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처럼 퍼지는 ‘번아웃 증후군’…끊어진 감성 시스템 다시 이어야
![[나를 찾는 여름] 다 타버린 당신, 떠나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77336.1.jpg)
소진 증후군이 찾아오면 세 가지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의욕이 떨어집니다.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의지를 동원해 애써 봐도 동기부여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취감이 떨어집니다. 노력해서 무언가 목표를 달성해도 만족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됩니다. 공감은 남을 위로하는 능력이면서 내가 남에게 위로 받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내가 지쳤을 때 상대방에게 따뜻한 감성 에너지를 받아 충전해야 하는데, 주는 것은 고사하고 받는 것도 잘 안 되는 마음 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소진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뇌 안에 있는 감성·충전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꿈에 그리던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는 바캉스 시즌입니다. 그런데 바캉스의 어원을 보면 ‘자유를 찾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마음의 자유를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디태치먼트(detachment)’, 즉 ‘거리를 두다’입니다. 맹렬히 작동하던 전투 시스템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치열한 삶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떨어져 뇌를 이완시키고 충전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나를 찾는 여름] 다 타버린 당신, 떠나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77337.1.jpg)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은 뇌가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것을 잠시 끊고 살며시 내 마음을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끼기
출근해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회의 시작 전에 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의 흐름을 느끼며 마음을 느껴본다.
조용한 곳에서 밥 음미하며 먹기
음식의 색깔, 향 그리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슬로 이팅(slow eating)도 내부 세계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여유롭게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 뇌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1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하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내 마음을 바라보게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공감 수다만한 위로가 없다.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 주 1회 감상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 전환이라고 하는데, 기분 전환만 주로 쓰다 보면 내 마음의 슬픈 콘텐츠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1주일에 3편의 시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 여행하기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다 보면 명상 효과가 일어나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자기 내면이 만들어 내는 생각과 감정이 하얀 스크린에 비쳐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외부 자극과 단절이 일어나고 자기 내면과 연결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바캉스의 원래 뜻은 자유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적 자유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여유에서 찾아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여유가 창조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비즈니스의 성공도 가져온다는 것이 최근의 뇌 과학 연구의 설명입니다.
여행은 어딘가로 떠나는 몸의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뇌의 활동이 촉촉한 감성 시스템과 연결되는 마음의 움직임이기도 한 것입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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