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판매 2배이상 추월, 수입차 공급 늘고 판매 채널 다양해져

[SPECIAL REPORT] 액셀 밟는 중고차 시장…온라인으로 ‘날개’
미국은 자동차 왕국인 동시에 중고차 천국이다. 자동차 보급률이 높을수록 중고차 시장도 함께 커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규모는 338만 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차 시장(156만 대)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중고차 시장, 그 ‘이유 있는’ 질주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5월 21일 인천 서구 가좌동 동화엠파크의 중고차 매매 단지 ‘엠파크시티’. 이곳은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와 팔려는 딜러들이 뒤섞여 매일같이 북새통이다. 사실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은 ‘자동차’다. 엠파크시티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다. 대략 7000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전시할 수 있는 규모다.

이날 엠파크시티에서 만난 송화영(38·서울 마포) 씨는 “새 차를 살까 하다가 요즘은 중고차도 (품질이) 괜찮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중고차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중고차를 살 때 가격이나 차에 대한 정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아 중고차에 대해 신뢰감이 없었는데, 몇 달 동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중고차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면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중고차는 더 이상 ‘저렴한 차’, ‘돈 없어서 타는 차’가 아니다. 중고차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 건수는 2009년 196만 건에서 지난해 338만 건으로 70% 이상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차 시장이 145만 대에서 155만 대로 정체 상태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한 국내 완성차 품질이 향상되면서 중고차의 품질 역시 좋아져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게다가 3~4년 전부터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에 뿌려진 물량이 중고차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고차 유통 채널이 온·오프라인으로 확대돼 매매 접점이 늘어나 중고차 매매가 보다 쉬워졌다는 점도 중요한 성장 요인이다.


‘카 푸어’ 영향…수입차도 헐값
현재 대규모 중고차 매매 단지를 비롯해 SK엔카·보배드림·오토인사이드 등의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가 활약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SK엔카 등의 경매장 참여로 중고차 도매시장 유통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지도가 높은 AJ렌터카와 KT렌탈 등의 렌터카 업체와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의 품질·가격 신뢰도 등이 높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SPECIAL REPORT] 액셀 밟는 중고차 시장…온라인으로 ‘날개’
엠파크시티에서 딜러로 활동하는 이한영 부장은 “3~4년 전만 해도 중고차 시장에 허위 매물이 판을 쳤는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딜러들이 모든 정보를 오픈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저렴한 가격대 위주의 국산차를 찾는 경우가 많아 선호 취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부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자동차는 보통 출고 직후부터 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예를 들어 출고 후 3년이 지나면 보통 신차 값의 60% 수준에서 중고 시세가 형성된다. 중고차의 취득·등록세와 보험료·자동차세도 저렴하다. 또한 수입차나 중대형 자동차일수록 감가율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신차보다 중고차를 구입하는 게 이득이다. 1년만 지나도 가격이 20~30% 내려가고 3년이 지나면 평균 감가율이 48%에 달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금전적 혜택만으로 중고차를 사지는 않는다. 김경미 SK엔카 홍보담당자는 “예나 지금이나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하다는 것으로, ‘싼 차’부터 찾았지만 요즘은 경제성에 플러스알파 요소가 많아져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새 차 같은 중고차’가 많아졌다. SK엔카의 영등포 직영점에서 만난 한 딜러는 “중고차 시장에 가장 많이 깔린 차들은 출고된 지 3~5년 된 차들인데, 시장에서는 이 정도면 신차나 다름없다고 여긴다”며 “한국 자동차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오른 만큼 중고차의 내구성도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중고차를 사면 수리비가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통설이 깨진 셈이다.

