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고어·자라의 창의적 아이디어 육성법…자유와 규율 함께 갖춰야

FILE - In this file photo made Tuesday, Jan. 26, 2010, the 3M Co. logo is seen on some of their products in Philadelphia. 3M is raising its outlook for the year after reporting first-quarter earnings Tuesday, April 27, 2010, that jumped 80 percent from a year earlier with booming sales in Asia.(AP Photo/Matt Rourke, file)
FILE - In this file photo made Tuesday, Jan. 26, 2010, the 3M Co. logo is seen on some of their products in Philadelphia. 3M is raising its outlook for the year after reporting first-quarter earnings Tuesday, April 27, 2010, that jumped 80 percent from a year earlier with booming sales in Asia.(AP Photo/Matt Rourke, file)
경영에서도 ‘창조’가 화두다. 기술이나 서비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언제 어떻게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 창조를 통한 차별화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창조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을 뽑아 한군데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창조적인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창의성이 뛰어난 리더의 독단적인 노력만으로 조직 전체를 창의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적 조직은 특정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서 창의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그러한 창의성을 촉진해 주는 리더들의 리더십이 하나로 결합돼 조직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될 때 만들어진다. 조직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성공해 온 기업들의 성공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창조 경영 전략 3가지를 소개한다.


전략 1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하라
조직원의 창의성을 경쟁력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혁신해 온 대표적인 창조 조직으로 ‘3M’을 꼽을 수 있다. 3M은 1902년 다섯 명의 사업가가 연마재 제조용 광물 채광을 위해 미국 미네소타에서 만든 광산 회사였다. ‘미네소타 마이닝 앤드 매뉴팩처링(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의 영문 첫 글자를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 이 회사는 꾸준한 혁신을 통한 조직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현재는 의료 치과 용품, 전자·전기·통신 관련 제품, 사무 용품 등 6만여 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세계 60개 나라에 자회사를 두고 200여 개 나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의 ‘롤 모델’이다.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3M은 조직의 창의성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원들은 자기 업무 시간의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상품·신기술을 연구하는 데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른바 ‘15% 룰’이다. 이 회사는 1920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3M의 초대 회장 윌리엄 맥나이트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M의 대표 상품인 스카치테이프나 포스트잇도 3M 회사의 기획 상품이 아니라 15% 룰을 통해 이뤄진 자유로운 연구 활동에서 개발된 혁신 제품이다.

3M이 조직의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한 제도는 15% 룰 외에도 30% 룰이 있다. 회사 매출에서 최근 3년 안에 개발된 신제품의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를 통한 자율적인 동기부여 외에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규칙이 함께 마련돼야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3M의 전략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고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인에게 고어는 ‘고어텍스’란 섬유 소재 전문 회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인 혁신으로 수익이 증가하고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고어는 원래 절연 전선 케이블인 멀티 테트(Multi-Tet)를 최초로 생산한 전선 회사다. 이후 혁신 활동을 통해 지금은 동맥류 치료용 의료기기에서 우주복을 만드는 고성능 섬유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어 혁신의 주된 ‘원료’는 직원들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시간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매주 반나절의 ‘장난 시간’이 허용된다. 그들은 나름대로 선택한 창의적인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그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데이브 마이어스 연구원은 자유 시간에 자전거를 타거나 기타 연주를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던 중 전선 피복으로 사용되는 자사의 재료로 자전거 바퀴살을 코팅하면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기타 줄에도 적용하기로 하고 음색이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동료를 모았다. 3년 후 경쟁사 제품보다 음색과 수명이 3배나 오래가는 ‘일릭서(ELIXIR)’라는 기타 줄이 개발됐다. 고어는 직원들에게 유례없는 자유를 허용하지만 평가는 철저하다. 직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종합 평가를 받는다. 보통 20명의 동료들에게 자료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보수가 결정된다. 이러한 고어의 보상 시스템에서 연공서열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이처럼 창의적 조직 문화에는 개개인의 자발적 동기를 유발해 창의성의 씨앗이 싹틀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책임감과 사명감을 잊지 않도록 하는 공정한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무한한 자유를 허용하면 방종으로 치닫기 쉽고 엄격한 규율만 강조하면 조직의 창의성이 말라버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전략 2 조직원 간 네트워크 장치를 만들어라
3M이 조직의 창의성을 위해 운영하는 것 중 15% 룰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직원들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기술 포럼(Technical Forum)’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디어는 무작정 짜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업무상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 나올 수도 있다. 1951년부터 60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3M의 기술 포럼에서는 매년 9월 평균 3000여 명이 모여 자신들이 진행 중인 연구와 개발 중인 제품을 발표한다. 이 행사가 중요한 것은 다양한 기술과 제품이 융합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알게 해 줘 향후 필요한 정보와 기술이 부족할 때 서로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3M이 이런 방식을 잠시 접은 적이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출신 제임스 맥너니가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을 때였다. 그는 GE에서 배운 ‘식스시그마’ 기법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22%씩 증가했고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3M의 도전 정신과 기업의 혁신성이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2004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3M은 식스시그마 도입 이후 조직의 창조성이 7위로 추락했다. 그 후 조지 버클리가 새로운 CEO로 부임했다. 그는 3M의 정신은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 기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진화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축소됐던 연구·개발(R&D)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한동안 폐지된 15% 룰과 기술 포럼도 부활시켰다. 과거의 3M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도 이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3M은 식스시그마 도입 이후 조직의 창조성이 7위로 추락했다. 새로 부임한 조지 버클리 CEO는 3M의 정신은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 기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진화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7년에 LG생활건강이 먹는 화장품 ‘마시는 콜라겐’을 최초로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치약·세제·샴푸 등을 포괄하는 생활용품사업부와 화장품사업부, 음료사업부로 조직이 나뉘어 있었다. 당시 전사적으로 실시된 사업부별 ‘벽 없애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화장품사업부의 연구원이 음료사업부에 파견돼 근무하는 동안 아이디어 융합으로 만들어 낸 첫 혁신 상품이 바로 ‘마시는 콜라겐’이었다. 그 후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이 이뤄지면서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원이 원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조직의 창조성을 이끌어 낸 사례다.


