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문화재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직되고 부족한
문화재 예산이 문제다. 이제는 금융으로 풀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경제산책] 문화재 보호 그리고 금융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2007년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중소기업팀,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4대 국정 운영 기조 중 하나로 문화 융성을 꼽았으며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실제로 2009년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당시 예측 불가한 문화재 보존비용 대비 경직된 정부 예산이 결국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문화재보호기금법’이 제정됐다. 문화재보호기금법의 내용은 2010년부터 5년간 매년 1000억 원씩 총 50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보호기금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문화재 관련 예산의 규모가 충분하지도 않거니와 경직된 예산만으로 문화재를 지켜 나가기에는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다.

2013년 5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됐던 숭례문 복구 작업의 부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취임했던, 당시 매우 합리적인 인사로 크게 평가 받았던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억울하게 책임을 안았다. 숭례문 사건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급기야 ‘중요문화재 특별 종합 점검 계획’을 수립했고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관리 체계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 재정지출 중 문화·관광 분야의 비중은 2009년 1.2%에서 2014년 1.5%로 소폭이나마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문화재 관리 예산은 0.17%로,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앞에서 말한 ‘중요문화재 특별 종합 점검’에 필요한 예산은 문화재보호기금만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계획은 수립됐지만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부터 앞선다.

문화 융성이 이슈화되면서 문화 콘텐츠 산업에는 투자가 확대되고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작 문화재 관련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유인즉, 문화 콘텐츠 투자는 한마디로 잘하면 대박이기 때문에 투자가 몰리지만 문화재 관련 사업은 대부분이 제한된 정부 예산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문화재 발굴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는 분야는 소규모 발굴에 국한돼 있고 대부분은 시행사가 발굴 비용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예상외의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행사들이 나오게 되고 지자체 사업은 지연되기 일쑤다. 업계에서는 늘 합리적이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1조’에서 정한 원형 보존이라는 기본 원칙을 앞세워 문화재의 주인인 국가가 발굴 비용을 시행사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발굴 조사비용 규모는 약 2000억 원 수준이다. 문화재보호기금의 1년 지급 규모가 1000억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부족한 예산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문화재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직되고 부족한 문화재 예산이 문제다. 이제는 금융으로 풀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정부는 단순히 후원을 통한 예산 확보가 아니라 금융권과의 협력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민간자본 유입을 유도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회사는 사회 공헌 차원의 금융 지원 체계를 조심스럽고 점진적으로 다져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