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체험에서 섬까지…나를 살찌울 특별한 여행지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며, 여행자들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다. 1600년 전 살았던 성인의 눈에도 여행은 세상을 그리고 나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통로였던 듯하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21세기를 사는 이들에게도 여행의 의미는 바뀌지 않았다. 더욱이 1년 중 여름휴가 하나만을 목이 빠져라 고대하는 직장인들에게 여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위안이자 활력소다.
여행과 관광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이에 비해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풍습·문물 따위를 구경’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살고 있는 땅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건 여행과 관광이 같지만 두 단어 사이엔 ‘목적의 유무’가 끼어든다. 무언가 스스로 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흥을 전제로 한 구경이 관광이란 의미다.
올여름에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떠나보자. 돈과 일에 둘러싸여 잊고 지냈던 ‘나를 찾는 여행’이면 어떨까.
고독과 낭만이 공존하는 곳, 그 ‘섬’에 가고 싶다
섬이란 말엔 고독과 낭만, 추억과 설렘이 모두 녹아 있다. 자신을 비우는 절대 고독을 느끼려는 사람부터 연인과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까지 섬 여행을 택하는 데 주저하지 앉는다. 한국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섬이 많은 나라다. 전체 섬의 수가 3200여 개에 이르고 그중 사람이 사는 섬만도 5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7년 ‘가고 싶은 섬’ 사업을 시작하며 시범 지역으로 네 곳의 섬을 선정했는데, 지난해 비로소 모든 사업이 마무리됐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선정과 영화 ‘서편제’ 무대로 유명한 청산도, 해가 가장 늦게 진다는 최남단 섬 홍도,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소·대)매물도, 아름다운 해무로 신비의 섬으로도 불리는 외연도 등이다.
청산도 청산도는 전남 완도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km 지점에 있는 섬이다. 일찍이 1981년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07년에는 ‘가고 싶은 섬 시범 사업지’ 및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푸른 바다와 산, 비탈이 심한 언덕에 자리한 구들장논과 돌담장 등 머리를 비운 채 느리게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완도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 1143
문의 www.cheongsando.net, (061)552-0809
홍도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홍도는 문화재 천연보호구역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섬이다. 매년 평균 20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해상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해안선 일대에 산재한 홍갈색의 크고 작은 무인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오랜 세월의 풍파가 만들어 낸 절경이다. 홍도 여행의 진수는 33가지 비경을 들 수 있는데, 모두를 감상하려면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바퀴 돌아야 한다. 크고 작은 섬들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며 해상 코스는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남문바위를 비롯해 촛대바위·칼바위·남매바위·도립문바위·석화굴·부부탑·원숭이바위·주전자바위·거북이바위 등 끝도 없이 펼쳐지는 기암괴석으로 이어진다.
주소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 169
문의 www.hongdo.go.kr, (061)246-3700
매물도 매물도는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약 20km 떨어진 섬으로, 쾌속정으로는 1시간 거리다. 소매물도는 두 개의 섬이 마주 보고 앉아 물이 들고 남에 따라 하나가 됐다가 두 개로 나뉘곤 한다. 한쪽엔 섬 주민들이 살고 있고 다른 한쪽엔 등대가 있는데, 물이 날 때 열리는 길에는 열목개 자갈이 70m 이상 깔려 있다. 경사 지형의 해안으로, 조그맣고 아름다운 해변인 당금마을 몽돌해수욕장, 소박한 마을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골목길, 당금마을 발전소 옆 전망대 등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515
문의 www.maemuldo.go.kr, 1577-0557
외연도
외연도는 서해 바다에서 가장 먼 섬이다. 서해 한복판에 자리해 중국에서 우는 닭의 울음소리도 들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항상 물안개(해무)가 뿌옇게 싸여 있는 날이 많아 외연도(外煙島)라고 불린 신비의 섬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도 안개가 심하면 섬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푸른 바다와 몽돌해수욕장, 상록수림이 조화를 이루며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사랑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다. 특히 KBS의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세를 탔다.
