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개혁 담은 ‘新국9조’…개인 투자자에 빗장 풀어
중국 증시의 개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9일 국무원(중앙정부)은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진일보 촉진하기 위한 약간의 의견’을 발표했다. 2004년 국무원의 ‘자본시장 개혁·개방과 안정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약간의 의견’에 이어 또 한차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2004년 발표를 국무원의 국(國)자와 조항 수인 9를 써서 ‘자본시장의 국구조(國九條)’라고 부른다. 10년 만에 발표된 의견을 중국 언론은 ‘신(新)국9조’라고 부르고 있다.국9조 이후 증권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이뤄진 뒤 2005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상하이증시는 2007년 6000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오는 12월 증권법 개정 심의에 들어간다. 2007년 이후 중국 증시 역사상 최장기 침체에 빠져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증시가 신국9조 개혁을 동력으로 상승 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상 최장기 침체 빠진 중국 증시
2020년까지 본격화하기로 신국9조는 신규 기업공개(IPO) 등록제 실시 등 “기존에 밝힌 개혁을 재확인했다(중국 경제지 차이신)”는 혹평도 받지만 일부 개혁 방향을 구체화했다. 중국에선 국9조 이후 비유통주 개혁뿐만 니라 한국의 해외 펀드와 같은 적격 내국인 기관투자가(QDII) 제도(2007) 및 창업판 개설(2009년)과 공매도에 해당하는 융자융권제와 주가지수 선물 거래(2010년) 등 과감한 개혁이 순차적으로 단행됐다.
신국9조에는 국9조와 같이 대외 개방 조항이 있지만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개인 투자자들로 개방의 대상이 확대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증시에 직접투자할 수 있는 해외 투자자는 QFII(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로 제한돼 있고 중국 개인 투자자도 QDII 자격을 따낸 중국 내 금융회사의 펀드를 통해 해외 증시에 간접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신국9조는 해외의 개인이 중국 증시에, 중국 개인이 해외 증시에 직접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국9조를 발표한 날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홍콩과 중국의 투자자가 상대 증시의 주식에 직접투자할 수 있는 규정을 발표하고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인 한국 정부는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혜택을 경쟁국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국9조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해외 증권거래소와 펀드 및 거래소 상품 상호 인정도 한국 정부가 추진해 볼만하다.
현재 외국인 개인이 직접투자할 수 있는 중국 증시의 B주도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992년 외국인 전용으로 개설된 B주는 내국인에게도 투자를 허용하는 등 부양 조치에 힘입어 한동안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신규 상장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의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신국9조에서는 안정적으로 B주 시장 개혁을 탐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에선 B주가 홍콩의 H주와 통합한 것처럼 B주 폐지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국9조는 또 외자계 증권사의 경영 업무 범위를 적절한 때 확대해 주기로 했다. 합작 증권사는 증권업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위탁 중개 업무 등을 할 수 없는 등 경영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 중국 당국은 일부 합작 증권사에 일부 지역 고객을 상대로 한 위탁 중개 업무를 허용하는 제한적 개방을 견지해 왔다. 한국 증권사 중 중국에서 합작 증권사를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의 민·관도 중국 증시 변혁의 물결에 올라탈 때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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