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된 글로벌 리더십…특정국 의존 않고 연결망 열린 베트남 등 주목

<YONHAP PHOTO-0178> (100206) -- IQALUIT, Feb. 6, 2010 (Xinhua) -- Finance ministers from the Group of Seven (G7) most industrialized countries attend a meeting in Iqaluit, Canada's Arctic city, Feb. 6, 2010. The G7 Finical Ministers' meeting continued on Saturday morning in Iqaluit to focus on continuing cooperation on global 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 and balanced development in an effort to inform the June G8 and G20 summits. (Xinhua/Zhang Dacheng) (zw)/2010-02-07 05:43:1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00206) -- IQALUIT, Feb. 6, 2010 (Xinhua) -- Finance ministers from the Group of Seven (G7) most industrialized countries attend a meeting in Iqaluit, Canada's Arctic city, Feb. 6, 2010. The G7 Finical Ministers' meeting continued on Saturday morning in Iqaluit to focus on continuing cooperation on global 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 and balanced development in an effort to inform the June G8 and G20 summits. (Xinhua/Zhang Dacheng) (zw)/2010-02-07 05:43:1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7, G10 등 한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G’ 체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6년 전에 발생했던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십 유지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요즘 모습이다. 중국은 경제 위상이 높아졌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책임질 만큼 외교 역량이나 소프트 파워, 군사력 등이 미국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갈수록 지배국(혹은 중심국)이 없는 ‘그룹 제로(G0)’ 시대로 가는 상황에서는 각국 간 경제 관계가 글로벌 이익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일본·중국 등 경제 대국일수록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과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경제 신질서 5개 시나리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유엔 등과 같은 국제경제 경찰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위반 시 판정하고 제재하더라도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국가들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G0 시대가 금융 위기 이후 새로운 체제로 확정되기 이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그대로 굳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향후 세계경제 질서는 ①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G2’ ②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냉전 2.0’ ③지역별로 분화하는 ‘분열’ ④모두 조화하는 ‘G20’ ⑤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③과 그다음이 ①로 이미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이나 지역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때 세계경제는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으면서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시대의 ‘젤리형’ 질서가 위기 이전부터 지속돼 온 ‘스탠더드형’ 질서와 공존하는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벌써 6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모든 예측 기관들이 가장 역설하는 주문은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종전의 ‘스탠더드형’과는 전혀 다른 ‘뉴 애브노멀’ 시대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질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애브노멀’은 종전의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진단했다. 기존의 스탠더드와 거버넌스를 주도해 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G제로 시대에 각광받는 ‘중심축 국가’
‘뉴 애브노멀’ 시대에 모든 경제활동의 이론적 근거인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경제학의 혼돈(chaos of economics)’이라고 부른다. 양대 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에 심리학·생물학 등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 위기와 같은 ‘시장 실패(market failure)’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국가자본주의가 온정적 자본주의와 함께 ‘제4세대 자본주의’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규제 완화보다 규제 강화, 사적 이윤보다 공공선이 강조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 성장 가능한 프런티어 마켓을 찾아라
지배국 혹은 중심국이 없는 G0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민트(MINT:멕시코·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터키) 등과 같이 공통적인 성장 동인(인구·부존자원 등)을 매개로 특정국들을 한데 묶는 이른바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전 회장 방식의 ‘일반화 함정(generalization trap)이다. 길게는 1990년대 초반 ‘아시아 4용(龍)’, 짧게는 2000년대 브릭스를 기점으로 특정 국가를 한데 묶는 경제 용어와 경제를 보는 시각이 유행했다.

특히 기업 진출이나 투자 관점에서 유행해 이들 용어를 바탕으로 각종 금융 상품이 쏟아져 이제는 각국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체화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용어들이 무색할 만큼 일반화된 각종 경제 용어에 속한 회원국들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브릭스 국가들이다.

브릭스 등 일반화된 용어로 묶어졌던 국가를 대체할 프런티어 마켓은 경제 규모가 작고 경제개발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변방(frontier) 시장을 말한다. 이머징 마켓으로 진입하기 전 단계의 국가들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들이다. 주로 아시아·동유럽·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해당된다. 수많은 프런티어 마켓 국가 가운데 G0 시대에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해 경제 발전 단계가 높아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10년 이상 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브릭스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인구·부존자원 이외에 다른 성장 동인이 있어야 지속 성장 가능한 프런티어 마켓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거론되는 새로운 성장 동인 가운데 최근처럼 초연결 시대에 있어서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가 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중심국과 구별되는 ‘중심축 국가’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현시점에서 프런티어 마켓에 속하는 국가 중 ‘중심축 국가’가 될 수 있는 국가로는 베트남·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케냐 등이 꼽히고 있다. 앞으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기업 진출과 각종 금융 상품들이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