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49kg·혈압 상승…신장이식 후 거부반응 및 감염 위험 심각

[비즈니스 포커스] 재수감된 이재현 회장, 건강 어떻기에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30일 재수감된 이후 벌써 두 차례나 응급 상황을 맞아 외부 병원으로 이송된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 이후 부작용은 물론 유전 질환 악화, 혈압 상승, 체중 급감 등 건강 상태가 위험해진 것으로 보인다. 키 169cm인 이 회장의 현재 몸무게는 49kg에 불과하며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불안 증세가 심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1년 전인 2013년 6월 25일로 돌아가 보면 이 회장의 현재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 회장은 이날 검찰 출두로 처음 언론에 모습을 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다리를 조금 저는 것 외에 적어도 외견상의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이미 만성 신부전증으로 엄격한 식이 조절을 하면서 이식수술을 기다리던 중이었지만 몸무게는 60kg 수준을 유지했고 안색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비즈니스 포커스] 재수감된 이재현 회장, 건강 어떻기에
당시 이 회장의 검찰 출두 현장을 기억하는 서초동 법조 취재기자들은 최근 항소심 법정에 수감자용 환자복을 입고 등장한 이 회장의 모습을 다시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팔다리 굵기가 어린아이만큼 가늘어지고 면역 억제제 등 각종 약물 부작용 때문인지 머리카락도 듬성듬성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법정에선 물컵 하나 들기도 어려워 손과 팔을 벌벌 떠는가 하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저러다 혹시 쓰러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정해 보였다는 게 재판정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1년 사이 건강 급격히 악화
현재 이 회장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신장이식 수술 후 거부반응과 감염 관리다. 일반적으로 신장이식을 받기만 하면 바로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이식 신장 역시 약 10년이 경과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에는 다시 새로운 신장을 이식받거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한 번 기증받기도 어려운 신장을 두 번씩 이식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후부터는 투석 치료로 생명을 이어 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 회장은 특히 신장이식 환자 치고 고령에 속하는 데다(신장이식 환자의 평균 연령은 45세) 다른 지병의 악화로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이번에 이식 받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식 신장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이 수술 후 최소 1년의 관리라는 점이다. 이때 거부반응이나 감염 등이 발생하면 신장 기능을 일부 잃게 되며 이로 인해 이식 신장의 기대 수명도 짧아지게 된다. 어렵게 이식 받은 신장을 잃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생명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신장이식 수술 환자의 거부반응과 감염 관리는 생각 외로 매우 까다롭다. 우선 물과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하고 구강 내 세균·바이러스·곰팡이균 발생을 막기 위해 주기적인 가글과 손 소독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음식 가리기는 물론이고 본인 청결뿐만 아니라 주변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공기를 통해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원천 봉쇄는 어렵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반드시 피해야 하고 특히 전염성 질병이 있는 사람이나 보균자와 접촉하거나 함께 있는 것은 금물이다. 이 회장의 주치의가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수감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장기이식 수술 환자의 감염이 의심될 경우엔 이식 의료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감염 시 치료를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면역 억제제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때 다시 몸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해 기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신장이식 환자에게서 열·기침·설사와 같은 감염 유사 증상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은 뒤 원인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사이 하루 7~8회 설사가 발생하면서 서울구치소와 연계된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실에서 긴급조치를 받았다. 이후 이식수술을 집도한 주치의가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원인 규명을 위한 혈액검사, 간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 질환 CMT로 근육도 퇴화
이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13일 혈중 면역 억제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혈압이 상승하고 단백뇨가 검출되면서 발이 붓는 등 거부반응 증세가 나타나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혈중 면역 억제 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약을 써도 혈액에 스며들지 않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거부반응의 위험을 현저하게 높인다. 특히 이 회장은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는 부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아 면역 억제제를 강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거부반응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의료진은 이 회장의 혈중 면역 억제 농도 저하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우선 고강도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수치를 끌어올려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고강도 면역 억제 치료는 곧 감염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의미여서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고 한다.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연수 교수는 “면역 억제제를 놓고 이식 신장 살리기와 바이러스 감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유전 질환인 CMT(샤르콧 마리 투스)의 악화다. CMT란 손과 발 등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손·발·다리 등의 근육이 점차 위축돼 힘을 잃게 된다. 증세가 심해지면 보행이 어려워지고 더 진행되면 드러눕게 된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어 꾸준한 재활과 함께 전기 자극 등 물리치료를 통해 퇴행을 지연시키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이 회장은 체계적인 재활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라 근육이 위축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이 건강에 대한 불안, 나아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라며 “잘 먹고 치료에 집중해야 할 환자의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추가적인 면역력 약화 및 거부반응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다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항소심은 6월 12일 셋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1심에서 논란 끝에 유죄 선고된 횡령 혐의와 관련해 CJ 측은 “회사 운영에 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적극 입증할 방침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