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연구소는 스페인 우세 점쳐…한국 16강 진출 가능성 49.1%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글로벌 IB·북메이커 “브라질 우승 0순위”
월드컵을 앞두고 16강, 8강 그리고 우승 후보를 두고 세계 투자은행(IB)과 경제학자들이 벌이는 예측 경쟁이 치열하다.

골드만삭스는 4년에 한 번씩 방대한 양의 과거 데이터와 통계를 이용해 월드컵 우승 후보를 예상한다. 그리고 각국별 16강, 8강, 4강, 결승전에 진출할 확률로 뽑아낸다.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이터를 활용해 팀 순위와 득점·대진표·개최지 등의 요소를 분석한 결과 골드만삭스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 후보로 브라질을 꼽았다. 그 근거는 브라질은 개최국의 이점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30년 이후 월드컵에서 주최국 팀이 우승를 기록한 대회는 30%에 이른다. 특히 이탈리아·독일·아르헨티나·스페인·프랑스·영국 등 전통적인 강팀이 개최국인 경우 주최국이 승리한 경기는 50%에 달한다.


1930년 이후 주최국 우승 확률 30%
게다가 브라질은 최근 경기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3년 컨페더레이션컵에서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스페인을 3 대 0, 이탈리아를 4 대 2로 이겼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4강에 브라질·독일·스페인·아르헨티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결승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서 브라질의 승리 확률은 48.5%로 평가했다.

브라질의 이번 우승을 예상한 이는 또 있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와 덴마크의 단스케방크는 모두 브라질을 우승 ‘0순위’로 꼽았다. 축구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1골을 먼저 넣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와 함께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천재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브라질 우승에 베팅하겠다고 밝혔다. 북메이커(공인 도박업자)의 예상도 대체로 호킹 박사의 예상과 일치한다. 북메이커 패디 파워가 지난 6월 1일 발표한 우승국 후보 1위 역시 브라질로 이는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우승에 이미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우승에도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우승팀 예측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골드만삭스는 1960년 이후 각국의 A매치(친선 경기 제외) 결과를 회귀분석, 푸아송 분포 등 복잡한 통계 모델을 적용해 각국 우승 확률은 물론 16강부터 결승까지의 대진까지 예상했다. 또한 ‘사이즈’와 ‘경제력’ 역시 우승 예측에 중요한 요소였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처럼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가 네덜란드처럼 땅이 작고 인구가 많은 나라보다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경제적인 펀더멘털이 누가 이길지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의 핵심 논리 중 하나다. 단스케방크는 미국이 포르투갈을 누르고 16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유는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포르투갈보다 3만 달러나 많기 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개최국인 브라질이 우승까지 떠안는다면 이번 월드컵의 경제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월드컵 개최국 증시는 월드컵을 치른 후 약 한 달간 다른 증시보다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평균 수익률을 넘는 규모가 2.7%에 이른다. 그리고 역대 월드컵 우승국들은 월드컵에서 승리한 후 한 달간 3.5%까지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2002년 우승국을 제외하고 1974년 이후 우승한 국가들의 증시가 모두 우승 직후 한 달간 시장 수익률을 웃돈 것은 주목할 만하다. 즉 개최국 효과와 함께 우승 효과까지 브라질이 갖게 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우승을 놓친 유력 후보 팀들의 자국 경제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했을 때 이후 1개월간 브라질 주식시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그룹지수(MSCI)를 21% 넘었고 3개월 후에는 38%까지 웃돌았다. 그러나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월드컵 준우승 9개국 중 7개국은 월드컵 이후 주식시장이 침체돼 3개월 동안 평균 5.6%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브라질이 아닌 다른 우승자를 점친 예측 모델도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경제학자 3명은 축구 선수 이적료에서 산출된 각 팀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브라질 월드컵의 결과를 예상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 개발과 결과 예측에 참여한 게르트 와그너 박사는 “독일과 스페인의 결승전에서 근소한 차이로 스페인이 우세를 보여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IW의 우승팀 예측 모델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예측해 적중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08년과 2012년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잇달아 맞혔다.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글로벌 IB·북메이커 “브라질 우승 0순위”
일본 16강 확률은 33.8%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49.1%로 예상하면서 나름 후한 점수를 줬지만 16강 진출 실패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과 같은 H조의 러시아(64.5%)·벨기에(61.8%)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았고 알제리(24.6%)보다 높은 수치다. 전체 32개국 중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여덟째로 높았다.

골드만삭스는 1960년 이후 각국 대표팀의 국제 경기와 ‘일로 등급(Elo rating)’ 방식으로 대표팀 통산 경기 성적을 반영하고 계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에 나설 32개국이 각 라운드에 진출할 확률을 계산한다. 한국이 8강과 4강, 결승에 오를 가능성은 각각 11.9%, 3.5%, 0.5%로 예상됐고 우승 가능성은 0.1%에 불과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에 대해 “자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 소치 동계 올림픽의 성과 등으로 탄력이 붙으면 월드컵에서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피파 랭킹 57위인 한국과 47위인 일본이 모두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 팀과 모두 1 대 1로 비기며 3무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33.8%, 8강 9.9%, 4강 1.4%, 결승 0.3%이며 우승 확률은 0%로 한국보다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컵에서 1승만 거둬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둔다면 2조50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박 본부장은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추가로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