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청량감에 미네랄 풍부해 인기…매년 30%씩 매출 ‘쑥쑥’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살던 김도흔(30·여) 씨는 최근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마신다. 탄산음료의 높은 칼로리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제 카페에서도 커피 대신 탄산수를 찾는다.

▶이원(34·남) 씨는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 아침 탄산수로 속을 달랜다. 과음 후에 탄산수를 마시면 울렁거리는 속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고 일반 물에 비해 갈증이 잘 해소되기 때문이다.

▶임신 후 입덧으로 고생하는 김수진(32·여) 씨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마다 탄산수를 마신다.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자니 설탕이나 카페인이 마음에 걸려 탄산수를 선택했다.



탄산수(스파클링 워터)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탄산수는 탄산가스가 자연적으로 녹아 있거나 인위적으로 주입된 물이다. ‘톡’ 쏘는 청량감에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탄산수 붐이 일면서 미네랄워터 대신 탄산수만 마시는 마니아도 부쩍 늘었다.

장대선 한국탄산수협회 회장은 “유학 등 해외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탄산수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며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탄산수의 인기는 시장 상황만 봐도 확연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2011년 100억 원, 2012년 128억 원, 2013년 약 2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이런 흐름에 올해는 약 350억 원까지 탄산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마시는 물 시장(탄산수 포함) 규모가 5400억 원인 것에 비하면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해외 브랜드 누르고 토종 제품이 선두
실제 대형 마트인 이마트에서 3월까지 판매된 탄산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2.1%나 증가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41.2% 늘었다. 탄산수를 판매하는 곳도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 카페 등지로 확장되고 있다.

탄산수 종류는 다양하다. ‘탄산수’라고 하면 ‘페리에(프랑스)’가 전부였던 시장이 이제는 30여 종이 나와 있다. 해외 프리미엄급 탄산수인 몬테스 젠틀리(오스트리아)와 샤로티(그리스) 등을 비롯해 한국 토종 브랜드인 트레비(롯데칠성음료)·초정탄산수(일화)·디아망(하이트진로음료)·디톡(동원F&B)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음료 업계 관계자는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음료 시장에 성장세를 이어 가는 음료는 커피와 탄산수밖에 없어 업체들마다 부지런히 신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탄산수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제품은 초정탄산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 기관 AC닐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8월까지의 누적 집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초정탄산수가 42%, 페리에 37%, 트레비가 13%를 보이며 국내 토종 브랜드인 초정탄산수가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토종 제품이 글로벌 기업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비결은 ‘가격 경쟁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은 한 병에 1500~3100원 정도다. 국내 제품은 이보다 2~3배 정도 저렴한 편이다. 대형 마트에서 초정탄산수와 트레비 500mL 페트병이 1000원 안팎에 팔리는데 비해 페리에 330mL병이 1500원이다.

탄산수 시장이 성장하면서 탄산수 제조기 시장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탄산수 제조기를 개발, 판매하는 ‘투쿠시소다’, ‘트위스트앤스파클’ 등 다양한 브랜드가 소개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탄산수 제조기 가격은 10만 원 안팎부터 4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제조기 안에 탄산가스가 든 실린더(2만 원대 기준)를 넣으면 탄산수를 최대 60리터(L)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탄산수 음료 제품 181병(330mL 기준)에 해당하는 양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이렇게 제조기를 사용해 인공 탄산을 넣어 만든 탄산수를 ‘인공탄산수’라고 한다. 반면 땅속 미네랄이 탄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물에 녹아든 것이 ‘천연 탄산수’다. 마트에 나와 있는 탄산수는 천연, 천연+인공, 인공 탄산수가 섞여 있다.


가정용 제조기 시장도 후끈
한 업계 관계자는 “인공탄산수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만드는데, 가스를 주입하는 기술이 어렵지 않아 많은 업체들이 탄산수 제조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버튼을 누르면 탄산수가 나오는 냉장고가 출시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파클링 냉장고다. 세계 최대의 탄산수 제조 업체인 ‘소다스트림’의 탄산가스 제조기를 냉장고에 설치한 이 제품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가 숙취 해소를 위해 냉장고 정수기에서 탄산수를 내려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냉온수기 제조업체 영원코퍼레이션은 국내에 스파클링 냉온정수기를 출시했다. 2003년 처음 탄산수 냉온정수기를 개발한 이후 해외시장에 주력했던 이 업체가 11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국내용 모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세계 탄산수 시장 규모가 약 41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비약적인 성장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음료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소수의 몇몇 업체들이 점유율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탄산수가 국내에서도 대중화되기 시작해 많은 업체들이 탄산수 제품을 잇달아 리뉴얼하고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산수 품질을 좌우하는 탄산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패킹(packing) 방식을 연구하고 투자할 부문에는 과감히 투자해야 해외 브랜드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화하는 탄산수 활용법
탄산수가 다이어트·소화불량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음용 외에도 요리나 세안 등 그 사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대표적인 탄산수 활용법을 살펴보자.

1 과일청이나 식초 등을 넣어 핸드 메이드 탄산음료를 만든다.
2 생선을 탄산수에 담갔다가 조리하면 비린내가 없어진다.
3 탄산수에 담갔다가 조리하면 누린내가 없어지고 육질이 연해진다.
4 탄산수로 채소를 씻으면 미세 먼지나 잔류 농약이 보다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5 밥을 지을 때 탄산수를 이용하면 미네랄 성분이 밥맛을 부드럽게 해준다.
6 튀김이나 부침 요리를 할 때 반죽에 차가운 탄산수를 넣으면 쫄깃하고 바삭하다.
7 피부에 좋다고 알려진 약산성 성분을 띠는 탄산수를 물과 희석해 세안수로 사용하면 피부의 탄력을 높여주며 혈액순환과 모공 속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 얼굴의 부기도 완화해 준다.
8 마른 걸레를 탄산수에 적셔 유리나 화초 등을 닦으면 얼룩이 깔끔히 지워지고 화초에 윤기가 난다.
[트렌드] 아직도 맹물 마셔? 대세는 ‘탄산수’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