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CEO가 되다] 생소한 분야보다 전직·전공 살려라

고학력 주부들 교육 업종 선호…노동강도·운영 난이도 따져야

최근 창업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중년 여성들의 약진이다. 주로 4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에 속한 여성들의 창업 사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집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올인했을 이들이 생계 전선에 뛰어든 요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대란이 꼽힌다. 퇴직이 코앞에 닥치면서 당장 생계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인생 2막’ 준비에 적극적이기 어려운 남편 대신 창업 정보를 수집하거나 교육을 받는가 하면 남편의 퇴직 후 창업을 대비해 일부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창업 경험을 쌓는 주부들도 많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상황에선 60세 이후에도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 현실은 당장 퇴직을 앞두고 준비가 없는 남편 대신 주부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연이은 불황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기 위한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인생 2막’ 주부가 챙겨라
“나만의 장점을 살려라.” 창업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성공 창업의 제1 원칙이다. 주부 창업 성공 사례 역시 ‘주부’ 또는 ‘여성’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한 경우가 많다. 밥버거 전문점인 ‘뚱스밥버거(www.bobburger.co.kr)’ 고덕점을 운영 중인 서나라 점주는 전형적인 주부 창업자다. 처음엔 어린이집 개원을 고려하던 중 밥버거 전문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창업하게 된 케이스다.

서 씨는 “내 아이,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 자부심을 갖고 장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빵·피자·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잖아요. 밥으로 만든 건강한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단골손님이에요. 집에서는 밥 한 숟가락 먹이기도 힘든데 여기선 밥버거 하나 뚝딱 해치우니 엄마들로선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죠.”

서 씨 사례와 같이 주부들이 선호하는 창업 아이템의 특징은 깔끔한 인테리어에서 운영하기 편리하고 노동강도가 세지 않은 일들이다. 대부분이 육아와 가사의 부담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식 카페나 떡볶이 전문점, 밥버거 전문점 등 소자본 창업 아이템에서부터 디저트·브런치 카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유기농 식품점 등은 여성·주부 창업자들이 전형적으로 선호하는 업종이다.

특히 커피 전문점, 테이크아웃 카페는 노동강도가 세지 않아 주부들이 선호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한 업종이기 때문에 빙수·수제초콜릿·추로스·컵케이크·젤라토·파니니·샌드위치 등으로 추가 매출 상승을 꾀하는 융합형 창업 아이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판매 업종은 완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운영하기가 더 쉽다. 주부다운 꼼꼼함을 살려 상품·매장 관리만 잘해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대기업 브랜드 화장품 판매점, 아로마 향초, 캔들 전문점 같은 판매 업종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 관리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교육 업종은 고학력 주부들이 선호한다. 육아 경험도 활용할 수 있고 비슷한 연령대의 주부들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영업에 유리하다. 놀이교육원·영어학습관 등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창업 아이템이다. 논술학원이나 체험학습 관련 사업 등도 창업이 활발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부 창업이 사회현상과 맞물려 증가세에 있지만, 사회와 10년 많게는 20~30년간 단절된 만큼 실패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며 “아무 정보 없는 ‘묻지 마’ 창업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부 CEO되기 십계명

내 능력과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라
전공 분야 또는 전직을 살려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험·노하우·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한다. 너무 생소하거나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분야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되도록 과거의 직장 경험을 사업화한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30대 이상의 여성·주부들은 외식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에 익숙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외식업 주방 일은 몇 배는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다. 먼저 창업 전선에 일찍 뛰어든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필수다. 나와 동떨어진 업종을 찾기보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시어머니의 빼어난 장맛, 음식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뛰어난 살림 솜씨 등이 소중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남편과 가족의 동의를 반드시 구하라
주부들이 창업의 꿈을 접는 이유 중 하나는 가족의 반대다. 남편과 부딪치고 아이들의 교육도 생각해야 한다. 창업하면 길게는 하루 15시간 이상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가정에 소홀해지기 쉽다. 이에 따라 남편의 동의를 얻고 아이들의 양육 문제도 매듭지은 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주부들은 남편과 가족들의 동의가 없다면 처음부터 원만한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은 금, 시간 관리가 매출 관리다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엄격하게 따져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한다. 창업은 그 자체로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는데, 주부는 거기에 엄마와 아내의 역할까지 더해야 하므로 시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장은 집과 가까울수록 좋다.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주부들은 특히 그렇다.


지자체 등 창업 관련 교육을 활용하라
살림만 해 온 전업주부라면 각종 창업 교육들을 활용해 창업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는 게 필수다. 창업 교육 지원 사업으로 여성 친화적인 아이템을 선정해 여성 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으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성인력개발센터·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을 눈여겨보자. 이런 기관들에서는 무료나 실비로 여성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업종별로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창업 전에 창업교육을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업 성공·실패 확률이 극명하게 갈린다.


부족한 사회 경험, 전문가의 조언으로 보충하라
성공 창업을 위해서는 사업 계획서 작성부터 아이템 선정, 홍보·마케팅 전략 등 고민해야 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사회 경험이 부족한 주부가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소상공인지원센터나 창업 컨설턴트의 조언이나 도움을 받아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게 좋다.

부족한 자금 활용 방안을 찾아라
자금이 부족하다고 남의 돈을 쉽게 빌려 쓰는 건 악수다. 수익이 예상대로 나오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럴 때 빌려 쓴 돈, 즉 빚은 창업 실패를 부르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예상 금액 내에서 창업하는 게 가장 좋다. 부득이하게 자금이 모자랄 때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창업 자금을 활용하는 게 좋다. 소상공인지원센터나 지방자치단체에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한도 내로 창업 자금을 융자해 주는 제도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실직 여성 가장 창업 자금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지원하는 여성 가장 창업 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자금이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한 후 활용하도록 하자.


공동 창업도 좋은 대안이다
사회 경험과 전문 지식이 부족한 주부가 혼자 창업하기에는 예상외의 어려움들이 많다. 매장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과 종업원 문제 등을 혼자 커버하기 힘들다면 공동 창업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창업 자금도 줄일 수 있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서로 힘이 돼 헤쳐 나갈 수도 있다.


창업 준비는 오래 걸릴수록 좋다
특정 시점을 정해 놓고 창업해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창업을 생각했다면 박람회나 사업 설명회, 세미나 등에 틈틈이 참가하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경우에는 가맹 본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준비하고 체득하며 나아갈 수 있는 진득한 마음가짐과 의지가 필요하다. 어떤 직종이든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막연하게 아는 것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창업을 계획하고 염두에 둔 업종이 있다면 창업에 앞서 단기 아르바이트로라도 관련 일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좋다.


창업 초기부터 수익성을 체크하라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창업해 예상보다 낮은 수익성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창업이라면 가맹 본사에서 제시하는 데이터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가맹점을 몇 군데 직접 찾아가 고객 유입률이나 매출 등을 확인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라
주부라는 특성상 창업 후 ‘가정이나 일이냐’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순간이 많다. 내가 왜 창업에 나섰는지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업 중에도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다시 한 번 창업 목적을 환기하라.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