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BQ 3개 점포 운영 여환구 사장

[한국의 점포왕들] “적자 점포 사들여 시스템화로 승부”
제너시스BBQ그룹의 성공 파트너 여환구(55) 사장은 1997년 이후 17년간 줄곧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왔다. 그 사이 수많은 경쟁자들이 나왔고 때로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파고를 헤치며 업계에 월매출 1억 원을 올리는 ‘치킨왕’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업종과 브랜드에 대해 90% 이상은 안다고 생각했고 규모를 늘려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점포를 늘리게 됐습니다.”

1호점 군자점(1997년), 2호점 중곡점(2013년), 3호점 구의점(2013년)은 삼각형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모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 사장은 언제 어디서든 서로가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삼각형 입지를 선택했다. “오토바이로 5~8분 거리에 있어 물량이 부족하면 곧바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재료부터 재고까지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죠.”

새롭게 신규 가게를 오픈하지 않고 기존 적자 점포를 인수해 흑자 점포로 되살린 점이 독특하다. 2호점 중곡점은 시장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두 시간 간격으로 유동 인구를 체크한 결과 찾아낸 자리다. 인수 후 리모델링을 하는 데 약 2억5000만 원이 들었다. 같은 자리에 신규 매장을 내는 것보다 5000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 여 사장은 가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족석을 만들고 금연 공간으로 꾸몄다. 그 대신 야외에 별도의 테라스를 만들어 흡연 고객을 배려했다.


점장 월급 50%는 적금 통장에 부어
“두 달 안에 흑자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월매출 4500만 원을 올리게 됐어요. 효자 점포가 됐죠.”

그는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다점포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일관된 품질·맛·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하듯이 여 사장은 1호점을 중심으로 중앙 공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2호점 3호점엔 점장을 두고 여 사장 부부는 1호점에서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식재료 또한 1호점을 통해 매일 아침 2, 3호점으로 공급한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때 어려운 점은 유통기한이 5일로 짧을 뿐만 아니라 손 한 번 잘못 타면 금세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위생 관리에서부터 재료 손질·보관·조리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규모가 늘어나면 일이 배가 된다.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들이는 이유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 간 매출 격차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감에 야심차게 확장했지만 3호점 구의점은 예상과 다르게 매출 상승이 크지 않았다. 산 밑에 자리하고 있어 고객층이 기존과 다르다는 점은 간과한 것이다. 6개월 후 목표치의 50%밖에 달성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여 사장 부부가 나서 3호점에 올인했지만 1, 2호점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3개 매장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되는 매장과 잘 안 되는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 가장 주력한 부분 중 하나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도 동일하게 진행합니다. 그렇게 하니 조금씩 격차가 줄어들게 되더군요.”
[한국의 점포왕들] “적자 점포 사들여 시스템화로 승부”
규모가 커지면서 겪는 고충은 역시 직원 관리다. 업종 특성상 아무리 공을 들여도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20대 초반으로 대학·군대·취업의 큰 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도 배출했다. 여 사장의 자랑인 2, 3호점의 점장들이다. 12년, 7년을 함께하며 신뢰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여 사장은 부인과 함께 1호점에서 통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직이 잦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독특한 점은 반강제적인(?) 적금 통장이다.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월급을 두 개로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50%는 적금 통장에 넣어 돈을 모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처음엔 불만이었지만 쌓이는 돈을 보면서 그때부터 신뢰하게 되죠.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돈을 허투루 쓰기 쉬운데, 반강제적으로나마 모으는 습관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월급 이외에 ‘플러스 시급’을 적용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챙겨 받는 보너스 개념이다.
[한국의 점포왕들] “적자 점포 사들여 시스템화로 승부”
반드시 여유 자금 확보해야
여 사장이 남다른 점은 ‘대안’을 항상 마련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는 창업의 세계에선 영원한 실패도 영원한 성공도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는장사는 한 번의 사고로 순식간에 문을 닫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규모를 키울수록 위기에 대응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5억 원짜리 보험에도 들었죠. 스쿨존에 자리하고 있어 학생 고객이 많고 단체 주문도 많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점포를 운영할 때도 여유 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확장하는 게 키포인트라고 강조한다. 총 투자 금액의 최소 35% 정도의 자금은 남겨 둬야 혹시 모를 실패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개월 동안 유지할 돈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3개월간 적자를 내서 망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둬야 합니다. 이게 제가 교습비를 내면서 얻은 교훈이자 공식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여 사장은 제네시스BBQ 회장의 직통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독대를 한 적도 여러 번이다. 고객을 상대하면서 얻은 현장의 아이디어를 회사에 적극적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동일한 목표 아래 움직일 때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게 본사의 경영 이념이고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현장에서 느낀 애로 사항과 개선해야 할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죠. 매장에서 입는 단체복이 불편하면 디자인을 고민하고 직접 의류 업체를 찾아가 제작도 해봤습니다. 이것을 본사에 가지고 가 회장님 앞에서 브리핑도 했고 전 매장에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오토바이도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공했죠.”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에 힘입어 여 사장은 본사 마케팅 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제너시스BBQ 패밀리 페스티벌에서 닭 모형의 순금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다점포 성공 DNA 중 가장 기본은 역시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매뉴얼대로 음식을 만들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충성 고객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번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집 열쇠를 제게 맡긴 적도 있습니다. 치킨 배달을 하고 돌아왔지만 밤에 다시 한 번 방문해 아이가 잠드는 것을 지켜보고 부모님께 안심하라며 전화를 걸었죠. 그만큼 저를 믿어주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일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다가 치킨 프랜차이즈를 창업할 때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어떤 분야든 이론과 실전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한 달 만이라도 직접 뛰어든 후 창업을 결심하길 당부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