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과열
[Book]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로버트 실러 지음┃이강국 옮김┃알에이치코리아┃504쪽┃1만8000원

경제학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경제 현상의 분석이다. 온갖 자료와 사례를 통해 연구·분석한 결과를 세상에 내놓고 이를 활용해 경제 전반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학자들 연구의 대부분이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벌어진, 그래서 결과마저 정해진 현상을 두고 그럴듯한 학문적 원인과 토대를 세우는 게 이들의 일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토마 피케티가 화제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언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을 미리 제시한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전제로 한다. 100년 후면 몰라도 5년, 그도 아니면 고작 내년의 일을 예상한다는 것은 용한 점쟁이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 면에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어도 경제학에서만큼은 웬만한 점쟁이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전 세계가 주식시장의 호황에 젖어 있을 때 난데없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이 책을 펴낸 이가 바로 그였다. 끊임없는 성공 신화에 도취돼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된 바로 그달, 마치 저주라도 걸린 듯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닷컴 버블’의 종말과 함께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5년 개정판은 그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 추가로 수록된 집값 거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경고는 그 이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현실화됐다. 닷컴 버블에 이어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정확하게 예견함으로써 실러 교수는 이 시대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의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2013년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화려한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 경제학에 사회심리학을 결합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구조적·문화적·심리적 요인으로 나눠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또 시장의 버블을 부정하고 과열을 정당화하는 이론과 주장 등도 실증적으로 검토해 비판한다. 또한 투기적인 불안정성에 항시 노출돼 있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방안도 제시해 준다. 실러 교수는 진정한 호황기가 왔다고 가정하기 전에 시장 변동의 진정한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장 변동이 경제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빛의 물리학’
빛과 함께한 물리학의 역사
[Book]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지음┃해나무┃328쪽 | 1만6000원

우리는 빛 속에 살고 있다. 낮에는 태양빛이 있고 밤에는 달빛과 별빛이 있다. 인류는 이 빛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자들 역시 빛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 운명처럼 이에 빠져들었다.

뉴턴은 프리즘을 통해 무색의 태양빛 속에 무지개 색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시절의 측정 도구로는 불가능했다. 열일곱 살의 한 소년은 자신이 빛의 속도로 달리면 빛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 거울을 들고 빛보다 빨리 달리면 거울 속의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다. 바로 1905년이었다. 과학 역사는 이 해를 ‘기적의 해’라고 말한다. 무명의 과학자가 물리학 역사에 기념비가 될 논문을 다섯 편이나 발표한 해였기 때문이다. 그는 26세에 불과한 애송이였으며 스위스 특허청에 근무하고 있는 하위직 공무원에 불과했다. 그가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은 우리에게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논문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E=mc²’이 탄생하게 된다.

10년 후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다. 여기에 따르면 아주 무거운 질량을 가진 물체는 빛조차 휘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과연 빛이 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개기일식이 일어났을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919년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아프리카의 작은 섬으로 떠난다. 개기일식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상태로, 낮에도 어두워져 별빛을 볼 수 있다. 에딩턴은 태양 뒤에 있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별을 개기일식 동안 볼 수 있었다. 무거운 중력은 빛조차 휘어지게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거시 세계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이에 비해 양자역학은 원자와 같은 미시의 세계를 해석하는 이론이다. 두 이론이 다루는 세계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바로 빛과 관계가 있다. 요컨대 현대 물리학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이론은 모두 빛과 관련이 있다. 빛은 모든 물리학 이론 탄생의 배경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100억 명


[Book]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엔 경제사회국은 2011년 ‘2100년에 전 세계의 인구가 101억 명에 도달할 것이고 이후 100년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을 내놓았다. 인구 100억 시대, 즉 인구 폭발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걸까. 영국의 저명한 지리학자인 저자는 ‘침착할 것’을 요구한다. 두려움에 떨기 전에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지부터 파악하라’는 것. 저자는 100억 명이 지구상에서 잘 살기 위한 방법이 있다고 단언한다. 직관이 아닌 분석으로 이를 증명한다.

대니 돌링 지음┃안세민 옮김┃알키┃488쪽┃2만 원



인류 최악의 미덕, 탐욕


[Book]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은 인류 역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세, 상업혁명, 르네상스,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인권주의, 현대 포스트모던 사회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 경제 담론의 주도권을 쥔 주체를 추적한다. 그들이 탐욕을 어떻게 이용했고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 왔는지 경제사를 중심으로 인류 문화의 전반을 살폈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출생한 경제학자로, 협동조합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볼로냐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다.

스테파노 자마니 지음┃윤종국 옮김┃북돋움┃222쪽┃1만4000원



윤대현의 마음 성공
[Book] 버블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을 가장 많이 인터뷰한 의사로 꼽힌다. 그가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은 현대인의 삶을 진단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뇌가 피로에 빠지는 소진 증후군을 소개하고 그 대책을 제시했다. MBC 표준 FM ‘윤대현의 마음 연구소’를 통해 피로와 불안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 챙기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 윤 교수는 이 책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번 아웃’된 감성 에너지를 충전하는 마음 관리 전략을 알려 준다.

윤대현 지음┃민음사┃258쪽┃1만45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