아프리카 역시 중국의 자국 에너지 수입처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에너지 원천 지역이 됐다.
[경영전략 트렌드] 통신망 투자로 아프리카 패권 쥔 중국
<표>를 보면 2000년대 중·후반까지 중국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출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한국 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에도 진출해 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기간 통신망을 깔아줌으로써 향후에도 계속 중국 제품을 쓰도록 유도하며 중국 기술이 아프리카에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들이 진출하면서 해당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은 전후로 에너지 기업도 곧 진출하는 정해진 행보를 보인다. 시노펙(Sinopec)은 수단과 앙골라의 석유에 투자하면서 현지에서 수직 계열화했다. 중국해양석유공사(SNOOC)와 중국우광집단(China Minmetals)을 비롯해 레노버나 TCL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다. 자회사 설립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들은 아프리카 현지국의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중국 기업들은 현재 포천 500대 기업에 올라 있는 중국의 대표적 회사들로, 선진국에 진출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아 아프리카를 전략적 거점으로 중화제국을 건설 중이다.


‘신흥국 라이벌’ 인도는 의료 서비스 집중 전략
부패 지수가 높은 국가의 이권 사업에 진출하려면 많은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듯이 중국 정부와 기업도 지역 내 각종 검은 고리에 연관되고 있다. 한편 민간 차원에서는 이렇게 중국 기업이 진출하면서 관련 업종도 따라서 아프리카에 진출해 차이나타운이 곳곳에 형성되고 있는데, 역시 중국인들의 상술은 만만치 않다. 중국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심지어 지역 내 아프리카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이 폐업하고 있다는 보고도 많다. 원조로 시작해 결국은 에너지 및 천연자원 확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의 건설 및 중국인의 현지 장악으로 귀결되는 중국의 행보는 오히려 신흥 시장 경쟁국인 인도의 아프리카 진출을 이끌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자원 확보와 약탈적인 현지 상품 시장 진출 방식이 아프리카 내 혐중국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역작용을 보면서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중심으로 진출하는 등 중국과 차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협상의 단일 창구가 돼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더 진출하기 쉽게 도와주고 있다. 중국은 1955년 반둥회의라고 불리는 아시아·아프리카회의에서부터 제3세계의 빅 브러더를 자처해 왔고 현재까지도 제3세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재 자금력을 쏟아붓는 중국의 투자 외교는 아프리카연합을 ‘중국화’해 민족주의 기치를 펴는 아프리카연합의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아프리카 내에서 이미 남이 아닌 대우를 받고 있다.

마지막 시장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나라들은 시장 개척을 위해 국가를 비롯해 전방위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해 보면 더운 여름에 갑자기 서늘해진다.


곽주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