전략 3 신속한 피드백과 강력한 실행력을 구축하라
2012년 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의 국제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했다. 이 가운데 스페인의 유일한 안전 자산으로 평가 받으며 위기에 빠진 스페인 국민들에게 희망이 된 기업이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판매하며 패스트 패션 브랜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라(ZAR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라는 2012년 23억6100만 유로(약 3조3630억 원)라는 기록적인 연 수익을 달성해 불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자라는 글로벌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제조 직매형 의류회사)의 효시다. SPA는 의류 기획과 디자인부터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 매장을 운영해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받아들여 상품에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체인 것이다.

자라의 경쟁력 원천은 고객 중심 생산, 중가 시장 공략과 가장 중요한 ‘제조 유통의 스피드’다. 자라는 길거리에서 뜨는 유행 모드를 조기에 포착해 본사 제품 기획에 반영한다. 신제품 출시 주기는 통상 2~3주로, 공장 출하에서 유통 매장까지 지역별로 24~48시간 내에 도착한다. 항상 새로운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며 주 2회 신상품을 반입하고 재고 품목은 신속하게 이전 처리한다. 자라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국 매장에서 들어온 고객 정보와 시장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2주 만에 패션을 재창조해 낸다. 일반 의류업체 디자이너들이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차기 컬렉션 준비를 시작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2주 만에 어떻게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을까.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장조사와 디자인·생산·운송·매장 진열 등의 기본적인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일례로 일반적인 기업들은 고객 니즈를 조사하는 데 수주 내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자라는 이 과정이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자라 매장에는 한 번에 10벌까지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구비돼 있다. 입어 본 옷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납하게 되는데, 이때 매장 직원들은 반납된 의류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관리하고 고객이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 본사로 피드백한다. 심지어 고객들에게 직접 제품들에 대한 평가나 향후 기대 제품에 대해 묻기도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자발적·적극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가 자리해 있다. 급여의 70%가 인센티브에서 나올 때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아이디어가 디자이너들에게 전달되면 생산 부문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민첩한 정보 수집과 실행, 피드백은 조직 전체가 창의적일 때에만 가능하다. 또 이런 민첩한 피드백 수용과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조직에서 창의적인 문화 정착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들의 창의적 잠재력을 믿고 자유와 규율을 동시에 부여하는 자율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각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조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융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이렇게 싹튼 창의적 아이디어를 빠르고 민첩하게 현장에 적용하고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 있는 리더십도 필수다. 마지막으로 직원과 리더의 합작으로 이뤄 낸 창조가 눈에 보이고 그 혜택이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질 때 창조 경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창조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이혜숙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