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 신고 시한 60일…득보다 실 많아 일부러 늦추는 경우 많아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뒷북 통계가 엇박자 부동산 정책 부른다
주택 시장에서 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3월 6만4258건, 4월 6만4536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5월 5만1802건, 6월 4만8761건으로 거래 건수가 계속 줄고 있다. 4월까지는 비교적 잘나가던(?) 주택 시장이 5월 이후에는 왜 이리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것일까. 5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아니다. 통계상으로는 5월부터 거래가 줄어든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직후인 3월부터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통계는 ‘활황’, 체감은 ‘불황’
통계에서 이런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집계 시스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주택 거래는 개인과 개인의 사적 거래인 만큼 정부에서 실시간으로 거래 상황을 알 수 없다. 개인이 실거래 사실을 신고해야만 그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 신고 의무가 거래일(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2월 20일 거래된 건은 4월 21일까지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2월에 신고해도 되고 3월이나 4월에 신고해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4월 거래량으로 발표되는 것에는 4월 거래 건수도 일부 있지만 2월 거래 건수와 3월 거래 건수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거래 신고를 언제 많이 할까. 나중에 잊어버리면 곤란하니까 거래하자마자 신고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당일 신고도 상당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거래 신고를 늦게 하는 사례가 많다.

주택 거래량이 처음으로 공표됐던 2006년을 보면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2006년 1월 거래량은 1만2300건이었지만 2월에는 4만606건, 3월에는 6만4920건으로 늘어났다. 매달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통계 시점의 차이로 거래 첫달에 신고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다. 1월 거래량이라고 발표된 1만2300건은 전량 2006년 1월 거래분만 있다. 2005년 거래분은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2월 거래량이라고 발표된 4만606건에는 2월 거래분과 1월 거래분이 섞여 있다. 2월에도 1월만큼 신고했다고 가정하면 1만2000건 정도는 2월 거래분이고 나머지 2만8000건은 1월 거래분인 것이다. 3월 거래량이라고 발표된 6만4920건에도 순수 3월 거래량 1만2000건, 2월 거래량 2만8000건을 제외한 1만5000건 정도가 1월 거래량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추정은 1월부터 3월까지의 거래량이 같다는 전제하에 산정된 이론치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나온 수치로만 추정해 보면 계약일로부터 15일 사이의 신고는 20%, 둘째 달인 15일에서 45일 사이 신고는 50%, 나머지 45~60일 사이 신고는 30%로 추정된다. 신고 의무 기간이 60일 동안 비교적 고르게 신고일이 분포돼 있고 초반보다 후반에 더 많이 신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신고 의무자인 매수자나 매도자는 신고 날짜를 왜 늦추려고 할까. 단순히 게을러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신고를 일찍 하면 늦게 하는 것보다 많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거래를 하다 보면 계약서에 적혀 있는 그대로 거래가 완료되지 않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할 때 투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금일을 전세 입주일로 맞추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주택 매매 당시는 새 전세입자가 누구인지, 언제 입주를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충분한 기간을 남겨 두고 잔금일을 작성한 다음 실제 전세 입주일이 확정되면 잔금일을 그에 맞게 고치게 된다. 이때 만약 계약 직후 실거래 신고를 마쳤다면 수정 신고를 해야만 한다. 잔금일 직전 신고할 때와 비교해 볼 때 두 번 일을 하는 결과가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매수인이 바뀌는 경우다. 실제 거래에서 매수인이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 법에서 금지하는 미등기 전매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에 누구 명의로 할 것인지의 문제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부 중 한 명의 명의로 했다가 나중에 공동 명의로 바꾸는 게 가장 흔한 경우다. 명의를 갖지 못하는 배우자가 서운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에 발생할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양도소득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단독 명의로 등기하는 것보다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절세 효과가 크다. 실제로 2억 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단독 명의로 등기돼 있으면 5565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돼 있으면 한 명당 1922만5000원 씩만 내면 되기 때문에 합산해도 3845만 원만 내면 된다. 무려 1720만 원의 절세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 당시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매수자를 배우자 중 한 명으로 정할 때가 있다. 그러다 나중에 이런 세금 문제를 알고 매수자를 부부 공동 명의로 바꾸자고 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취득세는 작년까지 주택을 몇 개 보유했느냐에 따라 세율을 달리했다. 그런데 배우자 중 1인이 단독 명의로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공동 명의로 더 취득했을 때 이미 주택을 소유한 배우자는 2주택자가 돼 취득세를 더 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몰랐을 때 처음에는 부부 공동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나중에 수정을 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매수자가 바뀌는 것은 수정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의자가 변경되는 것은 거래 자체를 취소하고 새로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매수자·매도자·중개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혹시 정부의 의심을 사서 조사라도 받을까봐서다.


신고 간소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정부에서 이런 계약 취소 후 재계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신고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일도 실제로 있었다. 작년에 소위 4·1 조치를 발표하면서 1가구 1주택자의 주택을 사는 경우 5년간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는 조치가 있었다. 문제는 그 시점을 거래 완료일(잔금일이나 등기 접수일)로 잡은 것이 아니라 계약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발표일 직전 계약했던 사람들 중 실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계약일을 수정해 양도세 감면 대상이 됐다. 하지만 순진하게 실거래 신고를 먼저 했던 사람들은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실거래가 신고를 일찍 할수록 득은 없고 실이 생길 가능성만 높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거래가 신고가 늦어지는 것이고 정부의 통계 집계도 늦어지는 것이다.

정부 통계가 늦어지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읽어 내는 시기도 따라서 늦어지게 된다. 실제로 이번 2월 25일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후 시장에서는 거래가 준다고 아우성쳤지만 정부의 발표가 있은 뒤 거래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3월과 4월에는 거래가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대응 조치가 제때 나오지 못하고 시장이 지금처럼 식어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거래와 정부 통계 간의 시차를 줄이기 위해 신고 의무 기간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면 수정 신고가 급증하고 그만큼 국민의 불편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수정 신고가 필요 없을 만큼 신고 항목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신고 사항에 잔금일을 없앤다든지, 매수인을 적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어차피 등기를 통해 세부 항목이 추후 정확하게 신고되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와 정부의 통계가 따로 노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빠르고 정확한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