‘수입차의 활성화’도 중고차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은 3~4년 전부터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는데, 신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고차 매물 공급이 늘었다. 공급 매물이 늘면서 수입 중고차의 평균 가격이 하락했다. ‘카 푸어(차를 구입하고 차량 비용을 갚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헐값에 내놓은 상태가 양호한 수입차들도 꽤 늘었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는 BMW코리아의 공식 딜러인 도이치모터스가 최근 중고차 딜러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엠파크시티의 한 딜러는 “수입차 선택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애프터서비스도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고 또 저렴해졌다”며 “수입차 부품만 병행 수입하는 전문 업체가 늘고 있어 사후 비용 부담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유통 채널도 확대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중고차 매매 단지라고 불리는 상사 체제 속에서 4000여 개에 달하는 상사 법인,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매 딜러를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이 형성돼 있다. 서울 장한평·가양동 등 유명 대형 매매 단지를 비롯해 인천·안산·대구 등 지방까지 총 320여 개의 중고차 매매 단지를 통한 매매가 일반화됐다.
[SPECIAL REPORT] 액셀 밟는 중고차 시장…온라인으로 ‘날개’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디서든 클릭 한 번으로 중고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구매를 원하는 이지연(33)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 갈 시간이 없어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로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며 차를 확인한다”며 “생각했던 가격대의 차량이 나오면 딜러와 통화하면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한영 딜러는 “많은 딜러사들이 차량 홍보 수단을 진열에서 사진으로 바꿨다”면서 “온라인에 게시된 거래 매물의 시세와 특징을 꼼꼼히 비교해 본 후 매장을 방문해 구입하는 소비자가 열에 여덟이다. 그러면서 실제 매매 단지 방문자는 줄어들었고 매매 업체 역시 고정비용을 내 가며 매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경매·온라인 통해 대기업 속속 진출
온라인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 산 몇몇 기업들은 발 빠르게 온라인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은 SK엔카다. 2000년부터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며 지난해 매출 6772억 원을 올린 SK엔카는 두 가지의 온라인 채널이 있다. 하나는 26개의 SK엔카 오프라인 직영 매장과 연동된 ‘엔카몰(연 6만 대 거래)’이며 또 하나는 중고차 매매 오픈 마켓인 ‘엔카닷컴’이다. 이 엔카닷컴은 국산 및 수입 중고차 약 100만 대(2013년 기준)가 등록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최근 중고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엔카닷컴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업체와 손잡고 지난 3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호주 최대 중고차 온라인 매매 사이트인 ‘카세일즈닷컴’과 합작해 설립한 것으로, SK엔카는 이들이 정착시킨 선진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 도이치모터스와 현대캐피탈도 각각 ‘지카(G-car)’와 ‘오토인사이드’를 통해 투명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중고차 및 부품 판매의 온라인 시장 성장을 대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시장에는 자본력과 인지도 있는 기업들의 등장하고 있어 시장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중고차 도매시장의 채널도 확장됐다. 바로 ‘경매장’이다. 2001년부터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해 온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에 이어 SK엔카 경매장(2011년), 동화 엠파크옥션플러스(2013년)가 문을 열었다. 올 들어 kt렌탈(kt렌탈 오토옥션)과 AJ렌터카(서울경매장)가 새롭게 이 시장에 뛰어들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전체 중고차 거래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성장성이 크다”며 “경매장 업계는 출품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가 핵심인 만큼 체인 확대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이 지난 3년간 세 곳의 경매장을 통해 28.3%의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을 감안하면 AJ렌터카(AJ렌터카·AJ셀카·서울경매장)나 SK엔카(SK네트웍스·SK엔카·SK엔카경매장) 등이 체인을 형성하고 경매장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렌터카 업체는 렌터카 사업이 커지면서 처리해야 할 중고차 물량이 증가해 이를 소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매라는 유통 채널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경매장의 최대 강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금융으로도 사업이 다각화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와 금융 서비스 역시 중고차 매매 흐름의 전 과정에 걸쳐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kt렌탈이 kt렌탈오토케어(렌트 차량 관리)와 KT오토리스(금융 리스)까지 사업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AJ렌터카는 AJ카리안서비스(차량 관리)·AJ카리안디투디(순회 정비)·AJ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금융 리스)·엘앤에프오토론(담보대출)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수출·금융·애프터서비스와 폐차 부품 해체 및 재활용 산업 등이 중고차 시장을 기반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차기 핵심 분야들”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개척되지 않은 30조 원대 중고차 시장의 먹을거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고차 시장의 확대로 소비자로서는 보다 좋은 가격에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업체는 성장 국면에 있는 중고차 유통시장 진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연관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직 계열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 온 중고차 시장은 불량 마켓이라는 오명을 떼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의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돋보기 | 중고차 실패 없이 사는 법
중고차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꼼꼼한 체크’다. 중고차를 실패 없이 살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1. 소득수준에 맞춰 골라라. 차량 구입비용을 연봉의 40%로 맞춰 구입하면 3년간(자동차 평균 교환 주기) 연봉 수준에 차량 가격은 10~13% 정도로 전체적으로 부담이 적다.
2. 예산을 짤 때는 취득·등록세와 보험료 등 지출 예상 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3. 전 차주의 성별·직업·연령대를 살핀다. 차량을 소중하게 여기고 운전 습관이 비교적 안정적인 40~50대 공무원 또는 직장인들의 차가 인기도 높다.
4. 수입 중고차를 살 때는 반드시 시승해 본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승차감 차이가 크다.
5. 수입 중고차를 살 때 병행 수입 차량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식 수입 차량은 비싸지만 무상 보증 기간이나 애프터서비스가 쉽다. 반면 병행 수입 중고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무상 보증 기간 내에 구매했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수입사가 있다.
6. 차량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기본적인 서류는 성능 점검표와 사고 이력 조회, 자동차등록증, 딜러 신원 보증 서류 등으로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좋다.
7. 5월 중순부터 말,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11월 중순 이후에 살 것을 권한다. 거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수기와 매매 시장에서 중고차 재고량이 많아지는 시기가 적기다.
8. 제삼자가 개입하는 모든 거래는 주의한다. 남의 차를 대신 팔고 도망가는 ‘먹튀’가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