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차별로는 최선 끌어낼 수 없어…개인 중심 연봉제·성과주의 과연 옳을까

<YONHAP PHOTO-0026> Manchester United manager Alex Ferguson acknowledges the crowd before the start of the English Premier League football match between West Bromwich Albion and Manchester United at The Hawthorns in West Bromwich, central England, on May 19, 2013. English football will witness the end of an era Ferguson takes charge of Manchester United for the 1,500th and final time in their last game of the season at West Bromwich Albion. AFP PHOTO / ADRIAN DENNIS ....RESTRICTED TO EDITORIAL USE. No use with unauthorized audio, video, data, fixture lists, club/league logos or “live” services. Online in-match use limited to 45 images, no video emulation. No use in betting, games or single club/league/player publications.../2013-05-20 00:40:4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Manchester United manager Alex Ferguson acknowledges the crowd before the start of the English Premier League football match between West Bromwich Albion and Manchester United at The Hawthorns in West Bromwich, central England, on May 19, 2013. English football will witness the end of an era Ferguson takes charge of Manchester United for the 1,500th and final time in their last game of the season at West Bromwich Albion. AFP PHOTO / ADRIAN DENNIS ....RESTRICTED TO EDITORIAL USE. No use with unauthorized audio, video, data, fixture lists, club/league logos or “live” services. Online in-match use limited to 45 images, no video emulation. No use in betting, games or single club/league/player publications.../2013-05-20 00:40:4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얼마 전 한국GM은 성과 중심 연봉제를 포기하고 과거의 연공급제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당연한 세상의 흐름으로 받아들였던 많은 사람에게 작은 충격을 주는 소식이었다. 개별 기업의 작은 사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동안 성과주의 일변도였던 인사관리, 특히 보상 제도에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 맞춰 스포츠로 풀어본다.

프로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데 수백억 원의 돈을 쓰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가 그렇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그런 팀이다. 이들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타플레이어를 싹쓸이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의 실존 인물인 빌리 빈 단장은 프로야구를 가리켜 “가장 불공정한 게임(the most unfair gam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에서도 저예산으로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는 팀들이 종종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머니볼’의 소재가 됐던)와 200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우승팀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그렇다. 각자 응원하는 팀이 있더라도 이런 팀들에 은근한 응원을 보내는 것은 든든한 자본을 등에 업은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가 기적을 일으켜 주길 바라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바람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정신력과 투지 그리고 상대 팀보다 한 발 더 뛰는 체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가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스포츠에는 팀워크를 강조하는 격언들이 유난히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이다.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즐겨 쓰던 말이기도 하다. 그는 감독의 평균 재직 기간이 2년이 채 안 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25년 넘게 자리를 지킨 역대 최장수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워크를 해치면 냉정하게 내친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베컴, 야프 스탐, 로이 킨 등이 퍼거슨에게 반기를 들거나 동료 선수를 비난해 맨유의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그만큼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깊이 깨닫고 몸소 실천, 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총 40개가 넘는 트로피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
1990년대 미국 NBA에서 시카고 불스를 수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던 필 잭슨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89년 시카고 불스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마이클 조던에게 개인 득점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거칠 것 없었던 조던이 황당해서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팀은 득점을 잘하는 한 선수 때문에 이기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팀 전체가 득점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개인 득점을 자제해야 하네.” 그러자 조던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얻는 게 뭐죠?” 잭슨은 “그건 바로 우승이네”라고 답한다. 그해 불스는 창단 5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다. 잭슨 감독이 말한 바로 그 우승이었다. 그 후 조던은 득점을 많이 하는 우수한 선수에서 뛰어난 리더로 성장했다.

