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나 허츠 지음┃이은경 옮김┃비즈니스북스┃344쪽┃1만5000원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침대로 들어가 잠들기까지 하루 동안 내리는 결정의 순간은 몇 번이나 될까. 이불을 개는 일부터 시작해 어떤 옷을 입을지, 직장에선 어떤 일부터 처리할지, 점심은 뭘 먹을지 등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이 무려 1만 번에 이른다고 한다. 설렁탕과 파스타 사이의 고민처럼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고민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을 해야 할지, 이 종목에 투자할지 말지 같은 중대한 결정은 한 번의 선택으로 삶의 모습을 심각하게 바꿔 놓을 수 있다.
선택은 어차피 개인의 몫이다. 지인의 충고나 자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 결론은 온전히 스스로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만 24시간 동안에만 1만 번에 이른다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 그런데 과연 이 결정과 생각들은 온전히 자신의 것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학계의 주요 스타 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의 신작에는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이며 합리적이지 못한지 설득력 있게 드러난다. 저자는 ‘방금 내가 내린 결정이 정말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물으며 “누군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경제학자의 본분(?)을 넘어 행동과학·심리학·경제학의 최신 연구들을 망라해 인간이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오늘날 생각의 속도를 넘어선 인터넷의 발달 속에서 자율적 의사 결정을 막는 다양한 실체를 공개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 성인 집단에 전문가의 충고를 고려해 금융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내리게 했다. 이들이 결정을 내리는 동안 연구자들은 스캐너로 두뇌 활동을 측정했는데, 놀랍게도 전문가의 조언에 직면했을 때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꺼 놓은 것처럼 활동을 멈췄다. 전문가의 말을 들을 때면 습관처럼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는 뜻이다.
노리나 허츠는 19세에 런던대를 졸업한 신동이다. 이후 와튼스쿨에서 MBA를,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화 이후 사회 변화를 다룬 전작 ‘소리 없는 정복’을 통해 명성을 얻은 이후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다보스포럼과 TED 강연의 고정 멤버이고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운동을 이끌고 있는 U2의 보노는 그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꼽는다. 조지 소로스는 그를 직접 점심 식사에 초대해 세계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모양, Shapes’
얼룩말의 줄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필립 볼 지음┃조민웅 옮김┃사이언스북스 | 427쪽┃2만 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보면 얼룩말은 가축화에 실패한 동물이라고 나온다. 사람들이 타는 말을 보라. 얼룩말은 없다. 이유는 녀석의 성질 때문이다. 얼룩말은 성장하면서 난폭해진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동물원 사육사 가운데 가장 많이 다치는 사람이 바로 얼룩말 사육사라고 하니 녀석의 성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어떻게 이런 줄무늬를 가지게 됐을까. 자연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대답이 간단하긴 하지만 정답이다. 요컨대 줄무늬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대답이 간단하니 좀 더 깊은 답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생물학자를 비롯해 화학 심지어 수학 분야 학자들도 이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컴퓨터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수학자 앨런 튜링은 1952년 발표한 ‘형태 형성의 화학적 토대’란 제목의 논문에서 생물이 발생하는 동안 서로 다른 세포 내의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 있는 화학물질인 ‘형태 형성 물질’의 개념을 제안했다. 즉 유전자가 줄무늬를 ‘만들라’고 명령하고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그만 만들라’고 명령한다는 말이다. 튜링의 생각은 현대 과학으로 봤을 때도 옳다. 생물학이나 발생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수학자가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얼룩말의 경우 줄무늬를 갖게 하는 소질만 유전된다. 요컨대 유전 메커니즘에 의해 줄무늬가 생성된다.
흰개미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집의 모양도 불가사의하다. 흰개미 집은 보통 5m 정도 높이로 녀석들의 크기와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규모라고 말할 수 있다. 집 안 공기 상태도 쾌적하게 유지되도록 지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거대하면서도 쾌적한 건물을 만들 수 있을까. 이는 개별 개미들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이런 상호작용이 누적된 결과 이런 거대한 모양의 집이 생긴 것이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자신이 이런 거대한 집을 짓는다는 것을 모른다. 이를 ‘집단지능’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필립 볼의 ‘형태 3부작’ 가운데 첫째 책이다. 책의 부제는 ‘무질서가 스스로 만드는 규칙’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갖가지 모양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여러 과학 분야의 지식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과학에 익숙지 않은 독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묵묵히 읽다 보면 과학책의 진면목을 느끼게 된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트리플 패키지
부모의 경제력·교육수준·지능·제도 등과 무관하게 높은 학업 성취와 물질적 성공을 거두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사회의 유대계·아시아계 인종들이나 모르몬교도 등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미국인 성공 집단들의 주류 문화와 달리 평등의식 대신 우월의식·자존감이 아닌 불안감, 현재를 즐기는 문화가 아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책은 출판 전부터 특정 민족의 우수성을 논한다는 것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지만 치밀하고 방대한 연구와 균형 잡힌 시각으로 호평을 받았다.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436쪽┃1만6000원
최고의 사업가는 어떻게 그 자리에 섰는가 저자 닐 루이스는 컴퓨터 1대와 2000파운드를 가지고 골방에서 시작한 사업을 8년 만에 1200만 파운드짜리 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아찔한 추락을 경험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저자는 인생과 사업의 성공은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22년간 성공한 사업가로 명성을 쌓아 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가들이 지켜야 하는 100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또 이 규칙들을 실제 사업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적용할 것인지 설명한다.
닐 루이스 지음┃이종국 옮김┃아라크네┃288쪽┃1만5000원
나는 다른 것을 본다
대중은 좋은 것을 보면 감탄하지만 다른 것을 보면 갖고 싶어 한다. 기업은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것을 찾아 나선다. 나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시장의 승자를 결정짓는다. 다른 것에 열광하는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것은 ‘파는 자’의 숙명이다. 현재 오비맥주의 마케팅 수장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마케터인 송현석 오비맥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바꿀 ‘생각의 방식’을 흥미진진하게 전한다. 마케팅은 이제 기업의 홍보 수단이 아닌 핵심 전략이다.
송현석 지음┃쌤앤파커스┃320쪽┃1만5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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