주소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문의 보령시 관광안내소 (041)932-2023, 930-3672
갇힘으로 얻는 자유 - 내 안의 감옥 감옥은 신체의 속박을 상징하는 곳이다. 감금하는 곳이니 자유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역으로 갇힘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있는 (사)행복공장은 수감 생활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리즌 스테이’를 표방하는 이색 수련원이다. 설립자인 권용석 이사장(변호사)과 연극인인 부인 노지향 씨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감옥 체험 프로그램에는 스님·신부·목사 등 종교인들을 비롯해 영화배우 박중훈과 병원장·법조인 등 유명 인사들이 이사진으로 함께하고 있다. 4.9㎡(1.5평) 규모의 독방에서 수행, 독서를 비롯해 노동, 연극 심리 치료, 명상, 개별 상담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센터 방문자들은 실제 수인들처럼 파란색 죄수복을 입고 4.9㎡ 남짓한 작은 공간(감옥)에서 지낸다. 바쁜 일상을 떠나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는 개념이다. 입소 이후론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는 등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다. 말은 단절이지만 실상은 완전한 자유인 셈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사회적 압박이 심한 한국 사회의 이색적인 풍속도로 소개하기도 했다. 설립자인 권 이사장은 “1990년대 말 제주 지검 검사로 일하던 당시 업무에 지쳐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교도소장에게 1주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을 계기로 내 안의 감옥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한다.
문의 http://happitory.org, (02)6084-1016
새롭게 만나는 산 - 임도 체험
임도는 산림의 경영과 관리·보호를 위해 산림 기반 시설로 개설한 길을 말한다. 임도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2008년에는 산림청이 ‘한국의 아름다운 임도 100선’을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산림청 목재 생산과 직원들은 국내 최대 편백·삼나무 조림지인 전남 장성 문수산 임도나 대청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대전 계족산 임도 등을 손에 꼽는다.
자세한 지역별 임도 가이드는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의 ‘휴양·문화-숲길’ 코너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문수산 임도
국내 최대의 편백·삼나무 조림 성공지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 및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완만해 가족 단위의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주소 전라남도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서삼면 대덕리
문의 (061)471-2185
총길이 8.51km
계족산 임도
아름다운 숲과 골짜기, 역사적인 문화재 등이 많은 계족산성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임도. 숲 사이로 펼쳐지는 대청호가 파랗게 와 닿고 산림욕장에서 절고개까지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있어 건강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 산책을 즐기기 좋고 부드러운 황토가 깔려 있어 맨발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주소 대전광역시 동구 효평동 89의 1~대덕구
법동 산 1의1
문의 (042)581-4801
총 길이 34.7km
발로 찾는 문학 - 강원 봉평, 경남 통영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인 강원도 봉평에는 이효석 문학관이 있다. 작품의 배경인 메밀꽃밭 등 소설의 자취를 찾을 수 있는 장소들이 눈길을 끈다. 인근에는 현대카드가 전통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단장한 봉평 5일장이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특산물인 메밀 놀이주머니, 메밀 피자 등을 만날 수 있고 가게별로 주인 사진이 들어간 미니 간판 등 봉평장만의 아기자기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경남 통영은 문학의 마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김춘수·유치환·박경리 같은 문호들이 태어난 곳으로, 이들을 기리는 기념관과 생가가 자리해 있다. 또 서구 근대 화풍을 도입한 이중섭 화가도 통영에 살며 ‘충렬사 풍경’ 같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이효석 문학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효석문화길 73-25, (033)330-2700
김춘수 유품전시관 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동 451, (055)650-4538
지역 축제 및 이색 박물관 - 보령 머드축제 지역별 축제는 그 지역의 문화 체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통로다. 매년 7월 말 열리는 보령 머드 축제가 대표적이다. 머드탕·머드사우나 등 어디를 가도 ‘진흙 인간’들로 가득하다.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은 매년 여름 붉은색으로 물든다. 토마토로 가득 찬 풀장에서 열리는 ‘토마토 속 황금 반지 찾기’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색 박물관도 색다른 문화 경험이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는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모자 박물관’이 있다. 전 세계 모자 300점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으며 3층에는 모자 공방이 있어 직접 모자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같은 지역의 ‘부채박물관’은 전통 부채 명장이 대를 이어 만들어 온 합죽선과 태극선 등의 부채를 전시 중이다.
보령 머드 축제
www.mudfestival.or.kr, (041)930-3882
화천 토마토 축제
www.tomatofestival.co.kr, (033)440-2911
전주 루이엘 모자박물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가 7, (063)283-5465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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