이렇게 스포츠, 그중에서도 야구·농구·축구 같은 단체 종목에서 팀워크는 그 어떤 스타플레이어와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이제 다시 비즈니스 세계로 돌아가 보자. 기업을 스포츠 팀에 비유하면 분명 골프나 수영 같은 개인 종목보다 단체 종목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에도 당연히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사 제도는 팀워크를 통한 장기적인 조직의 성과(팀 우승)보다 개인의 단기 성과(개인 득점)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의 많은 대기업에서 직무 가치·성과·역량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는 연봉제와 연간 혹은 반기의 성과에 따른 단기 성과급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 성과가 극대화되면 조직 전체의 성과도 함께 극대화될 것이라는, 즉 부분의 합은 전체가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러한 성과주의 인사 제도의 무분별한 도입은 여러 문제를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과도한 개인 실적 및 결과 지향에 따른 팀워크의 훼손이다. 개인 간 상대평가를 통해 같은 팀 내에서 강제로 평가 등급이 나뉘고 그렇게 나뉜 평가 결과가 기본급 인상, 인센티브 지급, 승진 결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팀워크 유지 및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지나치게 연공에 의한 인사가 이뤄진 기업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준다는 측면에서 몇 년 정도는 이러한 개인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방식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을 내부 경쟁으로 지치게 하고 장기적 성과 창출의 원동력인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더 길게 보면 돈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적이고 근본적인 업무 몰입, 조직 헌신,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직 전체의 성과를 비교적 고르게 분배하는 이익분배제도(Profit Sharing)나 우리사주제도(종업원지주제도)의 도입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각종 포상 제도의 시행도 생각 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 특성과 조직 문화에 따라서는 보상 체계의 기반을 (다소 파격적으로) 호봉제에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쟁 금지’…제니퍼소프트의 유쾌한 반란
이러한 대안적인 인사관리의 실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최근 꿈의 직장으로 떠오른 제니퍼소프트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높은 복지와 일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제공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인사관리를 추구한다(여기에 인사 ‘관리’라는 표현을 쓰기가 살짝 미안하다). 이 회사의 이원영 대표는 “직원들이 자율성을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 함께 행복해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자율성이 보장될 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작년 말 제니퍼소프트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를 보면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나타난다. 지면 관계상 인상 깊은 몇 개만 소개한다. “20. 혼자 하지 마요. 함께하면 힘이 돼요”, “23. 내가 혼자 다했다고 자만하지 마요. 우리가 함께한 일이잖아요”, “27. 경쟁하지 마요. 서로 협력해요”, “30. 억지로 하지 마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아요”, “33.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경영전략 트렌드] 팀워크로 스타 군단 넘어선 퍼거슨 감독
요즘 누구나 스마트폰에 하나쯤 갖고 있는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 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의 김봉진 대표도 비슷한 인사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인센티브보다 직원의 자존감을 세워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돈에 의해서만 동기부여돼 일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그는 한 강연에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존감을 느끼며 서비스를 만들어 갈 것인가”, “내가 만드는 서비스를 통해 나는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로 조직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보다 직원 복지와 공동체 의식 그리고 일에 부여하는 의미를 인사관리의 지향점으로 삼는다.


2002년과 2010년 월드컵 대표팀 포상 방식의 차이
이런 사례들이 모두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사례이므로 대기업에는 맞지 않는다고 혹은 너무 실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한 가지 사례를 더 제시한다. 이 회사의 공식 명칭은 ‘윌버트 리 고어 & 어소시에이츠’다.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영국 인디펜던스)’, ‘제2의 피부’라는 평가를 받는 고어텍스 섬유를 개발한 회사다. 이 회사는 ‘3무(無)’, 즉 무 직위, 무 직책, 무 큰 조직의 전통이 있다. 이곳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의 직함이 없다. 그래서 이 회사 직원들의 명함에는 직함 대신 이 회사의 이름처럼 ‘어소시에이트(동료)’라고 적혀 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할 때도 이사회가 고어의 ‘동료’ 다수에게 누구를 CEO로 하면 좋을지, 누구를 리더로 따르고 싶은지 설문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고어의 CEO는 ‘임명’되지 않고 ‘선출’된다는 말이 있다. 평가 제도도 독특한데, 한두 명의 관리자가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서로서로 평가하는 다면 평가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 명의 직원을 평가하는 평가자가 10~30명에 달한다. 평가 항목도 표준화·수치화된 항목 대신 ‘비즈니스 성공에 얼마나 이바지했는가’, ‘팀원들과의 협력은 원만했는가’, ‘고어의 동료들에게 스폰서십을 잘 발휘했는가’ 등의 포괄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다. 그 결과 고어는 경영학자들이 꼽은 혁신적 조직의 모범 사례가 됐을 뿐만 아니라 포천이 선정하는 ‘일하고 싶은 직장’에도 매년 꾸준히 꼽히고 있다.

이제 다시 월드컵으로 돌아와 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선수들에게 공헌도에 따라 포상금을 A, B, C 등 3단계로 차등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팀 스포츠의 특성상 차별화가 어렵다는 비판에 부딪쳐 결국 모든 선수에게 동일한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천수 선수의 자서전을 보면 그때 협회에서 차등 지급했더라도 선수들은 이를 다시 갹출해 동일 금액으로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함께 땀 흘린 그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공평한 분배를 원한 것이다. 반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는 선수 개개인의 활약도에 따라 A, B, C, D 등 4등급으로 나눠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됐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선수들을 뭔가에 홀린 듯 심장이 터지도록 뛰게 하는 것은 성과에 따라 차등 분배되는 성과급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과 2010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거둔 성적의 차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한국 기업도 대안적인 인사관리, 특히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보상 제도를 고민할 때가 됐다. 경제 환경으로 보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있고 인적 구성으로 보면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세대가 달라짐에 따라 일과 직장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모든 기업이 가야 하는 당연한 목적지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독특한 인사관리를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 그 신(新)인사관리에서는 정말 ‘사람이 중심’이길 바란다. 그리고 사람은 돈으로만 동기부여되는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김재순 헤이그룹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