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비중 꾸준히 상승…급격한 자금 이탈 시 혼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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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발생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계기로 신흥국 가운데 중국과 함께 가장 유망한 국가로 부각된 한국도 부동산 시장과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유입됐던 외국자본의 이탈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통계학적 이론 등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의 추세적인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자든 수요자든 간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부동산 시장도 증권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여 증시와 외환시장처럼 해외 자본 유·출입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1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추진을 계기로 신흥국들에 외국자본 유·출입을 규제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외국 자금 규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효과 큰 부동산…소비지출과 직결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증시 등에서 이탈하는 것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각국의 SOC 확충 계획을 보면 점차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양되는 비중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규모의 특성상 해외 자본이 얼마나 많이 유입되느냐가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크게 주거용 부동산 시장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나눠지는데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경기 부진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 매매 가격 지수는 2008년 9월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1월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주택 매매가격은 전 분기에 이어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 거래량은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질 주택 가격은 2009년 이후 상승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실질 주택 매매 가격은 전 분기에 이어 지속적인 약보합세를 나타낸 반면 비수도권의 실질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경제가 내수 증가, 기업 투자 활성화, 고용 증가 등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내 예측 기관들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전세의 매매 전환 증가와 입주 물량 확대 등의 이유로 지난해에 비해 전셋값 상승은 다소 둔화되는 반면 매매가는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전국 집값이 2.0~2.2% 오르고 수도권은 2.9~3.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전국 집값은 0.3% 올랐고 수도권은 11% 하락했으며 전셋값은 전국 5.7%, 수도권은 6.97%로 예상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전망치 또한 매매가 상승은 보합에서 1.5% 사이를 전망하는 반면 전셋값 상승률은 그보다 높은 1.9~3.0%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해외 자본 유·출입에 따른 교란 요인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외국인 토지 소유 면적 현황을 보면 주체별로는 외국 국적 교포가 1억2567만㎡(55.6%)로 가장 비중이 크고 합작법인 7238만㎡(32.1%), 순수 외국 법인 1624만㎡(7.2%), 순수 외국인 1112만㎡(2.9%)순이다. 용도별로는 임야·농지 등 용지 비중이 1억3338만㎡(59.0%)로 가장 크고 공장용 6728만㎡(29.8%), 주거용 1504만㎡(6.7%), 상업용 587만㎡(2.6%), 레저용 436만㎡(1.9%)순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미국 1억2231만㎡(54.1%), 유럽 2399만㎡(10.6%), 일본 1702만㎡(7.5%), 중국 713만㎡(3.2%), 기타 국가 5548만㎡(24.6%)다. 시도별로는 경기 3910만㎡(17.3%), 전남 3742만㎡(16.6%), 경북 3639만㎡(16.1%), 충남 2108만㎡(9.3%), 강원 1925만㎡(8.5%)순으로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논의해 왔던 ‘윔블던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윔블던 효과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처럼 영국의 금융회사 소유주가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동산은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효과는 부동산 등 자산 가치 변화에 따라 가구의 일반적인 소비 수준이 증가하거나 감소해 경기에 미치는 긍정 혹은 부정적 효과를 의미한다. 이런 자산 효과는 일반적으로 항상소득가설과 생애주기가설에 따른 소비 이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가계의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 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


해외 자본 유·출입 안전장치 강화해야
보유 자산의 가치 변동은 자산 처분, 자산 담보대출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경로로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역으로 자산 가치 하락 시 소비지출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가계 소비의 자산 효과는 금융 제도 특성, 가계 자산구성, 금융자산 축적 정도, 주거 형태 차이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주택의 자산 효과가 주식의 자산 효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전 의장은 미국 주식 자산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증가하는 반면 주택 자산의 소비 증대 효과는 달러당 10~15센트로 최소한 주식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여러 요인 가운데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점이 가세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시장에 대해서는 연구별로 결과의 일관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주택에 의한 자산 효과는 실증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의 자산 효과에 대한 최근 연구와 미국의 사례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환금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 아파트의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23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규제 강화 추진 내용 등을 참고해 해외 자본 유·출입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때다.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동산과 SOC 분야의 해외 자본 유·출입 문제에 대해서도 외환·금융 위기와 동일한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해외 자본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합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면 무엇보다 현재 외화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는 만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더 쌓아야 한다. 동시에 급격한 외자 유출 시 주요 외화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는 단기 외채를 줄여 외채 구조를 대폭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외화보유액이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 외화 보유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외화 보유 자산의 통화 구성을 다변화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달러 보유 비중을 단기간에 줄여 나갈 경우 예상되는 달러 가치 급락에 따른 잔여 외화보유액 평가액 감소와 한미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