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부진했던 시니어론…금리 인상 시작되면 투자하라

국채 금리 최저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국고채 3년 금리 그래프/20101014 김영우 기자 youngwoo@.............
국채 금리 최저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국고채 3년 금리 그래프/20101014 김영우 기자 youngwoo@.............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최근 전 세계 채권 금리는 하락하는 중이다. 그러나 주가지수도 함께 상승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신흥국 주식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경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최근 장기금리 하락은 그동안 지나치게 채권 금리 상승을 걱정하며 투자를 피했던 반작용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더 오랫동안의 초저금리 정책을 거듭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지급되는 이자 수익을 노린 인컴형 투자자들은 경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면 최근 채권 금리가 하락할수록 오히려 앞으로 오를 확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상식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프이빗뱅커(PB)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돈을 버는 상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상승 시 돈 버는 상품 ‘각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변동 금리 상품인 시니어론(senior loan)이다. 시니어론은 투자 적격 등급의 맨 아랫단인 ‘BBB-’ 등급 미만의 신용 등급을 보유한 기업의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시니어론은 뱅크론·레버리지론·변동금리부대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이 부도가 날 때 주식 및 채권 투자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니어(선순위)론으로 불린다. 시니어론의 지급 금리는 ‘리보금리(Libor)+가산금리(Spread)’ 형태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변동 금리 자산으로 분류된다. 리보금리는 런던 은행 간 단기자금 거래에 사용되는 금리다. 가산금리는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 담보 채권의 질, 유동성 등에 의해 시니어론 설정 시점에서 고정금리로 결정된다.

이제 점차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하이일드와 비교해 보자. 시니어론의 신용 등급은 하이일드와 마찬가지로 발행 기업의 신용 등급이 ‘BBB-’ 미만의 투기 등급이다. 다만 시니어론의 신용 등급은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발행 기업의 신용 등급보다 약 한 단계 정도 높게 형성되며 시니어론의 평균 신용 등급은 ‘B’에서 ‘BB’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

하이일드는 고정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반면 시니어론은 리보금리+가산금리의 변동 금리 형태의 이자를 지급한다. 리보는 보통 3개월 금리를 사용하며 분기별로 재설정된다. 미국 시니어론의 가산금리는 대체로 2.5~6.0% 사이에서 결정된다. 시니어론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부도 나더라도 평균 회수율이 71%로 하이일드의 44%보다 높다.

2013년 초부터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변동 금리 상품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2013년 시니어론 뮤추얼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012년 규모의 5배 이상에 달했다. 오랫동안 낮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기 등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장기적으로는 Fed의 출구전략이 예상됨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때 수익률이 높아지는 변동금리부 상품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니어론 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지만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13년 하이일드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5.9%였던 반면 시니어론은 5.1%에 그쳤다. 2014년 연초부터 지금까지 시니어론의 기간 수익률은 1%대로 작년 대비 수익률은 다소 낮아졌다.

그러면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하이일드와 좀 더 자세히 비교해 보자. 2004년부터 2014년 2월까지 매월 초에 투자해 1년 뒤 수익률을 측정한다면 122개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 중 시니어론 수익률이 하이일드를 초과한 경우는 단 30번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니어론은 담보대출로, 무담보 채권인 하이일드보다 신용 스프레드가 낮게 형성돼 있다. 또한 금융 위기 이후 기업의 부도 위험이 낮아짐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도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하이일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비해 시니어론은 낮은 변동성에 따라 가격 상승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시니어론의 이자는 리보금리+가산금리로 결정된다. 쉽게 말해 리보금리가 오르면 시니어론에 지급되는 이자도 늘어난다. 그러나 리보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시니어론의 수익이 반드시 증가하지는 않는다. 첫째, 시니어론을 발행한 기업에 대한 신용 위험이 부각되거나 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경우 시니어론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니어론 가격은 리보금리보다 기업의 신용 위험, 즉 신용 스프레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리보금리가 급등해 시니어론의 이자가 늘어나더라도 투기 등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다면 이자 수익보다 가격 하락에 따른 자본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니어론의 약 75%에는 리보 플로어(floor)라는 제도가 설정돼 있다. 시니어론이 지급하는 이자는 은행 간 단기금리인 리보금리와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한 가산금리의 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금융 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리보금리가 오랫동안 낮은 상태에 머무르면서 시니어론의 이자 수익도 크게 낮아졌다. 이를 개선해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플로어 제도다.

현재 리보 3개월 금리는 0.23%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반영하더라도 시니어론 투자자가 지급받게 되는 이자 수익은 낮은 수준이다(0.23%+가산금리). 어떤 시니어론의 플로어가 1.5%로 설정됐다면 이자 수익은 1.5%로 간주돼 계산된다(지급 이자=1.5%+가산금리). 나중에 리보금리가 플로어인 1.5%보다 높게 상승하면 그때부터 높아진 리보금리가 이자 계산에 반영된다. 리보금리가 플로어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한 리보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변동 금리 이자는 높아지지 않는다. 즉 현재 0.23%인 리보금리가 1.27% 포인트 이상 상승해야만 이자도 증가하게 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시니어론’과 ‘하이일드’ 바로 알기
현재 미국 시니어론은 평균 1~2%의 플로어가 설정돼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리보금리는 1%를 웃돈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니어론 투자자들은 리보금리가 일부 상승했더라도 플로어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률이 기대보다 높지 않았을 것이다.


운용·수익 구조 정확히 이해해야
금리가 오를 때 시니어론의 수익률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과거 사례를 보면 시니어론 수익률과 금리와의 상관성은 낮았다. 오히려 시니어론은 하이일드와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여 왔다. 일반적으로 하이일드 평균 수익률은 시니어론보다 높다. 하이일드가 무담보 채권인 반면 시니어론은 담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큰 하이일드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시니어론의 성과가 하이일드보다 높았다.

첫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1999년, 2005년)다. 시니어론이 지급하는 이자가 증가하면서 시니어론 가격이 상승했다. 둘째, 미국 경기 침체기(2001~ 2002년, 2007년)다. 기업 실적 악화로 하이일드의 실적은 부진했고 시니어론은 안정성이 부각됐다.

미 Fed가 기준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던 1999년과 2005년 시니어론은 하이일드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조달 금리 상승으로 기업이 부채를 갚을 능력이 약해지면서 하이일드 가격은 불안정해졌지만 시니어론은 담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흐름이 안정적이었다. 또한 리보금리가 플로어를 웃돌면 시니어론은 리보금리가 이자에 반영되기 때문에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2001년과 2002년, 2007년은 미 경기 침체기로, Fed는 기준 금리를 내렸고 리보금리도 떨어졌다. 하이일드와 주가수익률이 부진했던 반면 시니어론은 담보 보유로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Fed의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시니어론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다만 진입 시점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리보 3개월 선도 금리에는 향후 1.5~2년 후에나 리보 금리가 1%를 웃돌 것이란 예상이 깔려 있다. 리보 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이자가 오르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국이 실제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부터 투자 시점을 고려해도 절대로 늦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