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흑자 전환 예상…한화 큐셀·솔라원 발전 사업 약진

[태양광 화려한 부활_태양광 강자 꿈꾼다-한화] ‘불황 속 2조 베팅’ 수직 계열화 빛 발하나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산업을 지정한 한화그룹은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최근 들어 태양광 산업의 업황이 턴어라운드하면서 그간의 투자가 본격적인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4월 23일 태양광 사업이 올해 1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2011년 2분기부터 적자가 시작된 이후 3년 만의 극적인 흑자 전환이다.

한화그룹은 유럽·북미·아시아·호주·아프리카 등지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태양광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특히 이는 큰 도전이었다.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던 타 대기업들은 중국발 공급과잉을 의식해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철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2조 원 정도를 과감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화그룹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전지(한화큐셀·한화솔라원)-모듈(한화큐셀·한화솔라원)-발전 시스템(한화큐셀·한화솔라원)에 이르는 태양광 분야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이 같은 수직 계열화는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업황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자 급속도로 수익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올 들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수익성이 좋은 다운스트림(태양광발전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약진을 보여줬다. 특히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은 여러 지역에서 굵직한 사업 성과를 내면서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직 계열화 완성
한화큐셀은 지난 4월 16일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의 은퇴자 아파트에 덴마크에서 최대인 345kW 규모의 지붕형(Roof-Top)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이 아파트에서 소요되는 전기의 56%에 해당하는 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덴마크는 최근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줄이고 소규모의 자가 소비형 태양광발전소를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큐셀이 추진한 방식과 같은 사업 모델이 많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현지에서 기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덴마크와 함께 영국에서도 성과를 냈다. 지난 3월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에 영국 AGR로부터 수주한 24.3MW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솔라센추리가 영국 서머싯 지역에 건설한 1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에도 모듈을 전량 공급했다. 최근 빠른 태양광 수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에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북중미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내 환경오염 지역인 메이우드에 준공한 10.86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당연하게도 새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진출한 것이긴 하지만 황폐해진 환경오염 지역을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이우드는 1921년부터 1972년까지 콜타르 정제 및 침목 처리 시설로 사용됐던 곳이다. 콜타르 정제 등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면서 환경오염 지역이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환경청(EPA)은 1984년 이곳을 ‘슈퍼펀드’ 지역으로 지정했다. 슈퍼펀드는 유해물질로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한화큐셀은 그런 환경오염 지역을 태양광발전소로 탈바꿈시켰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우선 EPA의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공사 과정에서 아직 땅속에 남아 있는 콜타르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신공법으로 EPA를 설득, 공사 진행 승인을 받았다. 특히 새 기술 적용에 따른 공사비용이 크게 늘지 않아 프로젝트의 경제성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일본 시장 내에서 520MW를 판매하며 일본 내 해외 태양광 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태양전지 생산 규모 더 늘린다
한화솔라원도 활발하게 중국·북중미·유럽 등에서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우시 지방정부와 신도시 건설 지역에 100MW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기로 했으며 스페인 태양광 기업인 코브라와 그란솔라가 과테말라의 리오혼도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6.2MW의 모듈을 공급하기도 했다. 1월에는 중국의 HTR그룹과 7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전력 판매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포크트솔라가 영국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20.5MW의 모듈을 공급했다.

한화 태양광 부문의 좋은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올해 3분기부터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본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들어 폴리실리콘은 4개월째 20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20달러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2012년 3분기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 밑으로 폭락한 이후 처음이다. 시장 회복에 발맞춰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공장은 현재 풀가동 중이기도 하다.

한화는 올해를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시장의 본격적인 활황 시대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유럽·일본의 지붕형 태양광 시장 석권 ▷경쟁력 있고 신뢰성 있는 발전 체계 제공 ▷고품질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쳐 나간다는 전략이다.
[태양광 화려한 부활_태양광 강자 꿈꾼다-한화] ‘불황 속 2조 베팅’ 수직 계열화 빛 발하나
이 같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에 자리한 공장에 200MW 규모의 전지(cell) 생산 라인 증설에 돌입했다. 현재 한화큐셀은 독일에 200MW, 말레이시아에 900MW의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200MW 증설이 완료되고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올해 하반기가 되면 한화큐셀의 셀 생산능력은 총 1.3기가와트(GW)가 된다. 규모뿐만 아니라 아니라 말레이시아 공장에 모듈 공장 증설도 추진해 원가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도 갖출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 부문이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 개선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낼 전망”이라며 “2015년에는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의 지휘자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의 ‘구원투수’…그룹 재정비 속도 낼 듯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이끌고 있다. ‘직함’에서 보듯이 김 실장은 한화의 태양광 사업 진출 초기부터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이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선 김 실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그룹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및 업계에 따르면 김 실장은 현재 기존의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제조 부문 강화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또 한 축인 금융 계열사의 경우 강도 높은 효율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건강 문제로 김 실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주도하고 있다”며 “특히 김 실장이 최근 석유화학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역시 이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언론 인터뷰조차 한 적이 없던 김 실장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을 대표해 2월 일본 도교에서 열린 PV엑스포에 참가했고 이 달 초에는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국제 석유화학 산업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하며 대외적 행보를 넓히는 중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