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한 패자를 칭찬하고 위로하면 어떨까.
개막식에서 실수가 아닌 실수를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실수한 그 사람을 모두가
격려하는 장면을 연출하면 어떨까. 금은동의 메달 색깔을 같게 하면 어떨까.


대한민국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 3, 은 3, 동 2 등 8개의 메달을 땄다. 금메달 개수로는 13위, 동계 스포츠 환경이 좋은 유럽과 북미 그리고 인구 대국인 중국 다음 순위다. 일본보다 많다. 전체 메달 개수로 봐도 14위다. 김연아 선수는 은메달을 받고도 의연했다. 그녀가 라커룸에서 울었던 이유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억울해서가 아니라 “이제 해방이다. 할 일을 잘 마쳤다”는 자기 위로와 자기 사랑의 울음이었으리라. 심판 판정을 두고 한때 언론과 인터넷에서 거센 비판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괜찮아”를 연발했다. “잘했다”, “수고했다” “고맙다”는 국민의 마음을 언론들도 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국민이 있는 나라다. 성숙한 시민이 있는 사회다.

한국은 이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조직위원들은 소치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소치로 갔다. 장애인 동계올림픽을 보고 느끼고 배우기 위해서다. 소치 올림픽 개막식에서 오륜기의 우상단 원이 펼쳐지지 않은 것을 보고 ‘고소함’을 느끼고 “러시아가 그렇지 뭐”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지구상에는 많았을 것이다. 평소 러시아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실수는 있다. 올림픽에는 실수만이 아니라 패자도 억울함도 있다. 4년 동안 각고의 노력이 한 번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우리는 그들의 눈물에 동감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한 패자를 칭찬하고 위로하면 어떨까. 개막식에서 실수가 아닌 실수를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실수한 그 사람을 모두가 격려하는 장면을 연출하면 어떨까. 금은동의 메달 색깔을 같게 하면 어떨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벗어나면 시상식에서 금메달 국가는 연주하되 게양되는 국기의 위치는 모두 같게 하면 어떨까. 이것도 규정에 벗어나 안 된다면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받았을 때에만 그렇게 다른 두 국기의 높이를 태극기와 같은 위치로 올리면 어떨까. 아예 IOC 위원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국기 게양의 규정을 바꾸자고 제안하면 좋을 것 같다.

‘올림픽 정신’은 참여에 있다고 초등학교 때 배웠는데, 아무리 보아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나라의 선수들에게 개막식에 참석한 우리 모두가 일어나 고마움을 표시하면 어떨까. 한 국가에서 1~2명만 참여한 선수가 입장할 때 ‘붉은악마’가 환영 퍼레이드를 하면 어떨까. “평창은 1등을 추앙하는 올림픽이 아니었다. 패자를 위로하는 마당이었다. 한국인의 정서다. 그들은 늘 그렇게 살았다”는 세계인의 인식을 기대하고 싶다. “괜찮아”, “고맙다”, “수고했다”, “다음에 잘하면 돼”라는 연호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전파를 타고 알려지고 평창 이후에 모든 국가의 경기에서 “괜찮아”를 연호하는 관중이 늘어나면 이것이 평창 올림픽의 성과가 아닐까.

한국은 평창 올림픽에 많은 돈을 사용할 수 없다. 가리왕산 1560m 정상에 신설되는 스키 활강장은 올림픽 이후 흉악스러운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초라함과 수치스러움을 “괜찮아”로 극복하면 어떨까. 한국 조직위원회가 IOC를 설득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20세기 최초의 패자를 위한 올림픽으로 만들기를 소원한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
1947년생. 1971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73년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 석사. 2002년 고려대 사회학 박사. 1978년 한국리서치 대표(현).